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수정 함께 만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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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덕, 내 탓'. 김미희(37) 민주노동당 성남 수정지구당 위원장이 16년째 지켜오는 원칙이자 소신이다. 명문대 출신 약사의 안락을 일찌감치 버린 것이나, 남들 보기에 '심란'할 것도 같은 서울 변두리에서 줄기차게 평등과 통일을 외친 것은 모두 나보다 남을 위한 일이었다.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원칙'은 그를 2선의 지방의원으로 이끌었고, 서민도 사람답게 사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교과서적(?)인 '소신'은 3선의 여당 의원에게 도전장을 던지는 뚝심을 만들어줬다. 내부경선 과정이 남아 있지만, '이변'이 없는 한 김 위원장은 내년 총선에서 이윤수(민주당) 현 의원과 맞붙는다.

“어렸을 적부터 남 얘기를 잘 들었대요. 정치도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국민이 나라의 주인답게 권리를 보장받도록 하는 것, 7년 동안 했는데 그리 쉽지는 않더군요. 더 큰 정치를 위해 총선출마를 결심했습니다.”

2·3대 시의원 시절 명성

어릴 때부터 고교 때까지 줄곧 반장을 지내고 서울대 약학과에 들어갈 때까지 김 위원장은 '촉망받는' 예비약사였다. 3학년 때 늦깎이로 학생운동을 시작해 약대 학생회장이 된 그는 같은 해 10월 건대항쟁으로 불리는 '전국반외세반독재애국학생투쟁연합' 결성식 사건으로 옥고를 치르고 편한 삶과 거리가 먼 길을 걷게 된다.

“집행유예로 나와 어떻게 살까를 많이 고민했죠.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만들자, 그러면서 선배를 따라 성남에 들어왔어요. 학업도 다시 시작했고요.”

87년 대선패배의 아픔을 뒤로 한 김 위원장은 지역운동을 결심한 뒤 88년 성남교회(성공회)에서 야학 강학(교사)을 시작했다. 91년엔 7년 만에 학교를 졸업하고 이듬해 성남에 정착했다. 그 뒤론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성남터사랑청년회' 활동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르던 때였다.

지역단체들의 추천과 지원으로 성남시의원에 당선된 게 95년. '운동권 약사'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그는 현장의 소리를 귀담아 듣는 남다른 의정활동으로 98년 재선에 성공했다. 틈틈이(?) 나가던 약국은 의원 일에 집중하기 위해 96년 일찌감치 접었다.

“막상 시의원이 돼 일을 해보니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어요. 서민들이 많은 곳이다 보니 보건복지 현안이 많았죠. 하지만, 현안을 푸는 데 한계가 있었어요.”

지방의원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고 본 김 위원장은 지난해 6.13선거 때 경기도의원에 출마했다. 쓴잔을 마시긴 했지만, '가능성'을 확인한 선거였다. 유효투표수 4만여표 가운데 25%인 9800여표를 얻은 것. 당선자와는 불과 3000여표 차이였다.

“내년 선거는 해 볼만 합니다. 성남이 진보세가 큰 곳이고, 조직도 잘 돼 있거든요. 서민을 대변하는 민노당의 이미지를 잘 알리고, 투표에 무관심한 이들만 끌어들이면 승산 있습니다.”

강력한 경쟁자인 이윤수 의원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를 외치며 탈당했다 복당한 인물. 올해 들어선 뇌물수수 건으로 재판이 진행되고 있어 이래저래 지역구민의 인심을 잃고 있다는 게 김 위원장의 판단이다.

“현안을 풀 대책을 만드는 게 선거전략이죠.” 성남엔 최근 2개밖에 없던 종합병원이 동시에 폐업하거나 휴업했다. 26만명 주민의 의료환경에 심각한 구멍이 생긴 것. 해당 병원 노조와 함께 병원되살리기 운동을 벌일 작정이다.

“10년 안에 새 세상 만들 터”

또 한 가지는 열악하기로 이름난 수정구의 주거환경을 고치는 일. 60년대 철거민이 대거 이주해 급조된 수정구에 녹지·문화시설을 만들고, 도시계획도 짜임새 있게 세운다는 구상이다. 복정동, 수진이고개에 모여드는 일용노동자나, 사납금제도에 허덕이는 택시노동자를 위한 대책도 고민 중이다.

“여성의원으로서 7년 동안 줄기차게 해온 게 있어요. 보육문제 해결, 일자리 창출, 사회교육이죠.” 공립 보육시설을 늘리면, 육아와 일자리 창출이 함께 해결되고 그것이 곧 삶의 질을 높이는 지름길이라는 김 위원장. 끼니를 걱정하는 서민을 위한 '공립식당', 여성을 대상으로 한 사회·역사 교육 등 독특한 구상도 다듬고 있다.

정작 자신의 현안은 어떻게 해결할까. “세 살 난 딸은 지역단체가 만든 놀이방에서 밤 11시까지 있어요. 남편이 사업도 하고, 식당도 해서 먹고 살죠. 친정 도움도 좀 받구요. 최근엔 시간제 약사로 다시 일합니다.” 남편은 그의 지구당 상근 사무국장이다.

“미국 입김이 너무 세지 않나요. 외세의 간섭 안 받고, 정말 국민을 위하는 정부를 만들어야죠. 그래야 통일도 되구요.” 김 위원장의 꿈이다. 언제쯤 이뤄질까. “10년 안에 이룰 자신 있습니다.” 그의 새 신념이다.

▲66년 전남 목포 ▲84년 서울대 약학과 입학 ▲86년 약대 학생회장, 10월 '건대항쟁' 사건 구속 ▲92년 성남 터사랑청년회 ▲95~02년 제2·3대 성남시의원 ▲02년 6.13지방선거 경기도의원 출마, 민주노동당 수정지구당 위원장 ▲03년 자주여성회 부회장

배영환 기자ddarijoa@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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