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덕 테라로사 대표 윈문화포럼 강연
삶은 ‘나를 알아가는 과정’
문화 있는 곳에 테라로사 있다
파리 곧 진출, 상장 준비 착착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더리버사이드 호텔에서 여성문화네트워크가 '커피로 만나는 인문학' 문화포럼을 열고 김용덕 테라로사 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윈문화포럼(대표 서은경)은 8월 20일 김용덕 테라로사 대표를 초청해 53번째 포럼을 열었다. 평소 300명을 수용하는 강연 장소에 서울 40명 이하의 회원만 참여하는 등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조심스럽게 진행됐다. ⓒ홍수형 기자 

 

윈문화포럼(대표 서은경)은 김용덕 테라로사 대표를 초청해 53번째 포럼을 열었다. 8월 20일 평소 300명을 수용하는 서울 서초구 더 리버사이드호텔 콘서트 홀에서 40명 이하의 회원만 참여하는 등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조심스럽게 진행됐다.

테라로사 김용덕 대표는 1960년 경남 진해에서 태어나 강릉에서 자랐다. 강릉상고를 나와 조흥은행에서 21년을 재직한 후 2002년 강릉에 구정면 어단리에 고급 원두 로스팅 공장 겸 커피숍 ‘테라로사’를 열었다. 테라로사는 커피가 잘 자라는 땅이라는 뜻. 강릉을 커피 도시로 만들고 현재 전국에 14개의 지점을 냈고, 올해 코로나만 아니었다면 프랑스 파리 진출이 예정돼 있었다. 작년 기준 연 매출액 360억원에 영업이익 85억원을 실현하고 있다.

식품계의 ‘에르메스’가 되겠다는 포부를 보이는 그는 상장 준비를 하며 테라로사를 커피계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켜 나가고 있다. 운동화에 하얀 셔츠 차림으로 강연에 나선 그는 삶은 ‘눈을 떠가는 과정’이라고 말하고 ‘중용’과 ‘자유’ 라는 두가지 키워드로 자신의 커피 인생을 담담하게 설명했다. 

김용덕 테라로사 대표 ⓒ홍수형 기자
김용덕 테라로사 대표 ⓒ홍수형 기자

 

김용덕 대표는 초등학교 때부터 아이스케키 장사, 신문 배달을 해야 할 정도로 가난했다. 그러나 ‘하얀 칼날 위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평상심’이라는 ‘중용(中庸)’의 뜻을 가슴에 새기며 방황하지 않고 학업에 집중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인생의 키워드인 자유는 독일의 베를린 대학 설립자인 훔볼트가 내린 자유에 대한 정의, ‘자유는 자기 자신이 주인된 의식을 갖는 것’에서 출발한다. 대기업이나 일류 대학 같은 껍데기를 성공의 잣대로 삼지 않고, 자기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진정한 자기다움을 찾는 ‘자유인’이 되기 위한 탐색을 계속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초등학생 때부터 생업 전선에 나섰고 상업고등학교를 거쳐 은행원이 되면서 생활은 안정되었다. 마침 IMF가 닥치면서 21년간의 은행원 생활에서 명예퇴직한 그는 음식점에 도전하면서 와인 커피 등을 배워나갔다.

2002년 오픈 한 이래 강릉의 대표적인 랜드마크가 된 테라로사. 강릉의 외곽지역에 있는 테라로사를 찾는 사람들을 보면 좋은 컨텐츠에 대한 니즈를 느낄 수 있다
2002년 오픈 한 이래 강릉의 대표적인 랜드마크가 된 테라로사. 강릉의 외곽지역에 있는 테라로사를 찾는 사람들을 보면 좋은 컨텐츠에 대한 니즈를 느낄 수 있다. ⓒ테라로사

 

그 과정에서 ‘꽂힌 것’이 커피. 전세계 유명하다는 커피숍 수 천 군데를 돌아다니면서 커피를 문화로, 또 산업으로 바라보는 안목을 갖게 되었다. 일본의 고급 커피를 접하면서 충격을 받았던 그는 당시 ‘커피 믹스’가 대세이던 우리나라에서 커피산업을 키워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1720년에 문을 연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까페 이태리 베네치아 산마리코 광장의 ‘카페 플로리안’를 여러 번 들러서 커피의 역사와 문화를 몸으로 익히려 노력했다. 커피의 역사에 대한 관심은 르네상스 주역이었던 메디치가에 대한 공부로 확장되었다. 그 과정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설계 도면을 따라 그리다가 설계 실력을 키우게 되었다. 김용덕 대표는 웬만한 공간을 한번 보면 설계도면을 작성할 수 있을 만큼 설계 실력자로도 유명하다. 테라로사의 독특한 공간 감각이 그의 건축 실력에서 나오고, 많은 기업에서 건축 의뢰를 받을 정도이다.

세계사와 문화, 건축에도 해박한 지식을 가진 김용덕 대표는 특히 국가의 지도자들이 새로운 세상에 ‘눈을 떠서’ 통치를 해야 국가가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서 ‘이순신 장군의 애국심만 강조하지 말고 이순신 장군이 무능한 선조를 물리치고 세계로 나갔어야 한다’는 명제를 던지기도 했다.

강릉의 작은 커피볶는 공장에서 글로벌 커피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테라로사의 ‘K 커피이야기’가 기대된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