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미형 국어문화원연합회 회장
상명대학교 한국언어문화학과 교수·한국공공언어학회 회장
“국내 정책용어의 수준… ‘매우 나쁨’”
“정부 부서마다 국어 전문가 있어야 한다”

18일 오후 서울 서대문 한 가페에서 김미형 국어문화원연합회회장은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1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부근 카페에서 김미형 국어문화원연합회회장이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국어는 우리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인 동시에 소통의 통로이다. 특히 공공언어는 국가와 국민을 이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어려운 외래어·한자어로 만들어진 공공언어는 세대를 불문하고 거리감을 느끼게 해 문제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국민을 위한 국어 환경을 만드는 일에 앞장서고 있는 김미형 상명대학교 한국언어문화학과 교수를 서울 서대문구 여성신문 본사 근처에서 만났다. 그는 현재 한국공공언어학회 회장과 (국어문화원연합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7년 국어문화원연합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우리나라의 국어에 대한 관심과 노력은 현재보다 훨씬 더 높아져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감했고 더욱이 위기의식마저 느꼈기 때문에 연합회 회장을 맡기로 생각을 했다. 당시 우선 공무원과 기업이 국민을 배려하는 국어 환경을 만드는 일에 앞장서는 정상적인 국가기반을 마련하는 일에 힘을 쏟고, 나아가 국민의 국어사용 능력을 높이는 일을 꼭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어 관심은 언제부터 시작됐나.
“초등학교 때부터 국어 교과목을 워낙 좋아했다. 글짓기도 좋아했고 시와 소설 읽는 것도 좋아했다. 단어 하나의 의미, 미묘한 문장 표현의 차이 같은 게 참 재미있게 느껴졌다. 고등학교에 와서는 중세국어를 배우면서 과거의 글에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어 국어 전공으로 대학에 왔다. 대학에서 여러 국어국문학 과목을 배우면서 국어를 학문적으로 더 연구해야겠다는 의지가 생겼다.”

현재 국내에서 쓰이고 있는 정책용어의 수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한때 서울시에서 우리말 정책용어를 열심히 썼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만 해도 ‘참 바람직하다’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국제도시를 지향하는 것 같다. 영어 이름을 많이 쓴다고 국제도시가 되는 건 결코 아니다. 지방자치단체도 마찬가지다. 도시마다 외국어 일색으로 도시를 알리는 문구들을 만들었다. 그리고 영어 알파벳으로 써서 높이 걸어 놓았다. 누구를 위한 대한민국인지 참 너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은 인권위에 청원해야 한다. ‘내가 사는 대한민국인데 왜 우리말 안 쓰고 배우지도 않은 어려운 말 써서 나를 무식한 사람으로 만드느냐고’. 일반화해 말하는 것이 심혈을 기울여 우리말로 용어를 만들어 쓰려는 많은 분들을 무시하는 게 되겠지만 통계적으로 보면 ‘매우 나쁨’이라고 생각한다.”

어려운 정책용어 문제는 해외보다도 국내에서 더욱 심하다.
“다른 나라는 외국어를 바로바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표기를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새로운 물건이 들여왔을 때 그 발음을 표기할 수 없다. 한글은 워낙 잘 만들어진 음소문자라서 소리를 다 표기할 수 있고 표기해 놓았을 때 가독성도 좋다. 그러면서 일단 한글로 표기했고 이 글자를 다 읽을 수 있으니 그대로 써도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좀 더 거시적 관점에서는 이 단어가 우리 사회 구성원에게 어떤 난이도를 가질 것인가를 고려하지 않게 된다. 미국에서는 우리나라의 냉면, 비빔밥, 잡채 등을 영어 알파벳으로 표기해서 쓴다. 그러나 한국으로부터 또 외국으로부터 들어오는 많은 문물과 개념을 마구 그 발음 그대로 들여오지는 않는다.”

