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학왕' 여성관 논란에도
일주일 넘게 묵묵부답
방심위도 패널티 없는 상황
2004년 오픈 이래
폭력성·선정성·표절 문제에도
“개선하겠다”말만

19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웹툰 본사 앞에서 기본소득당 젠더정치특별위원회 외 7 단체가 '여혐왕 기안84 네이버 웹툰은 혐오장사 중단하라" 기자회견을 열고 한 활동가는 '네이버 웹툰이 옹호하는 가치 혐오할 자유'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있다. ⓒ홍수형 기자
기본소득당 젠더정치특별위원회 외 7 단체가 19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웹툰 본사 앞에서 '여혐왕 기안84 네이버 웹툰은 혐오장사 중단'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네이버 웹툰 측에 기안84의 ‘복학왕’을 연재 중단하고 소수자 혐오적 작품에 대한 패널티 부과 및 검수 조항 신설을 요구했다. ⓒ홍수형 기자

 

 

‘네이버 웹툰’의 명암이 짙다. 지난 2일 네이버 웹툰이 업계 최초로 웹툰 유료 콘텐츠 하루 거래액 30억원을 기록했다. 월간 순 방문자 수도 6500만명을 훌쩍 넘는다. 그러나 최근 여성혐오 논란을 부른 기안84(35·김희민)의 웹툰 ‘복학왕’이 바로 이 네이버 웹툰 1위라는 점을 보면 과연 1위 기업으로서 얼마나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작품을 대하고 있는지 의문을 던진다.

19일 만화계성폭력대책위원회를 포함한 시민단체들이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웹툰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네이버 웹툰이 여성혐오와 소수자 혐오를 방관해온 실태를 규탄했다. 이들은 네이버와 네이버 웹툰에 기안84의 ‘복학왕’을 연재 중단하고 소수자 혐오적 작품에 대한 패널티 부과 및 검수 조항 신설을 요구했다. 이들은 네이버 유저 1167명의 서명을 담은 요구안을 네이버 웹툰 본사에 제출했다.

기자회견과 요구안 제출이 있었지만 네이버 웹툰은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네이버 웹툰 관계자는 “당연히 작품 공개 전 담당자가 사전 검수를 하고 검수를 거치지 않는 작품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관련한 검수에 대한 매뉴얼 공개는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검수에도 불구하고 문제적인 장면과 내용이 그대로 공개 된 까닭에 대한 답변은 회피했다. 네이버 웹툰이 일으킨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4년 첫 서비스 개시 후 성적 대상화, 폭력성, 선정성, 표절, 작가의 노동권 문제 등 갖은 문제들이 수많은 작품을 통해 터져나왔다. 네이버 웹툰은 매번 “개선하겠다” 이상의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타 웹툰 플랫폼 관계자는 네이버의 반응에 대해 “당연한 반응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수정 전 문제 장면을 그대로 뒀어도 사실 네이버나 기안84는 어떤 제재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문제적인 작품을 규제 할 방법도 해당 플랫폼에 징계를 할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

기안84 ‘복학왕’ 논란 장면들. ©복학왕
기안84 ‘복학왕’ 논란 장면들. ©복학왕

 

논란이 일어난 12일부터 18일까지 방송통신심의 위원회에 접수된 ‘복학왕’과 관련된 민원은 이날 기준 15건이다. 대부분의 민원 내용은 ‘복학왕의 내용이 여성혐오적이므로 제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방심위 관계자는 “웹툰의 경우 자율규제 형태로 심의를 하기 때문에 방심위에서 직접 심의하지 않고 들어온 민원 중 내용을 선별해 웹툰자율규제위원회로 보낸다”고 밝혔다. 

웹툰자율규제위원회는 한국만화가협회가 만든 심의기구로 2012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위원회에 참여하는 플랫폼은 네이버 웹툰, 다음 웹툰, 레진, 미소설, 미스터블루, 배틀코믹스, 저스툰, 케이툰, 탑툰, 투믹스, 미소설 등 10개사로 이들 플랫폼의 작품이 협약 대상이 된다. 문제는 위원회는 어떠한 법적 권한도 없고 방심위는 위원회에서 의견서를 제출 받더라도 해당 웹툰을 서비스하는 플랫폼에 어떤 불이익도 줄 수 없다는 점이다.

한국만화가협회 관계자는 “웹툰자율규제위원회를 열면 거기서 수정 사항 등을 플랫폼 측에 전달하고 작가가 이를 받아들여 수정하는 게 보통”이라며 “현재까지 자율규제위원회에 회부된 안건 수나 작품 수는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도 자체 규제 가이드라인 등에 대해서는 공개를 거부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뉴시스.여성신문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뉴시스.여성신문

 

 

이번 ‘복학왕’ 사태는 웹툰의 현행 연재 시스템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12월 콘텐츠진흥원의 발표에 따르면 웹툰 작가들의 하루 평균 창작 노동 시간은 10.8시간에 달하며 주중 평균 노동 일수는 평균 5.7일에 달했다.

19일 네이버 웹툰은 북미에서 서비스 하다 인기를 얻어 역수입한 웹툰 ‘로어 올림푸스’를 공개했다. ‘로어 올림푸스’는 현재 연재 중인 여타 네이버 유사 장르 웹툰 분량의 절반에 불과하다. 미국 서비스 당시 유료분의 가격은 한화로 600원에 달했다. 같은 분량을 서비스하는 한국에서의 가격은 200원에 불과하다. 이러한 차이는 결국 웹툰 작가들에게 고강도 노동을 하게 만들고 작품을 위한 공부나 취재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주간 마감이라는 점도 악수다. 웹툰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마감일은 빠른 경우 공개 2일 전, 일반적으로는 공개 1일 전이다. 약 6일간 작업해 공개 1일 전 마감해 담당자에 작품을 송고하고 바로 다음날 공개하는 지금의 시스템 속에서 담당자가 꼼꼼히 검수하고 수정을 작가에게 요구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재민 만화평론가는 네이버 웹툰의 책임과 폐쇄성을 비판했다. 네이버 웹툰이 작가를 보호하기는커녕 비판의 방패막이로 쓴다는 것이다. 이 평론가는 “작가들도 책임이 있다. 자신이 누구에게나 공개되는 네이버 웹툰에 작품을 연재한다면 창작 윤리를 지켰어야 한다”면서도 “지금까지 네이버 웹툰은 작품 검수에 대한 책임이 분명히 있으면서도 작품이 문제시 되면 수정해서 넘어가고 작가에게 사과문을 쓰도록 반복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수 년간 네이버 웹툰 만큼 수많은 논란을 일으킨 플랫폼이 없다. 1위기업이어서도 있겠지만 그만큼 작품에 대한 책임을 방기했다는 증거기도 하다”고 말했다.

성수현 만화계성폭력대책위원회 대표도 네이버 웹툰에 문제를 제기했다. 신 대표는 “네이버 웹툰은 대다수의 작품이 전 연령이 볼 수 있도록 서비스되고 있다”며 “작품 속 혐오를 그대로 학습하여 재생산할 수 있는 상황임을 네이버 측은 명백히 알고 구체적 개선안을 내놔야 한다”고 비판했다. 신 대표는 네이버 측에서 소속 작가들에 대한 구체적인 윤리 및 성인지 교육을 실시하고 약자 혐오적 내용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수정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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