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꽃

~21-6.jpg

소설 속 주인공들이 간 길을 되짚어 멕시코까지 여행하고 과테말라에 자리 잡고 썼다는 이 소설은 습기가 말도 못하고, 허망함이 그에 뒤지지 않는다. 1905년 제물포 항에 정박한 영국 기선 일포드 호는 조선인 103명을 싣고 멕시코로 떠난다. 거기엔 피리 부는 내시와 도망중인 신부, 옹니박이 박수무당, 노루피 냄새의 소녀, 가난한 황족과 굶주린 제대 군인까지 온갖 부류의 인간들이 탔다. 새땅에서 열심히 일해 부자가 되어 4년 만에 돌아오리란 꿈은, 애니깽이라 불리는 에네캔(용설란) 농장 노예생활로 굴곡을 그린다. 거침없어 한 번 잡으면 놓기 힘들다. 대하 역사극 한 편도 이보단 짧지 않을까?

김영하 지음/ 문학동네/ 8000원

부모와 아이 사이

@21-7.jpg

부모와 아이 사이엔 사랑만 있는 게 아니다. 동동배가 떠있는 강이 있다. 그 강을 넘는 방법을 일러주는 책이다. 그래서 저자가 보기에 아이가 학교에서 야단맞고 마음 상해왔을 때 부모가 할 일은, 부모는 그 체벌이 정당했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아이의 상한 마음을 이해해주는 자세다. 그리하여“감정 이입, 곧 감정을 이해해 주는 능력이야말로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하고 값진 요소”이며, “처벌은 버릇없는 행동을 조장한다”고 주장한다. 참으로 어려운 진리지만 진리는 진리다. 부모와 아이 사이에는 끝없는 인내와 성찰과 노력이 필요한 게 아닐까?

하임 G. 기너트 외 지음/ 양철북/ 9800원

섹스를 하느니 차라리 외식을 하겠다

~21-8.jpg

섹스, 하면 자던 남자도 벌떡 일어나게 만든다는 인간이 지닌 주체 못할 욕망 중의 하나건만, 대관절 어떻길래 차라리 외식을 하겠다고 말하는 걸까? 결국 섹스리스 커플 탈출비법이다. “매번 오르가슴에 오르는 섹스는 가능할까?”는 관두고, “섹스는 하고 사시나요?”하고 결혼한 부부에게 물어도 이상하지 않은 시대, 이제 문제는 섹스리스 탈출이다. 탈출은 그냥 하나? “훌륭한 섹스에는 연습이 필요한 법이다.” 그 연습도 연습 나름이고, 어떻게 하는 게 올바른 연습이라는지 온갖 사례를 들며 알려준다. 남편만 보면 에브리데이 생리중을 외치는 여자들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D. 클레어 허친스 지음/ 제우스/ 7800원

젖은 신발

@21-9.jpg

잡을 수 없는 것만큼 아름다운 건 없다. 그래서 일곱 빛깔 무지개는 아름답고, 지나버린 추억은 아름답다. '너무 멀리 와서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그리운 날들에 대한 기록'이란 부제처럼 <객주>의 소설가 김주영이 빛바랜 과거 이야기를 풀었다. 처음이다. 다큐멘터리 1세대 사진가 임인식이 거기에 사진을 얹었다. 1939년생답게 이야기는 오래된 한국 근대 소설을 보는 느낌이다. 이야기꾼답게 아련한 감상류는 아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에피소드 버전이라도 보는 느낌이다.

김주영 지음/ 김영사/ 8900원

노멀한 사람이 스페셜하게 성공하기

~21-10.jpg

아침에 눈을 뜨면 더듬듯이 커피메이커를 찾아 커피를 올리고, 갓 뽑아낸 커피를 홀짝이며 창문 너머 한강을 바라보며 오늘 있을 미팅과 인터뷰를 생각한다. 이건 희망사항이다. 실은 시끄러운 알람 소리에 벌떡 일어나 샤워하고 뛰어나가기 바쁘다. 그런데 성공을 위한 완벽 지침서인 이 책은 말한다. “아침을 맞이하는 첫 몇 분의 순간들이 당신이 깨어있는 나머지 시간들을 좌우한다.”이크 하는 순간 이 책은 묻는다. 미래가 찌든 냄비처럼 암울한가? 노멀한 사람이 스페셜하게 성공하기 위한, 스페셜한 노력의 내용을 알려주는 책이다.

빌리 아스먼트 지음/ 진명/ 8000원

조은미 기자

gabapentin generic for what gabapentin generic for what gabapentin generic for what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