18일 오후 서울 서대문 한 가페에서 김미형 국어문화원연합회회장은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18일 오후 서울 서대문 한 가페에서 김미형 국어문화원연합회회장은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정부에서 어려운 정책용어를 쓰는 것도 문제지만 더 넓게 봤을 때 교육 등 근본적인 체계 문제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현재 우리나라 국어 상황은 총체적 어려움을 안고 있다. 우선 이 시대가 외국어가 범람하는 상황이라는 것, 그리고 우리가 국어를 제일로 여기며 국어를 자유롭게 활용하며 좋은 착상도 많이 할 수 있는 국민 실력을 기르고 있지 않았다는 것 등이 문제다. 그렇게 보면 교육과의 연관성은 매우 긴밀하다. 그럴 수 있도록 초등학교·중학교 공교육에서 국어 교육을 더욱 다양하게 하고 강화해야 한다. 또 국민 평생 교육으로 국어 교실을 활성화해야 한다.”

최근 여성신문 자체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일반인 수준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정책 표현은 국민의 정책 관심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97.1%가 ‘그렇다’라고 답변했다.
“동의한다. 바쁜 세상에서 알 수 없는 표현이 나오면 조금 궁금해 하다가 그냥 지나간다. 누가 그걸 알아보려고 시간을 내고 노력을 할까. 각 지방자치단체나 기업에서 ‘바우처’라고 하며 이용권을 활용한 복지 정책을 펴는데 이 말을 듣고 과연 자신이 누릴 행복을 얻으려는 동작으로까지 잘 이어질지 의문이다. 나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생각하고 그냥 지나치기 쉽다.”

우리말에도 낯설고 잘 쓰이지 않는 말들이 있어서 외래어·한자어보다 어렵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우리말에 낯설고 잘 쓰이지 않는 말이라 해도 외국어보다는 쉽다. 외국어는 일단 생리적으로 우리의 익은 발음으로부터는 너무 낯선 것들이다. 쉽게 느껴지는 한자어까지도 쓰지 말자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우리말의 많은 부분이 한자어다. 우리말 조어에 사용된 한자와 그 한자들로 만들어진 한자어는 그냥 우리 단어다. 다만 잘 쓰지 않았던 어려운 한자어들이 있다. 예를 들어 ‘게첨, 견양, 단차, 확도, 개보, 예타, 차폐’ 같은 단어들을 쓰지 말자는 것이다.”

국민과 정부의 공공언어 인식 차이를 줄여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마다의 격차도 존재한다.
“국어 관련해서 국민 격차를 전격적으로 조사해본 적이 사실 없다. 어쩌면 국민의 국어 사정은 정부로부터 외면받아 왔던 것이다. 정부 부서와 언론에서는 영어 배운 사람도 모를 새 외국어들을 들여다 쓰고 중요한 정책에서도 그대로 써버린다. 부서가 다르면 공무원들도 모를 말들을 업무라고 하는 이 상황을 두고 국민 격차를 따질 일은 아니라고 본다.”

어려운 말을 쉬운 말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나.
“정부 부서마다 국어를 잘 알고 국어 실력을 갖춘 인재들을 두면 좋겠다. 그리고 모든 일에 국어 표현이 들어가니 약방의 감초처럼 일을 함께하도록 제도를 만들면 좋겠다. 지금도 부서마다 국어책임관이 계시지만 그분들도 너무 괴롭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공공언어 쉽게 쓰라는 얘길하는데 부서 상관들은 쓰던 말이 아닌 쉬운 말 쓴 것에 낯설어하며 결재를 안 한다. 몇 년 전 문화재 안내판 정비 사업에서 디자인만 고치는 일을 했다. 왜 그 일을 할 때 문화재 안내 글을 함께 고쳐야 한다는 생각을 못 한 걸까. 다행히 다시 사업 책정이 되어 안내 글을 쉽게 고치는 작업이 시작되었지만 지금보다 더 전격적으로 지원을 해야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공공언어 쉽게 쓰기 문제를 제대로 할 수 있는 토대를 더 탄탄히 마련해야겠다. 우리 역사에서 국어운동을 위해 갖은 애를 쓰셨던 선배님들, 그리고 전국 국어문화원 선생님들과 함께 슬기를 모으고 문체부 국어정책과를 비롯하여 국립국어원과 잘 소통하면서, 국민의 알 권리가 존중되는 사회, 그리고 국민이 열린 공간을 통해 생각과 의견을 자연스럽게 잘 말하고 쓸 수 있는 국어 문화의 활성화, 이 두 가지를 이루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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