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춘희 세종특별자치시장
행정중심복합도시 밑그림 그린 장본인
세종시, 아동친화도시·여성친화도시 지정
‘어린이전문병원 설립’ 충남대병원과 협력 중
“고위공직자 성인지 감수성 핵심…상호 존중”
“여가부, 세종시로의 이전 전적 동의”

이춘희 세종특별자치시장이 인터뷰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세종시
이춘희 세종특별자치시장이 인터뷰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세종시

이춘희 세종특별자치시장은 세종시의 행정중심복합도시 밑그림을 그린 장본인이다. 지난 2003년 신행정수도건설추진지원단장으로서 세종시 입지선정·법률제정·도시설계 등 업무 전반을 관여했다. 초대 행복도시건설청장을 역임한 그는 시장직에 2대째 연임 중이다. 최근 세종시 행정수도 이전 이슈로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를 세종시청 시장실에서 만났다.

세종시는 아동·청소년의 비율과 출산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다. 그 비결은.

“세종시는 대한민국에서 투자를 해 만든 도시다. 다른 도시에 비해 녹지공간도 많고 신도시이기 때문에 첨단화돼 있다. 그래서 더 인기가 있다. 전세 가격도 싸서 젊은 분들이 많이 거주해 평균 연령도 낮다. 아이 많은 도시가 될 수 있었던 이유에는 두 가지가 있다. 도시계획을 할 때 학교 중심으로 했기 때문이다. 마을 개념을 도입해 도시 중심에 초등학교 두 곳, 중학교 한 곳, 고등학교 한 곳이 모여 있어 아이들이 큰 길 건너 학교를 다니지 않도록 설계했다. 이 부분은 아이뿐만 아니라 아이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는 굉장히 편리한 점이다. 또 다른 이유는 담장을 없앴다. 아파트 단지 사이에 담장이 있으면 단절 공간이 생긴다. 시는 담장 대신 녹지공간인 산책로를 만들었다. 그러면서 이웃들끼리 서로 인사를 할 수도 있고 부모님이 아이들을 데리고 산책하며 생활하기 좋다는 평을 받는 것 같다.”

2년 전 공약으로 ‘어린이전문병원 설립’을 내걸었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어린이전문병원을 설립하려면 일반병원이 있고 그 다음에 특수병원이 있어야 한다. 여태까지 부끄럽게도 종합병원 자체가 없었다. 불과 한 달 전 이제 하나 만들어졌다. 바로 세종충남대 병원인데 현재 긴밀하게 협력 중이다. 충남대 병원에서 가장 신경 쓴 것은 어린이 담당부서인 소아청소년과다. 병원 1층에 별도 코너가 있고 잘 구성돼 있다. 어린이가 많은 세종시에 걸맞게 어린이 특화병원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 완공이 되지 않아 일부만 개원한 상태이다. 우선 완공에 집중하고 그 이후에 어린이병원을 만들자고 하고 있는 상태다.”

세종시는 2016년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됐다.

“처음부터 아이들과 여성들이 살기 편한 도시가 행복한 도시라고 생각했다. 현재 아동친화도시뿐만 아니라 여성친화도시까지 두 가지에 지정된 상태인데 이 두 과제는 겹치는 부분이 많다. 각각 추진 중이지만 과제들을 함께 보기 위해 추진위원회끼리 잘 협력하려고 한다. 여성친화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여성들에게 물어봐야 한다. 그렇다면 아동친화도시도 아이들한테 물어봐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아이에게 먼저 묻는 것부터 시작해 아동청소년 참여위원회를 만들었다. 현재 4기째 운영 중이며 분야별로 아이들끼리 회의를 해서 숙제를 내주는 것이다. 아이들이 낸 숙제를 어른들이 푸는 것이다. 숙제 검사 또한 아이들이 하고 그들이 직접 발표도 한다. 담당부서에서는 발표내용을 듣고 검토의견이나 추진계획을 아이들에게 보고하고 아이들이 통과시킨다. 여성친화도시도 마찬가지다. 실제 여성들에게 들어보니 아이 키우는 문제가 굉장히 많았다. 그래서 두 과제에 겹치는 부분이 상당히 있다.”

