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협회, 기안84 사태에 대한 성명문 발표
"여성 작가들 불이익 겪을 땐 조용하더니" 비판 일어
웹툰협회 관계자 "성폭력 사건 다룰 인력 부족" 해명

19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웹툰 본사 앞에서 기본소득당 젠더정치특별위원회 외 7 단체가 '여혐왕 기안84 네이버 웹툰은 혐오장사 중단하라"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19일 오후 경기 성남시 네이버웹툰 본사 앞에서 기본소득당 젠더정치특별위원회, 만화계성폭력대책위원회, 유니브페미 등 8개 단체가 기안84 웹툰 ‘복학왕’ 연재 중단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 ⓒ홍수형 기자

(사)웹툰협회가 성명문을 발표하고 기안84(35·김희민) 퇴출 요구를 '파시즘'으로 규정하고 이러한 주장으로 여성·시민단체와 기자회견을 열었던 ‘만화계성폭력대책위’(이하 성폭력대책위)를 규탄했다. 성폭력대책위는 즉시 성명문을 발표하고 “풍자로 인한 연출과 단순한 약자 조롱을 혼동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사)웹툰협회는 24일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성명문을 발표했다. ⓒ웹툰협회 캡처
(사)웹툰협회는 24일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성명문을 발표했다. ⓒ웹툰협회 캡처

 

웹툰협회는 24일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성명서를 발표하고 작품에 특정 사회적 아젠다를 거스르는 점을 이유로 작가의 연재 중단 및 플랫폼 퇴출을 요구하는 위력행사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웹툰협회는 “여성혐오, 성소수자와 장애인, 이주노동자 등을 포함한 사회적 소수자들을 대상으로 한 비하와 조롱의 혐의에 바탕한 독자 일반의 여하한 문제제기와 비판의 함의는 진중하고 무겁게 받아들이고 통감한다”면서도 “경도된 PC(정치적 올바름)의 관점에 준거한 부조리를 빌미로, 여느 작가의 창작과 작품을 비판적 논쟁의 영역을 벗어나 물리적으로 강제하려는 행위는 조지오웰의 1984가 그토록 경계했던 빅브라더 사회, 전체주의로 해석하는 파시스트들의 그것”이라고 단정지었다.

이어 앞서 19일 네이버 웹툰 및 기안84 규탄 기자회견 연대 단체에 이름을 올린 만화계성폭력대책위에 대해 “만화계 내 영향력과 여타의 헤게모니 장악 의도”가 있다며 어느 만화가 단체에서도 대표성을 띤 단체로 인정한 적 없다고 밝혔다.

또 “성평등이라는 사회적 아젠다의 당위를 명분으로 웹툰작가들의 자유로운 발상과 상상을 제약하고, 나아가 작가의 부정적 평가와 탄압의 근거로 기능할 수도 있는 성평등을 위한 작품제작 주의점의 권고에 대한 사과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지난 19일 만화계성폭력대책위원회를 포함한 시민단체들은 성남시 네이버 웹툰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네이버 웹툰이 여성혐오와 소수자 혐오를 방관해온 실태를 규탄했다. 이들은 네이버와 네이버 웹툰에 기안84의 ‘복학왕’을 연재 중단하고 소수자 혐오적 작품에 대한 패널티 부과 및 검수 조항 신설을 요구했다.

해당 기자회견에 앞서 네이버 웹툰 ‘복학왕’은 12일 여성혐오 논란을 일으켰다. 302화에서 무능한 20대 여성이 인사권을 가진 40대 남성과의 잠자리로 대기업 취업에 성공했다는 내용이 공개된 후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네이버 웹툰에 연재 중인 무료 전연령관람가 웹툰이 이미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기 때문에 네이버 웹툰 플랫폼 자체에 대한 비판도 함께 이어졌다.

만화계성폭력대책위는 24일 웹툰협회에 맞선 성명문을 발표했다. ⓒ만화계성폭력대책위
만화계성폭력대책위원회는 24일 웹툰협회에 맞선 성명문을 발표했다. ⓒ만화계성폭력대책위

성폭력대책위 측도 즉시 성명문을 발표했다. 대책위는 “선진국에서 시작된 ‘표현의 자유’는 사회적 기득권층에 항의하는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보장하고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권리였으며, 동시에 차별금지법이 존재했다”며 “풍자로 인한 연출과 단순한 약자 조롱을 혼동하지 마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신들의 지적은 더 자극적이고 더 선정적인 작품을 요구하는 플랫폼과 어떠한 교육의 기회도 보장하지 않는 국가와 젊은 여성 작가 지망생들에게 ‘팔리는 작품은 이런 것’이라며 성희롱을 일삼는 기성 작가들에게 향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성폭력대책위 관계자는 “연재중단 시위는 기본소득당이 주최했고 우리는 작가 개인보다 네이버 측의 책임이 크다는 내용의 성명을 낭독했었다”고 밝혔다.

웹툰협회의 성명문이 발표된 후 여성 웹툰작가들 사이에서는 비판이 일었다. 앞서 웹툰협회가 실제로 여성 작가가 문제적 상황에 처했을 때는 전혀 적극적으로 나선 바 없고 도리어 가해자의 입장을 들어왔다는 것이다. 앞서 웹툰협회 초대회장인 원수연 작가는 박재동 화백에 대한 미투가 있었던 당시 박 화백을 옹호하는 페이스북 글에 “지켜보자”고 말한 김진 중부대학교 교수의 글에 '좋아요'를 누르며 논란을 일으켰으나 해명없이 지나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성 웹툰 작가는 “그동안 만화계 내 성폭력 사건, 특히 선배인 스승이 여성 제자에 저지른 성폭력 문제에 목소리를 냈던 대책위에 반감이 있던 이들이 기안84를 핑계로 돌려깠다고밖에 생각이 안 든다”고 비판했다.

웹툰협회 관계자는 여성신문과의 통화에서 대책위를 언급한 이유에 대해 “대책위는 지금까지 성평등을 무기로 공신력 있는 협회나 단체와 함께 캠페인 차원에서 이렇게 합시다 저렇게 합시다 하는 게 아니라 SNS 등을 이용해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공격하는 데 치중했었다”며 “콘텐츠진흥원의 양성평등센터 보라가 제시한 자치규약에서 ‘성범죄 이력이 있는 자가 단체나 협회 가입시 거부하고 성폭력 이슈를 사전 예방한다’를 우리가 뺀 것은 현행법상 불법 소지가 있기 때문이었는데 공격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웹툰협회에서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거나 사건을 발굴한 사례는 없다. 그럴 만한 인력도 자금도 없다. 우리는 불공정 문제에 대해 신경써왔다”며 “두 달 전 진흥원과 문체부, 만협 등 단체가 모여 대책위는 대표성이 없으니 예산을 집행해 의미있는 성폭력 사건에 대처하는 대응기구를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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