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당신들의 유흥이 범죄가 될 때
[세상읽기] 당신들의 유흥이 범죄가 될 때
  • 변정희 (사)여성인권지원센터‘살림’ 상임대표
  • 승인 2020.08.26 21:20
  • 수정 2020-08-26 2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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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신촌 유흥가 풍경.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연관이 없음.gabapentin generic for what gabapentin generic for what gabapentin generic for what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서울 서대문구 신촌 유흥가 풍경.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연관이 없음. ⓒ여성신문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소속 시의원이 성추행으로 고소되었다는 소식을 접하며 또다시 지뢰밭을 걸어가는 심정이 된다. 연이어 터지는 성추문이 당혹스러운 듯, 더불어 민주당은 이례적으로 빠른 공식 사과와 해당 시의원의 제명 결정을 내렸다. 해당 시의원은 무고죄로 맞대응하겠다고 하며 또다시 정치권 공방으로 비화하는 모양새지만, 자영업자 여성에게 가해진 시의원의 추태는 성추행이냐 아니냐의 공방으로 말끔하게 종결될 일이 아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이며, 어떻게 해야 이 사태가 끝이 날까. 재발방지대책과 교육만으로 충분치 않음은 당연하다. 성희롱, 성폭력 사건 해결을 조직 전체가 아닌 여성위원회의 역할 정도로 축소하는 경향도 한 몫 한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남성중심적 정치와 조직문화에서 비롯한다. 남성중심적 조직 문화는 여성을 동료나 한 인간으로 보기보다 성적 대상으로 취급하며 성적인 침해를 일상적으로 저지른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에서 가장 분노스러웠던 점은 업무 시간에, 집무실에서 성추행이 벌어졌다는 것이었다. 여성 노동자의 가장 기본적인 노동권조차 보장되지 않는 현실에 많은 여성들이 분노했다. 그런데 이러한 오거돈의 ‘낮’은, 부산시의원의 ‘밤’과 무관하지 않다.

이런 이야기는 어떤가. 2019년 부산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한 시의원은 다음과 같은 일화를 이야기한 적이 있다. 어느 기업 사장이 말하길, 남성 시의원이면 소위 룸싸롱이나 비즈니스 클럽에서 만나면 되는데, 여성 시의원은 어디서 만날지 몰라 당혹스럽다는 것이다. 이 황당한 말에 여성 시의원은 그 업체 사장에게 “그냥 의원 집무실로 찾아오면 된다”고 일러주었다고 한다. 과연, 기업의 접대비 중 유흥업소에 쏟아 붓는 돈이 1조원이 넘는 나라(2016년 통계)의 흔한 풍경이다.

한편, 술자리에 ‘접대부’가 등장하는 한국의 유흥업소는 여성에 대한 성적 침해, 성적 대상화를 기반으로 하며, 성착취와도 연결되어 있다. 고(故) 장자연씨 사건과 김학의, 버닝썬 게이트를 통과하는 것은 ‘성접대’를 통한 여성에 대한 착취이며, 위 일화는 남성들에게 이것이 얼마나 익숙하고 만연한지를 반증한다. 여자의 몸에 대한 성적 침해가 놀이가 되고 유흥이 된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문화는 남성들이 살아가는 일상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2019년 여성가족부의 성매매 실태조사에서 성구매 경험을 한 남성의 비율은 42.1%에 달했다. 박혜정은 『성노동, 성매매가 아니라 성착취』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성착취 업소에서 여자의 몸을 사서 농락해 본 남자들은 직장 여성 동료들의 몸도 쉽게 대상화하며 남성 중심적인 직장 문화를 만든다. (...) 쉽게 말해서 돈 몇만 원을 내고 여자를 자기 배 밑에 깔고 자기 멋대로 이용해 그 여자의 가장 사적인 부분을 침해해 본 남자가 직장에서 자기 여자 동료를, 가정에서 자기 아내나 누이 혹은 딸을 동등한 인간으로 보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집무실에서, 음식점에서, 그저 일상적인 공간에서 남성들이 여성을 대하는 태도는 ‘접대’나 ‘유흥’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지는 일상적이고 광범위한 성착취 문화의 결과다. 여성의 팔과 어깨를 쓰다듬었을 뿐인데 성추행으로 몰리는 것이 억울한가? 일상적으로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취급하는 이 만연한 토대가 사라지지 않는 한, 그 반대의 경우를 생각하기란 불가능하다. 게다가 이러한 성추행과 성희롱은, 이제야 법의 심판을 받기 시작했을 뿐이다. 성착취를 근본 바탕으로 하는 유흥과 접대 문화에 대한 근본적인 단절과 정치권의 해결책 없이는 이 문제는 끝없이 반복될 것이다. 당신들의 낮은, 당신들이 유흥이라는 이름으로 향유하는 밤과 다르지 않고, 그것이 이미 범죄다. 

변정희 (사)여성인권지원센터‘살림’ 상임대표
변정희 (사)여성인권지원센터‘살림’ 상임대표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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