현재 세종시는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해 화제다. 특히 여성가족부(여가부)는 타 부처와 달리 긴밀한 협조가 필요해 교육·복지부 등이 있는 세종으로의 이전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는데.

“그래야 한다고 본다. 정부 부처가 서로 팀을 이루어 일할 때가 많다. 여가부 같은 경우 서울에 남아 있는 외교·통일·국방·법무부보다는 교육·문화부와 팀을 이루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가부만 홀로 서울에 있는 것은 적절치 않다.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세종을)은 최근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으로 서울에 있는 여성가족부를 세종시로 이전하기 위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춘희 세종특별자치시장이 인터뷰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세종시
이춘희 세종특별자치시장. ⓒ세종시

대학교 4학년 재학 중 제21회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공직에 입문했다.

“평생 공무원으로 일한 것들 중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시고 세종시를 만든 일이 가장 보람찬 일이었다. 세종시는 원래부터 행정수도로 만들려고 했다. 그래서 국회·청와대·대법원을 만들기 위해 터도 잡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위헌 결정이 났고 정부가 바뀌어 기업도시로 틀이 바뀌었다. 공든 탑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그때 속상해서 정치에 입문했다.(웃음)”

시정철학을 ‘시민주권특별자치시’이라고 하셨는데 의미는 무엇인가.

“쉽게 이야기 하자면 민주주의이다. 우리 정치체제를 ‘대의민주주의’, ‘간접민주주의’로 말할 수 있는데 사실 선거로 뽑아놓으면 마음에 들 때도, 안 들 때도 있다. 중요한 사안을 결정할 때도 시민들의 의견을 듣기가 어려웠지만 이제는 스마트폰 하나로 얼마든지 시민들의 마음을 들어서 일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즉 ‘참여민주주의’ 제도로 중요한 결정을 하기 전에 시민들에게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우선으로 생각한다. 또한 읍면동 단위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시민들이 알아서 결정하도록 맡긴다. 물론 쉽지는 않다. 시민들도 공무원들도 품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방식을 추구하는 것은 정책 품질이 높아져서다. 서로 힘들지만 이러한 과정을 거치는 것이 시민들을 위해 좋은 정책을 만드는 확실한 방법이다.”

이 시장의 정치철학에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향이 컸다.

“고 노 전 대통령을 모시고 일할 때 민주주의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때 배웠다. 보통 결재를 받고 발표를 하는데 대통령께서는 보고를 드리려면 전문가들의 의견은 어떠한지,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꼭 물어보셨다. 그것을 대답하려면 사전에 국민의견 등 물어봤어야 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무조건 거치게 하셨다. 평생 공무원 생활을 해왔고 나름대로 일을 곧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그의 철학을 접목시키니 더욱 큰 의미를 발견했다.”

고위공직자의 성인지 감수성의 핵심은 ‘상호 존중’이라고 강조했는데 그 의미는.

“기본적으로 상호 존중의 마음이 중요하다. 여성과 남성의 관계, 나와 직원의 관계, 나와 시민의 관계 등 그 어떠한 관계 모두에게 적용된다. 대립적인 구조로 가면 결국 서로에게 피해가 간다. 개인적으로 과거에 후배들이 결혼한다고 하면 나는 사랑하는 마음만 가지고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존경하는 마음까지 생겨야 비로소 행복한 가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 우리 집은 남녀차별이 없다.(웃음) 우리 의사결정 기구를 보면 각종 위원회가 있다. 2014년도에 시장이 되고 보니 위원회 여성 비율이 23.5%로 굉장히 낮았다. 그래서 매번 위원회를 새로 구성할 때마다 신경을 써서 지금은 각종 위원회 여성 참여 비율이 우리 시가 전국적으로 제일 높다. 약 40%를 넘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청 내에서도 국장·과장·사무관의 성비를 보면 여성들이 높지 않았다. 그동안 많이 늘리려고 노력했다. 처음 와서 보니 여성 과장이 한 분정도였다. 지금은 국장님 한 분, 과장님 여덟 분 계신다. 5급 사무관들은 23~4%정도 된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