메트로섹슈얼과 사귀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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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축구스타인 베컴은 그라운드의 패션모델이다. 바로 대표적인 메트로섹슈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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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환은 김재원과 함께 컬러로션을 광고한다. 남자도 피부화장을 즐긴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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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표현 욕구가 강한 이들을 위한 브랜드 'ssam'도 결국 남성복은 메트로섹슈얼이 타깃이다.▶

예쁜 꽃무늬 프린트 셔츠에 여자친구보다 더 눈독을 들이는 남자들이 나타났다. 그럼 게이 아닌가? 천만에. 바로 메트로섹슈얼이다

여자친구보다 쇼핑을 좋아하고, 여자친구보다 피부를 더욱 말랑말랑하게 가꾸며, 예쁜 꽃무늬 프린트 셔츠에 여자친구보다 더 눈독을 들이는 남자들이 나타났다. 그럼 게이 아닌가? 천만에. 바로 메트로섹슈얼(metrosexual)이다. 여성적인 면을 지닌 새로운 타입의 남자.

옷에 신경 쓰는 건 여자들이나 할 일?

화들짝 만나 인터코스 섹스의 세계로 첨벙 뛰어든 커플을 그린 영화 <베터 댄 섹스>에는 재미있는 장면이 있다. 계속 침대와 침대 언저리를 떠나지 못하던 여자와 남자는 문득 제대로 된 식사를 약속하고, 외식하러 나가기로 눈을 맞춘다. 그 다음 일은 벌어진다. 여자 집에 들어올 때 그대로 티셔츠에 덥썩 머리를 들이민 남자는 청바지를 슥삭 다리에 꿰는 걸로 1분만에 외출 준비를 마친다. 그리고 여자를 쳐다본다.

그러나 여자는 잠깐 기다리는 말을 남기더니, 거대한 행사를 시작한다. 옷을 걸치는 게 아니라, 갑자기 팔 다리 면도를 하고, 힐끗 옆에 놓인 우아한 라인의 욕조를 쳐다보더니 쳐다보기만 한 게 아니라, 욕조에 물을 찰랑찰랑할 때까지 받더니 그 안에 들어가 프랑스의 비운의 황태자비 마리 앙트와네트라도 되는 양, 우아하고 느릿느릿 목욕을 시작한다. 그리고 목욕이 끝나 욕조 밖으로 나온 여자는, 옷을 하나 입고 거울을 보더니 옷이 맘에 들지 않는다며 다른 옷을 입는다. 그리고 벗고 또 입고, 거울에 자기 자신을 요리조리 비춰 보고, 다시 벗고, 옆에 입었다 벗어놓은 옷들을 한 무더기 쌓아놓고 투덜거린다. 왜 이렇게 입을 만한 옷이 없는 거야. 그걸 쳐다보는 남자의 황당한 표정, 그리고 페이드 아웃.

남자들의 트레이드 마크는 옷에 관심 없음, 멋 내는 데 관심 없음이었다. 옷은 그저 되거니 않거니 그 자리에 부끄럽지만 않게 입음 되는 무엇이었고, 피부를 가꾸고 화장품을 고르고 옷에 박힌 프린트 무늬를 황홀한 듯이 바라보는 것은 오로지 여자 몫이었다. 여자들이 글자를 읽기도 전에 예쁜 옷을 보며 한숨을 쉬고, 예쁜 헤어 리본 하나에 달나라를 정복한 암스트롱보다 더한 기쁨을 내보일 때, 남자들이 보여줘야 하는 포지션은 하나였다. 진흙 묻은 운동화를 신고 축구공을 쫓아 한없이 달리거나, 바디 라인이 슬림한 자동차를 보면서야 아껴두었던 한숨을 내쉬는 것. 그리하여 결혼한 남자들은 우울한 회색 수트를 멋없게 걸치고 현관 앞에 서서 외친다. “그만 좀 하고 나가자고! 지금 어디 선 보러 가?”

영국의 패션 스쿨 세인트 마틴에서 MA과정인 하상백(26)씨는 소문난 패션 마니아다. 그의 직업이 원체 패션디자이너이자 스타일리스트였던 것도 있지만, 원래부터 그가 옷을 좋아하고 뭔가 꾸미는 걸 좋아하던 터라 진로를 정하기에 스스럼이 없었다. 타고난 본성인지라 사람을 볼 때도 재밌거나 독특한 아이템에 먼저 눈이 쏠리는 그는 런던으로 떠나기 전부터 자기 브랜드를 가진 디자이너였다. 그러나 너무나 톡톡 튀는 패션 감각과 새로운 것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모험 정신 때문에 그는 게이로 숱한 오해를 받았다. 오죽하면 “난 절대 게이 아니에요”하고 한 잡지에서 커밍아웃했을 정도. 하지만, 누차 그가 밝힌 바대로 그는 기실 여자를 좋아하는 이성애자다. 그런데 남자가 왜 이렇게 옷을 좋아하냐? 그러나 이런 남자들이 하상백씨뿐이 아니다.

