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메시지, 질본으로 일원화해야
코로나19 시대 다시 급격 악화
특정 집단 책임 전가하면
상황 제대로 못 읽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목사가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 관련 1차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목사. ⓒ뉴시스·여성신문

안정기로 들어선 듯 보이던 코로나 사태가 다시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다.

지난 8월 15일 광화문 집회에 참석했던 다중을 통한 전염은 코로나 확산 초기 대구의 위급했던 상황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광화문 집회의 주요한 세력이었던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 숫자 증가세와 범위로 인해 안정적인 사회 복귀를 희망하던 많은 국민들이 낙담하고 불안해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일부 교회의 상황은 매우 우려스럽”고, 이는 “국가방역시스템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자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용서할 수 없는 행위”이며, “국민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대단히 비상식적인 행태”라는 메시지를 국민에게 내놓았다.

그러나 15일 이전부터 위기를 알리는 경고음은 있었다. 광화문 집회 이전인 8월 14일에 이미 103명의 신규환자가 발생했다. 지역 감염에 의한 숫자로는 4개월 만의 최대였다. 확진자들은 주로 수도권 거주자였고, 정세균 국무총리가 수도권 내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상향 조정하는 것을 고려할 정도로 심각성이 공유된 상태였다. 보건당국 및 관계부처가 이날의 상황을 더욱 위험하게 받아들인 이유는 이들 가운데 감염경로가 파악되지 않는 경우가 13.4%나 됐기 때문이다. 흔히 ‘깜깜이 환자’라고 불리는 이들은 감염의 원인처가 파악되지 않기 때문에 적절한 차단과 방역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경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집회가 열릴 수 있게 한 상황에 대해서는 분명한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지금까지 정부가 방역에 구멍이 나면 특정한 집단을 지목해 책임을 전가하는 식으로 상황을 돌파해왔다는 의혹을 떨칠 수 없다. 코로나 확산 초기 신천지 교회가 그랬고 이태원 클럽이 그랬다. 원인으로 호명된 집단들을 비난하고 사회적 제재를 가하는 것으로 정부의 소임이 한정될 수는 없음에도 불구하고, 매번 방역 시스템에 대한 점검보다는 일시적 화풀이 대상을 만들어 국민들의 공포를 돌리고 상황에 대한 경각심만을 높이고 있는 듯 보인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이 1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대본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이 1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대본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작금의 상황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나. 전문가들은 현재 위험 상황의 ‘티핑 포인트’로 정부가 교회 소모임 집합금지 명령을 해제한 날을 꼽는다. 박능후 장관은 지난 17일 ‘JTBC 뉴스룸’ 인터뷰에서 “교회 소모임 금지를 해제한 것이 대략 3주 정도 되는데, 소모임 금지를 해제하고 2주 지나서부터 교회발 집단감염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교회 소모임 금지를 풀지 말고 “강화했어야 되는 것 아닌가 판단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박능후 장관은 “소모임 금지를 해제해 달라는 교계의 요청이 아주 강했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있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교회 방역강화조치 해제’ 뿐만이 아니다. 스포츠 경기 관중 입장도 제한적으로 풀렸고, 지난 14일에는 내수진작을 위한 ‘대국민 소비진작 캠페인’이 시작됐다. 9월과 10월 사이에 국내 숙박에 대해 최대 4만 원을 지원하고, 2만 원 이상의 외식을 하는 경우 6번째에는 1만 원을 돌려준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러한 정책을 접한 국민들은 상황을 낙관적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이 외에도 정부는 경제 악화를 우려해서였는지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를 여러 차례 보냈다. 주로 대통령의 발언을 통해서였다.

지난 7월 20일 올라온 문재인 대통령 SNS 캡처본 ⓒ문재인 대통령 트위터 캡처
지난 7월 20일 올라온 문재인 대통령 SNS 캡처본 ⓒ문재인 대통령 트위터 캡처

안타깝게도 대통령이 희망을 말할 때마다 코로나 사태는 다시 심각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월 기업 총수들과의 간담회에서 “코로나19는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반면에 방역 실무자인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아직도 예의주시해야 하는 상황”이고 “소강국면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했다. 며칠 뒤 대통령의 바람과 달리 코로나는 대구, 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크게 번져나갔다. “한국은 그야말로 코로나 19 방역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문 대통령이 발언한 3월 9일에는 서울 구로구 콜센터 집단감염 사태가 벌어져 수도권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7월 20일,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국내 지역감염 확진자 수가 드디어 4명으로 줄었다”면서 "우리는 코로나를 이겨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번에도 대통령의 바람은 한 달도 안 되어 깨졌다.

 

대통령과 정부가 국민 불안을 낮추고, 일상의 회복을 조금이라도 돕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지금껏 정부가 아차하는 순간 코로나는 전 사회적으로 다시 확산됐다. 코로나 전염 사태와 관련한 메시지는 신중히 하고 그 출처 역시 질병관리본부 한 곳으로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 물론 전광훈 목사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묻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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