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경의 미얀마 이야기] 과감한 투자와 혁신이 필요한 미얀마 교육제도
[조용경의 미얀마 이야기] 과감한 투자와 혁신이 필요한 미얀마 교육제도
  • 조용경 전 포스코엔지니어링 부회장
  • 승인 2020.08.22 06:10
  • 수정 2020-08-21 1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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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경의 미얀마 이야기] ⑯

 

2013년 가을, 미얀마의 고위직 인사와 함께 따웅뛴지(Taung Dwin Gyi)라는 도시 외곽의 작은 마을을 방문했다. 아침에 행사장인 마을 사원으로 가니 200여 명이 모였는데, 교복인 흰색 상의와 초록색 롱지를 입은 50여명의 초등학교 어린이들도 있었다. 어린이 교육에 관해 얘기하는 도중, 그는 “이 아이들의 절반은 초등학교를 끝으로 더 이상 진학을 못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따웅뛴지 마을의 초등학교 어린이들. Ⓒ조용경
따웅뛴지 마을의 초등학교 어린이들. Ⓒ조용경

 

충격적인 그 얘기 이후로 미얀마의 교육 시스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미얀마는 19세기 후반부터 60여 년 동안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았는데, 그 기간 동안 영국식의 선진 교육시스템이 잘 구축되었으며, 1948년 이후의 미얀마 교육 시스템은 아시아에서 매우 높은 수준으로 평가를 받아왔다.

1920년대에 세워진 삔우린 시의 St. Michael School. Ⓒ조용경
1920년대에 세워진 삔우린 시의 St. Michael School. Ⓒ조용경

 

그러나 50여 년에 걸친 군사독재를 거치면서 미얀마의 교육 시스템도 황폐화되고 말았다. 1962년 쿠데타로 집권한 네윈(Ne Win) 장군의 영어교육 금지는 군사정권의 우민화(愚民化) 정책을 상징하는 사건이었다. 2011년 유네스코가 조사한 미얀마의 GDP 대비 교육투자 비중은 1%에도 미치지 못했다. 군사정권 당시 확립된 미얀마의 교육과정은 만 5세가 되면 입학하는 유치원 과정 1년을 포함한 초등학교 5년, 중학교 4년, 고등학교 2년, 대학교 3년으로 전체 과정은 14년이었다.

미얀마의 교육시설은 특히 지방의 경우 열악하기 그지없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열악한 시설 확충이나 개선을 위해 학생들에게 음성적인 비용을 부담시키는 경우가 많고, 감내할 능력이 없는 가정은 아동을 중도에 퇴학시키는 경우가 허다하다.

만달레이주 세테인 마을의 초등학교 교사. Ⓒ조용경
만달레이주 세테인 마을의 초등학교 교사. Ⓒ조용경

 

공교육이 이런 식이니, 대도시에 거주하는 군 간부의 자녀들이나 돈 있는 집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따로 과외공부를 받는 경우가 많다. 집안 형편이나 부모의 직업이 일찍부터 아이들의 장래를 결정짓는 불합리한 현상이 고착화되는 것이다. 10여년 전 작성된 유네스코(UNESCO) 통계에 의하면 중학교에 진학하는 학생이 36.5%에 불과하며, 초등학생의 반수 이상이 5학년이 되기 전에 학교를 떠난다고 한다.

미얀마의 교육현장이 당면한 핵심적인 또 하나의 문제는 대우가 열악해 우수 교사의 충원이 어렵다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초등학교 교사의 월급은 15만 쨧(110 달러), 중학교는 16만 5천 쨧(120달러), 고등학교는 18만 쨧(130 달러) 수준이다. 그나마 이것도 아웅산 수치 정부가 들어선 이후 대폭 인상된 결과라고 한다. 대우가 이러니 교육 현장에서의 부정과 부조리가 늘어나는 것이다.

2014년 가을에 방문한 만달레이 주 세테인 마을 초등학교의 경우 16명의 교사 가운데 교장을 제외한 15 명의 교사가 전부 중년여성이었고, 중학교만을 졸업하고 교사가 된 경우도 있었다.

만달레이 주 세테인 마을의 초등학교 교사들. Ⓒ조용경
만달레이 주 세테인 마을의 초등학교 교사들. Ⓒ조용경

 

중소도시 이하의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학생들을 상대로 과외를 하는 일이 부지기수이며, 학생들에게 학용품이나 장난감, 심지어는 국수를 만들어 파는 경우까지도 있다고 한다. 정부도 이런 현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부조리 근절을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쉬운 일은 아닌 모양이다.

2017~2018학년도 각급학교의 신입생 등록이 시작되던 2017년 5월, 교육부가 교육공무원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발표한 포고문에는 “교사는 학부모로부터 어떤 명목의 돈·선물도 받아서는 안되며, 학생들에게 어떤 물건도 팔아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2017~2018 학년도의 신입생 등록을 위한 교육부 포고문. Ⓒ조용경
2017~2018 학년도의 신입생 등록을 위한 교육부 포고문. Ⓒ조용경

 

대도시의 부유층이나 권력층에 속하는 사람들은 자녀들이 수준 높은 교육을 받도록 하기 위해 외국인학교나 사립학교에 보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현재 미얀마에는 3개의 외국인학교가 있다. 외국인학교라고 하지만 미얀마 상류층의 자녀들이 점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의 과정을 운영하는, 미국 국무부 소속의 ISY(International School Yangon)는 입학 시 신청비용 100달러, 등록금 1,000달러, 기부금 4,000달러를 내야 한다. 수업료는 유치원 기준 연간 약 4,000달러, 고등학교는 연간 약 1만8,000달러가 필요한데, 미얀마 경제 수준에서는 엄청난 금액이다.