베컴이 핑크빛 매니큐어를 바르는 이유

클럽이나 테크노 파티에서 DJ를 하는 비제이는 척 봐도 옷을 잘 입는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패션 리더다. 약간 곱슬곱슬한 머리에 꽃무늬 프린트 플란넬 셔츠가 너무나 잘 어울리는 그는 음악이야 직업을 삼을 만치 좋아하지만 옷도 무척 좋아한다. 남자라고 해서 쇼핑은 마지 못해 하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천만에다. 자기 옷은 자기가 고르고, 실제 그걸 즐기는 그는 동대문으로 쇼핑 가길 즐긴다. 그뿐 아니다. 남자들이 쇼핑 하는 걸 싫어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되묻는다. “그래요? 내가 동대문 간다면, 제 주위엔 너도 나도 가자고 들러붙던데? 제 친구들은 옷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데요?”

실제 이렇게 옷을 좋아하고 잘 입는 남자들을 보는 것은 요즘 어렵지 않다. 홍대 앞에 가면 컬러풀한 도트 무늬 두건을 큐트하게 머리에 썼거나, 다리에 짝 달라붙는 트레이닝 팬츠에 주황 컬러가 눈부신 스니커즈를 신은 남자들을 보는 것도 별반 어렵지 않다.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 앞 로데오 거리에 가면, 연예인인가 돌아볼 만치 잘 차려입고, 컬러로션이라도 발랐는지 맨들맨들 장난이 아닌 피부에, 온갖 액세서리로 한껏 스타일리시함을 드러내는 남자들이 지천이다. 그 동네에선 꾸미지 않은 남자들이야 말로 바로 희귀 동물에 속한다. 그럼 이들이 모두 게이인가?

영국 축구계의 슈퍼스타이자 전세계 꽃미남의 대명사처럼 돼버린 데이비드 베컴은 <스파이스 걸스>의 빅토리아와 결혼해 아이를 낳은 걸로도 유명하다. 이렇게 공식적으로 게이가 아닌 이 남자가 최근 밝힌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아내 빅토리아의 속옷을 종종 입으며, 핑크 매니큐어를 바르길 가끔 즐긴다고 고백했다. 물론 그걸 부끄러워하거나 개의치는 않는 눈치였다. 어쨌든 그라운드를 누비는 슈퍼모델이자, 전세계 남성들을 괴롭히는 패션 아이콘 아닌가? 바로 이 남자가 바로 대표적인 메트로섹슈얼이다.

도시를 떠나선 살 수 없다

마크 심슨은 2002년 7월22일자 웹진 살롱(www.salon.com

www.salon.com

) '메트로섹슈얼과 만나다'란 칼럼에서 이렇게 적었다.

“메트로섹슈얼 타입은 메트로폴리스 가까이 살면서 돈을 쓰는 젊은 남자다. 왜냐햐면 거기에 최고의 숍, 클럽, 피트니스 클럽, 헤어숍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엄밀하게 게이나 양성애자나 바이섹슈얼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의 성적 취향은 단지 그의 기쁨을 주기 위해서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메트로섹슈얼 타입은 대개가 모델이거나 웨이터, 팝 뮤지션, 미디어업계에 종사하는 이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인터넷 영어 사전 (www.wordspy.com)는 메트로섹슈얼을 이렇게 정의 내렸다.

“그 자신을 사랑할 뿐만 아니라 그의 도시 라이프스타일 역시 사랑하는 댄디한 나르시시스트. 여성적인 면을 가진 이성애자.”

메트로섹슈얼이란 말이 처음 등장한 건 1994년이다. 1994년 11월15일자 <인디펜던트>에서 마크 심슨은 남자들의 새로운 변화를 언급하며 메트로섹슈얼이란 단어를 썼다. 그리고 그 단어는 <옵 저버>, <헤롤드>, <맥클린> 등을 통해 일파 만파 퍼져서, 스타일에 남다른 관심을 가진 남자들을 지칭하는 용어로 자리 잡았다.

이제 남자들도 안티 에이징 에센스를 쓰고 레티놀 제품을 바르고 여드름 자국을 치료하기 위해 피부과를 들락거린다. 피부가 거칠면 맛사지를 하고 티를 감추기 위해 컬러로션을 바른다. 그런 움직임을 재빨리 알아챈 화장품 회사, 패션 업계는 발 빠르게 그들을 위한 상품들을 속속 내놓기 시작했다. 남자들도 장난이 아닌 피부를 동경하며 컬러로션을 사러 화장품 가게를 들락거리고, 자신을 가꾸고 사랑하는 것을 즐기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제 그의 백팩에서 발견되는 건 꼬질꼬질한 손수건이 아니라, 데오도란트와 휴고보스 향수와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액세서리다. 그는 당신이 쇼핑하느라 서너 시간을 서성거려도 얼굴을 찌푸리지 않는다. 그녀와 같이 쇼핑하느라 즐겁다. 그건 그의 속에 자리 잡았던 기쁨이고, 단지 남자라서 하면 안 된다는 틀을 벗어버렸기 때문에 오는 순수한 기쁨이다.

만약 그런 남자친구를 뒀다면 당신은 행복하다. 그는 바로 최신 남성형, 메트로섹슈얼이다. 그는 또 현재 모든 업체들이 눈독을 들이는 소비자다.

조은미 기자cool@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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