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 맞춘 코로나19 방역강화에
'돌봄' 부담 더 커져
1학기 때 연차 소진 많고
긴급돌봄 서비스 수요 감당 못해
위기상황 속 혼란 가중
교육부·복지부·지자체 등
책임 떠넘기기 그만하고 해결 나서야

8월 26일 서울 송파구 보인고등학교 빈 교실에서 교사가 원격수업하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26일 현재 전국 6840개교가 등교를 중단, 원격수업으로 전환했다. Ⓒ뉴시스
8월 26일 서울 송파구 보인고등학교 빈 교실에서 교사가 원격수업하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26일 현재 전국 6840개교가 등교를 중단, 원격수업으로 전환했다. Ⓒ뉴시스

 

25일부터 ‘랜선등교’가 다시 시작된다는 말에 워킹맘과 육아카페는 발칵 뒤집혔다. 준비시간은 단 하루. 언론들도 앞다퉈 ‘워킹맘 패닉’이라며 기사를 쏟아냈다. 여전히 돌봄은 여성의 몫이라는 우리 사회의 인식체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최대한 신속한 긴급돌봄 지원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차질 없는 긴급돌봄을 위해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고 가족돌봄 휴가를 연장하면 이를 지원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배경에는 9월 11일까지 예정된 원격수업과 제한 등교가 더 길어질 수도 있다는 것과 이미 많은 가정이 1학기 원격 수업기간 중 긴급돌봄 휴가와 연차를 모두 소진한 사실이 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여성의 고용불안정은 두드러졌다. 한국은행은 18일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고용주는 직원의 일시휴직이 아닌 해고를 선택하고 있다”며 특히 여성 노동자의 비율이 높은 서비스직에서의 고용취약성을 우려했다. 운좋게 휴직을 해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여성의 돌봄 휴직은 쉽게 경력단절로 이어진다. 여성가족부의 ‘2019년 경력단절여성 경제활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휴직 후 직장에 복귀한 여성은 43.2% 뿐이다. 

이번해 상반기 남성의 돌봄휴직 이용률은 크게 치솟았다. 새롭게 남성들이 돌봄의 주체로 뛰어든 것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6월 민간기업에서 육아휴직을 낸 남성 노동자는 1만4857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 3776명보다 34.1% 증가했다. 그러나 육아휴직을 이용한 여성은 2936명으로 6.9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미 여성들이 전부터 돌봄 노동을 짊어지고 가족을 돌보기 위해 휴직을 해왔기 때문이다. 4월 급히 도입한 가족돌봄 휴가제도를 이용한 사람의 수도 11만8606명에 이르고 404억원이 비용으로 지원됐지만 여성이 62%, 남성이 38%다.

가족돌봄휴가도 육아휴직도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은 긴급돌봄을 실시하는 어린이집과 학교로 향하고 있다. 어린이집은 휴원 지침이 내려왔지만 사실상 정상운영 상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어린이집의 긴급보육 이용률은 5월 72%를 기록했다. 서울시는 8월 긴급보육률이 80%를 넘었다고 밝혔다. 높은 밀집도는 어린이집 내 감염을 불렀다. 8월17일, 21일 서울의 어린이집 두 곳에서 보육교사가 확진 판정을 받으며 어린이집이 폐쇄조처 됐다.

등교 인원을 제한한 초등학교 긴급돌봄 서비스는 저학년이 우선순위여서 가지 못하는 고학년 보호자들의 항의전화가 이어지고 있다. 대안으로 결국 학원을 선택하면 인원제한 조치가 없어 감염에 노출될 확률이 높고 비용적 문제가 커 부담이 있다. 남성 양육자의 휴직에도 결국 돌봄공백을 메우지 못한 가정의 여성들은 퇴사로 내몰린다. 네이버 육아카페에 글을 올린 한 여성은 “남편과 1학기 돌아가며 휴직해 버텼는데 둘다 연차도 도와줄 가족도 이젠 없고 돌봄교실도 실패했다. 퇴사 말고는 두 초딩 아이들을 돌볼 방법이 없다”고 한탄했다. 긴급 돌봄서비스의 제공자인 돌봄전담사들의 처우와 이들의 자녀 돌봄권 문제도 3월부터 계속 문제가 제기됐지만 해결되지 않았다.

긴급돌봄을 둘러싼 당사자들의 주장도 계속 엇갈리고 있다. 돌봄서비스가 필요한 아동 보호자들은 초등돌봄 법제화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교원단체에서는 초등돌봄을 복지의 영역으로 보고 지방자치단체로 운영을 이관해야 한다고 본다. 또 돌봄전담사들은 ‘교육의 영역으로써 학교가 운영주체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맞벌이 시대로 넘어오며 돌봄이 공적인 시스템으로 갖추어졌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계속 가정의 여성 구성원에 떠넘긴 채 있었기 때문에 결국 정말 필요한 위기 상황에서 공백상황이 온 것”이라고 짚었다. 이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와 3단계 상황 속에서 아동에 대한 돌봄은 계속 요구될 것이다”라며 “돌봄 서비스와 관련된 보건복지부, 교육부, 고용노동부, 지자체 등이 현재와 같이 책임 떠넘길 게 일이 아니라 어떻게 역량을 나누고 공유할지 논의해야 할 문제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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