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관련 전문학술단체 10곳 성명
현재 상황, 3단계 기준 이미 충족
"4대 의료정책, 의견차 크고 의견수렴 불충분" 원점서 재논의 요청

 24일 오후 부산진구 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코로나19 진담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뉴시스

 

감염학회 등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 치료를 담당하는 의료 전문 학회들이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이 불가피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정부가 추진하는 4대 의료정책 추진을 중단하고 재논의할 것은 물론 코로나19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지금까지와 비교할 수 없는 경제적 피해가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한감염학회, 대한감염관리간호사회,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한국역학회 등 감염병 관련 전문학술단체 10곳은 24일 성명서를 내고 “(23일 0시 기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는 현 유행 상황 대응에 역부족이다. 방역에 성공하지 못하면 경제를 비롯한 사회의 여러 가치도 지키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정부가 제시한 3단계 기준을 이미 충족했으며 방역 조치가 조기에 적용돼야 충분한 효과가 나오는 만큼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23일부터 전국에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가 시행 중이다. 이보다 강력한 대응 체계인 3단계가 시행되면 10명 이상 모든 실내외 모임 중단, 카페, 예식장 등 영업 중단 등을 해야 한다.

이들 학회는 “병상이 급속도로 포화돼가는 등 장기간 버텨온 의료체계도 감당하기 어려운 한계에 이르렀다”며 중환자 병상 확충 등 신속한 방역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지난 2주간 국내서 발생한 코로나19 신규 환자가 2000명에 육박해 이번 유행이 우리가 경험한 것과 다른 규모의 피해를 남길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를 보였다.

또한 학회는 최근 논란이 되는 정부의 의료정책에 의견을 밝혔다. 학회는 정부가 추진 중인 △의대정원 확대 계획 철회 △공공의료대학 설립 철회 △한방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철회 △비대면 진료정책 중단 등 4대 의료정책 추진을 중단하고 의료계와 원점에서 재논의할 것을 요청했다. 이들은 “정부와 보건의료단체 간 상식적인 대화 채널을 만들고 최근 이슈가 된 의료정책 추진과 관련해 합의 도출을 위한 로드맵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필수 분야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관심있는 사람들이 사명감과 소신을 가지고 뜻을 펼칠 수 있는 환경 마련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들의 입장이다.

마지막으로 단체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국민들이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지금 재유행을 억제 못 하면 나와 내 가족을 잃게 될 수 있다”며 “대면 활동을 최소화하고 불가피한 모임이 있다면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을 실천해달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2020년 8월 23일 현재 국내 일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신규 확진 환자가 400명에 육박하고 있고 지난 2주간 국내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신규 환자는 2,000명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다양한 역학적 상황을 감안하면 이번 유행은 쉽게 잡히지 않고 이전에 우리가 경험해 온 것과는 다른 규모의 피해를 남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에 대한감염학회를 비롯한 유관학회 전문가들은 현재의 중차대한 상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면서 다음과 같이 제언합니다.

첫째,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은 불가피합니다. 2020년 8월 23일 0시를 기준으로 전국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상향 조정되었지만, 이러한 수준의 조치로는 현재 유행 상황에 대응하기에 역부족입니다. 정부는 6월 28일 사회적 거리두기의 단계를 1-3단계로 제시하면서 일일 신규 확진 환자 수, 감염경로가 불명확한 환자의 비율, 집단발병 양상, 방역망 내에서 발생하는 환자의 비율 등을 기준으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현재 상황은 당시 정부가 제시한 3단계의 기준을 이미 충족하였습니다. 방역의 조치는 조기에 적용되어야 충분한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병상이 급속도로 포화 되어가는 등 장기간 버텨온 의료체계도 감당하기 어려운 한계에 이르렀습니다. 수개월 동안 2차 유행 대비·대응을 위한 논의가 진행되어왔음에도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습니다. 중환자 병상확충 등의 방역 대책이 전면적으로 신속히 마련되기를 바랍니다. 방역에 성공하지 못하면 경제를 비롯한 사회의 여러 가치들도 지키지 못할 것입니다.

둘째, 정부는 4대 의료정책 추진을 중단하고 의료계와 원점에서 재논의할 것을 약속하여 주십시오. 현재 코로나19의 중차대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의료계가 반드시 힘을 모아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 정부가 추진한 4대 의료정책과 관련하여서 정부와 의료계 사이에 근본적 인식의 차이가 크고 정책 추진과정 중 문제점 분석이나 정책 당사자의 의견수렴도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정부는 4대 의료정책 추진을 철회하고 원점에서 재논의할 것을 약속하여 정부와 의료계가 위기 상황 극복에 함께 노력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의료정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필수 분야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지원하고 사명감과 소신을 가지고 뜻을 펼칠 수 있는 환경 마련과 제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정부와 보건의료단체 간에 상시적인 대화 채널을 만들고 최근 이슈가 된 의료정책 추진과 관련하여 합의 도출을 위한 로드맵을 마련하여 주십시오.

셋째, 국민들께서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적극 동참하여 주십시오. 지난 7개월 동안 국내 코로나19 대응이 성공적일 수 있었던 것은 국민들께서 방역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셨기 때문입니다. 기나긴 코로나19 유행 상황으로 인해 국민들께서도 많이 지치고 힘든 상황 가운데 놓여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유행을 억제하지 못하면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나와 내 가족을 잃게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는 경제적인 피해도 발생할 것입니다. 정부의 거리두기 단계를 넘어서 국민들께서 적극적으로 행동하여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가급적이면 대면활동을 최소화하여 주시고 불가피한 모임 속에서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을 꼭 실천해 주십시오. 올바른 방법으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과 손 위생도 꼭 지켜 주십시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정부도 의료계도 국민들도 총력을 다해 대응해야 할 때입니다. 부디 힘을 모아 주십시오.

2020년 8월 23일

대한감염학회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대한소아감염학회 대한응급의학회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대한임상미생물학회 대한중환자의학회 대한항균요법학회 한국역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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