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결식이 열리는 가운데 민주당 의원들이 헌화 후 묵념하고 있다. ⓒ여성신문·뉴시스
13일 오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결식이 열리는 가운데 민주당 의원들이 헌화 후 묵념하고 있다. ⓒ여성신문·뉴시스

‘여성들은 더불어민주당에 실망했다.’

민주당 여성 지지율이 하락한 현상은 이 문장으로 설명할 수밖에 없다. 최근 민주당 소속 부산시의원의 성추행 의혹이 불거졌다.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들의 성비위 문제가 발생해 국민적 공분을 산 직후다. 죄송하다는 말도 죄송할 지경이다.

등 돌린 여성들

‘왜’ 실망했는가. 근본적인 답은 민주당의 ‘태도’에 있다. 성비위 의혹이 불거졌을 때, 당의 신속하고 단호한 대응은 매우 중요하다. 그간 우리 당은 성비위에 있어서 무관용 원칙을 천명해왔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사태에서 민주당이 미흡한 대응을 보였다는 것이 중론이다. 당이 주저하고 머뭇거렸던 순간들이 누군가에겐 상처이고 절망이었다. 정치가 약자의 손을 잡아 주리라는 기대가 판판이 깨지는 순간을 마주했을 것이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때에는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으로 지칭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당에 몸담은 많은 분들의 마음이 어려웠음을 잘 안다. 오랜 시간 함께한 동지를 갑자기 잃었기 때문에, 심적 고통 속에서 균형을 잡기 쉽지 않았던 시기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는 마땅히 ‘피해자’로 불려야 했다. 정치는 마땅히 약자의 편에 서 있어야 했다. 빠른 속도로 시작된 2차 가해와 신상털기, 가짜뉴스 유포로 고통 받는 피해자를 보호하는 목소리를 좀 더 신속하게 냈어야 했다. 민주당이 보여준 태도가 불확실했고 불안정했으며, 미온적이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민심은 따뜻하면서도 냉정하고, 예측할 수 없으면서도 정확하다. 여성들은 그렇게 민주당을 떠나갔다.

성평등 교육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성평등 교육 강화. 성비위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나오는 해결책이다. 분명 교육을 통해 성인지감수성이 학습되고, 개인이 그동안 범해왔던 오류를 일부 바로잡을 순 있을 것이다. 하지만 완벽한 해답이 될 순 없다. 교육이 365일 매일 진행될 수 없을뿐더러, 일회성 교육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교육받은 내용을 내면화시키지 않는 이상 드라마틱한 변화는 결코 없다. 끊임없는 ‘자기 검열’의 길을 가는 건 결국 개인의 몫이다. 교육은 기본값이다. 성평등 교육 확대 및 의무화는 당연한 기본 과제고, 더 근본적이고 지속가능한 해결책이 필요하다. 당은 제도를 정비하고 시스템을 구축해 선명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이미 당내 여성의원들이 개선책을 마련해 당에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첫째, 당은 공천에서 가장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공천 과정에서 성폭력 가해자 또는 가해자로 지목될 경우 원천 배제시켜야 한다. 덧붙여 공천 과정에서 후보자의 검증이 더욱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짧은 공천 면접 시간을 늘려 후보자별 심층 검증의 시간 확보가 필요하다. 이는 인재영입에도 동일하게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 민주당 내 신설되는 윤리감찰원에 실무인력을 대거 배치해 젠터폭력신고센터의 상시 운영을 실질화해야 한다. 의도가 아무리 좋아도 실무를 소화할 인력과 운영예산이 충분치 않다면, 개점휴업상태에 접어들 것이 분명하다. 윤리감찰원이라는 새로운 시도가 끝까지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선 전폭적 지원이 절실하다. 세 번째로, 당내 실무 기구 중 여성국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 여성 정치인의 발굴에 힘을 쏟는 건 물론, 당내 젠더 이슈를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능도 함께 할 수 있어야 한다. 젠더이슈가 주요 논의의 장에 오를 때, 벼락치기식 문제 해결이 아니라 근본적 문제 해결이 가능할 것이다. 여전히 남성의 전유물로 존재하는 정치의 성 불평등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다음 단계로의 진일보는 불가하다.

새 지도부의 과제는 새로운 민주당을 만드는 것

어디에도 완벽한 정당은 없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특히 성인지감수성·젠더문제에 있어서 여전히 취약하다. 문제다. 그러나 문제임을 알기에 고칠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희망을 본다. 망가진 집의 일부를 고쳐 쓴다는 생각은 버리고, 아예 근본부터 새롭게 튼튼히 집을 짓는다는 마음으로 임해야 제대로 바꿀 수 있다. 이제 ‘통절한 사과’ 그 이후의 이야기를 쓸 때다.

박성민 더불어민주당 청년대변인.
박성민 더불어민주당 청년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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