양곤 시내에 있는 ISY 건물. Ⓒ조용경
양곤 시내에 있는 ISY 건물. Ⓒ조용경

 

근래에는 ISY 입학이 어려워지자 미얀마 인들이 운영하는 YIS (Yangon International School), ISM (International School Myanmar) 등도 인기가 있다.

미얀마의 교육시스템에서 중요성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수도원 교육(Monastery Education)이다.

만달레이에 있는 수도원 학교 학생들. Ⓒ조용경
만달레이에 있는 수도원 학교 학생들. Ⓒ조용경

 

전국에 산재한 수도원들이 교육기관(Monastery Education Center)을 설립, 가난해서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무료 혹은 저렴한 교육을 시켜주고 있다. 과거 왕조시대부터 사찰들이 아이들에게 일반 교육과 함께 종교교육을 시키는 문화가 지금까지도 일정 부분 유지되는 것이다.

미얀마의 교육시스템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고등학교 졸업시험이다. 이 시험은 통상 ‘Grade 11 Test’, 혹은 ‘세딴 사메에쀄(Se Tan Sar May Pwe)’라고 하는데, ‘세탄’은 Grade 10(이전 학제의 마지막 학년)을 의미하며, ‘사메에쀄’는 시험(Test)을 뜻하는 용어이다. 우리의 대학 진학을 위한 수능시험과 유사한 시험인 이 졸업시험에서는 문과와 이과로 구분하여 국어(미얀마어), 영어, 수학 등 6개 과목의 시험을 본다.

세딴 사메에쀄 시험을 마치고 나오는 미얀마 고등학생들. Ⓒ조용경
세딴 사메에쀄 시험을 마치고 나오는 미얀마 고등학생들. Ⓒ조용경

 

이 시험은 전공과목이나 진학할 수 있는 대학을 결정짓기 때문에, 미얀마 젊은이들의 평생을 좌우하는 중요한 관문이다. 총점 600점 중에서, 450점 이상이면 의과 대학, 400점 이상이면 이공계 학과 진학이 가능하다. 400점 이상이면 사관학교 입학도 가능하다. 이 졸업시험은 학교 교육만으로 좋은 성적을 얻기란 사실상 불가능해서, 도시의 경우 많은 학생들이 9학년부터 졸업시험에 대비한 과외를 받는다. 과외는 방과 후에 과목별 교사들에게 별도로 받는 것이 보편적인데, 이런 과외는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전국에서 광범위하게 이루어진다. 그러나 월 3만~6만 쨧까지 하는 과외비 역시 만만치 않은 금액이다.

부유한 집안 학생들은 9학년이 되면 기숙학교(Boarder)에 가서 집중적인 과외공부를 하기도 한다. 기숙학교에 들어가는 학생들은 공립학교에 적만 두고, 1년 내내 기숙학교에 가서 숙식을 하며 공부한다. 학교는 사실상 무용지물인 셈이다.

친 주, 민닷 시내의 기숙학교에서 공부하는 학생들. Ⓒ조용경
친 주, 민닷 시내의 기숙학교에서 공부하는 학생들. Ⓒ조용경

 

기숙학교의 학비는 지역이나 지명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략 1년에 400만 쨧(320만원)에서 600만 쨧(500만원)에 이르는 엄청난 금액이다. 그런데도 대다수 학생이나 부모들이 고등학교 졸업시험에 목을 매는 이유는 그것만이 사회적 신분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사다리이기 때문이다. 미얀마 교육시스템이 뿌리에서부터 무너져 내린 근본 원인은 50여 년 지속되어 온 군사정권의 우민화 정책에 기인한다.

거기에 군사 정권의 반시장경제와 고립주의 정책에 따라 경제가 함께 무너지다 보니, 혁명적 변화와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 한 무너진 교육시스템을 다시 세우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닌 것 같다. 2016년 봄 집권한 아웅산 수치 정권은 교육 개혁과 혁신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라카인 주 시트웨 시의 고등학교 교사, 캠퍼스가 매우 아름답다. Ⓒ조용경
라카인 주 시트웨 시의 고등학교 교사, 캠퍼스가 매우 아름답다. Ⓒ조용경

 

새 정부 출범 이후 한동안 아웅산 수치 여사는 국가자문역이라는 직책 외에도 외무부장관과 교육부장관 직을 겸해서 수행할 정도로 미얀마의 교육 재건에 심혈을 기울였다. 얼마 후 교육부장관 직은 내려 놓았지만, 미얀마 교육제도의 문제와 혁신 과제를 파악하는 데는 충분한 기간이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수치 여사는 가장 먼저 교사의 급여를 대폭 인상하여 교사들이 안심하고 교육에 종사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 학제 또한 기존의 초등학교 5년(유치원 1년 포함), 중학교 4년, 고등학교 3년의 12년 제에서, 초등학교 과정을 1년 늘려서 전체 13년으로 하여 교육의 질적 충실화를 도모했다.

그리고 2016년부터 시작해 2024년까지 9년에 걸친 장기계획을 수립,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에 이르는 모든 교과서를 자유화 시대에 맞게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두르지 않으면서도 국가백년대계를 위한 미래지향적 교과서를 만드는 과업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금년 11월의 총선거에서 아웅산 수치 정권이 재집권하게 된다면, 과감한 투자를 통해 붕괴된 교육 시스템을 재건하고, 열악한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일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관점에서도 필자는 미얀마의 11월 총선거를 비상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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