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학왕'·'회춘' 등에 연달아 실제 인물 그려
법적 책임 없으나 도의적 책임 문제 남아

회춘
회춘 7화에 등장한 박나래(왼쪽). 오른쪽은 마마무 멤버 화사를 그린 것이다. 사진=나 혼자 산다 캡처

웹툰 작가 기안84(35·김희민)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등장인물들의 이름에 대한 문제가 불거졌다. 대학 후배이자 피고용인 관계의 실제 인물 봉지은씨의 이름을 사용하며 부적절한 묘사를 사용했다는 지적이다.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출연 중인 박나래, 화사, 전현무 또한 웹툰에서 부정적인 캐릭터로 등장시킨 것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4일 기안84는 편집 없이 ‘나 혼자 산다’에 출연했다. 제작진 측과 네이버 웹툰, 기안84 모두가 마지막 공식 사과문을 올린 13일 이후로 묵묵부답 상태다.

17일 현재 연재 중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동의 청원은 오후 3시 현재 10만9277명이 참여했다. ‘나 혼자 산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총 8700여 개에 달하는 시청자 의견이 빗발치며 기안84의 하차와 하차 저지를 두고 토론 중이다.

일부 독자들은 과거 기안84가 출연한 방송 프로그램이나 작품 곳곳에 남은 짧은 한 컷 등에서 실존 인물들을 모델로 그린 캐릭터 묘사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독자들이 가장 분노하는 등장 인물은 304화에서 40대 남성 대기업 팀장과의 성관계 이후에 입사한 것처럼 그렸다는 비판을 받은 여자 주인공 ‘봉지은’이다.

웹툰 속 봉지은이 실제 인물이라는 사실은 2016년 10월 21일자 ‘나 혼자 산다’를 통해 알려졌다. 당시 기안84는 “표지를 그려야 했는데 우연히 만난 후배에게 포즈를 부탁했고 마침 여자 캐릭터 이름이 없던 때여서 이름을 빌렸다”고 말했다. 실제 봉씨는 2020년 1월 24일 ‘나 혼자 산다’에서 기안84의 사무실에 새로 입사한 사실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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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춘’ 37화에서는 방송인 전현무와 마마무 멤버 화사에서 모티브를 딴 캐릭터들이 등장했다.  사진=네이버 웹툰

‘나 혼자 산다’에 출연 중인 다른 사람들도 ‘이름을 빌린다’고 말한 후 여러 인간군상으로 웹툰에 등장했다. 지난 7일 기안84가 네이버 웹툰에서 함께 연재 중인 ‘회춘’ 37화에서는 방송인 전현무와 마마무 멤버 화사에서 모티브를 딴 캐릭터들이 등장했다. 전현무는 체대생 ‘전헌무’로, 화사는 룸살롱에서 일하는 ‘지화사’로 바뀌었다.

해당 회차에서 전헌무는 ‘물망초’라는 이름의 술집에서 유흥접객원 지화사를 만나 구애를 하는 등 모습을 보인다. 회차 댓글에는 독자들이 “어처구니 없네” “지인인데 괜찮나?”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앞서 7화에서도 박나래가 진지한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등장했으나 함께 등장한 화사와 비교되는 외모와 서사로 등장했다. 이때 성훈 등은 ‘이름 쓴다고 말하지도 않았다’며 당황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작가 등이 타인의 이름을 사용해 모욕적이거나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작품을 만들었을 때 이를 제재할 방법이 있을까?

중국에서 웹툰 작가로 활동하는 요니(가명)는 “여느 작가나 이름 짓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반적으로 작품에서 캐릭터의 성격과 이름이 잘 녹아나는지 여부를 먼저 고려할 것”이라며 “주변인의 이름을 쓸 때 어떤 규칙이 있지는 않아서 작가 개인의 윤리나 양심에 전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요니는 과거 한 웹툰 작가가 자신의 개인 작품에 자신이 싫어하던 사람의 특색과 상황을 본따 성적으로 그려 논란이 일었던 사례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명예훼손으로 고발한 사건에서 무혐의 처분이 난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박찬성 변호사 또한  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봤다. 박 변호사는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내 이름을 사용한 캐릭터가 부정적으로 그려지면 명예훼손이나 모욕이 성립될 것 같지만 해당 캐릭터와 나의 동일성을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에 최소한 공인이 아니라면 형사적으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인격권 침해로 보고 민사소송을 진행할 수는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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