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자 ‘복학왕’서 “상사와 성관계로 입사” 그려
여성 혐오 등 차별, 비하 논란만 5번 째
네이버웹툰, 13일 한 줄짜리 사과

12일 게재된 ‘복학왕’ 304화 광어인간 2화. 해당 장면은 13일 오전에 조개가 아닌 대게로 바뀌었다. ⓒ기안84
12일 게재된 ‘복학왕’ 304화 광어인간 2화. 해당 장면은 13일 오전에 조개가 아닌 대게로 바뀌었다. 사진=네이버웹툰 캡처 

 

웹툰 작가 기안84(35·본명 김희민)의 작품 ‘복학왕’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마치 20대 여성 주인공 ‘봉지은’이 40대 남성 대기업 팀장에 성상납을 함으로써 기업에 입사한 듯한 연출을 했다는 것이다. 청와대 국민동의 청원에 연재 중지를 요구하는 글이 올라오자 13일 현재 6만2000여 명의 동의수를 얻기도 했다. 기안84의 ‘복학왕’을 둘러싼 여성혐오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기안84가 지난해 스스로 언급했듯 그는 "성별/장애/특정직업군 등 캐릭터 묘사에 있어 많은 지적을" 받아왔다. 이를 두고 기안84의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비판과 함께 연재 플랫폼인 네이버웹툰이 작품 검수에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2015년 1월29일 연재된 33화에 등장한 봉지은. 룸살롱에서 봉지은을 우연히 만난 우기명은 '룸빵녀 다 됐구나!'라고 독백한다. ⓒ기안84
2015년 1월29일 연재된 33화에 등장한 봉지은. 룸살롱에서 봉지은을 우연히 만난 우기명은 '룸빵녀 다 됐구나!'라고 독백한다. 사진=네이버웹툰 캡처

 

△‘복학왕’에서 평범한 20대 여자는 ‘룸빵녀’거나 ‘성상납’하거나

12일 게재된 ‘복학왕’ 304화 광어인간 2화는 대기업에서 인턴 중이던 여자 주인공 봉지은이 조개를 힘껏 까는 모습으로 팀장의 눈에 들고 정식 채용되는 내용으로 전개됐다. 봉지은은 303화에서 대기업의 업무환경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 하고 사무실의 자리 꾸미기에 열중하거나 애교로 문제를 무마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304화에서 우기명의 ‘학벌이나 스펙, 노력 그런 레벨의 것이 아닌’ 이라는 독백 후 봉지은이 회식 중 키조개를 부수자 채용이 확정됐다. 그 뒤 팀장은 우기명에게 자신이 봉지은과 회식 때 스킨십이 있었고 그 후 사귀고 있다고 말한다.

누리꾼들은 이를 두고 실제 키조개와는 다른 형태에 도리어 여성의 성기와 흡사한 모양으로 그린 조개와 느닷없는 채용, 팀장과의 교제로 이어지는 전개가 봉지은이 팀장과 성관계를 해 채용을 확정 지은 것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다. 

기안84 ‘복학왕’ 141화 ‘전설의 디자이너’(4월11일자). 해당장면이 논란이 되자 작가는 별도의 사과문 없이 대사를 수정했다.
기안84 ‘복학왕’ 141화 ‘전설의 디자이너’(2017년 4월11일자). 해당 장면이 논란이 되자 작가는 별도의 사과문 없이 대사를 수정했다. 사진=네이버웹툰 캡처

 

‘복학왕’의 연재 중단 청원을 올린 청원인은 “여자는 성관계를 해 취업을 한다는 내용이 사회를 풍자하는 것이라는 댓글이 수두룩하다”며 “전부터 논란이 꾸준히 있었던 작가고 이번 회차는 그 논란을 뛰어넘을 만큼 심각하다고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기안84의 ‘복학왕’은 2014년 6월 연재를 시작했다. 앞서 연재했던 ‘패션왕’의 남자 주인공 ‘우기명’이 고등학생에서 성장해 부실대학 ‘기안대학교’에 입학한 후의 일상을 다룬다. 6년여의 연재로 ‘복학왕’의 주인공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로 나와 고군분투하고 있다.

기안84는 2014년 대학내일과의 인터뷰에서 복학왕의 결말을 묻는 기자의 말에 “우기명이랑 봉지은이 ‘좋은 회사에 가겠다’는 목적을 뭉친다, 그게 다다”라고 답하고 “단지 공부 못했던 애가 대학교 가서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살았다는 걸 풍경화처럼 보여주는 거다”라고 말했다.

기안84 ⓒ뉴시스.여성신문
기안84 ⓒ뉴시스.여성신문

 

△네이버 웹툰 “기안84 작품 검수했다” 무엇을 검수한 걸까 

그동안 복학왕은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대부분이 여성이나 사회적 소수자와 관련된 논란이다. 현재까지 언론에까지 소개된 논란은 △2015년 1월 여성 주인공에 ‘룸빵녀’ 호칭 (33화) △2017년 4월 30대 여성 ‘늙어서 맛없다’ (141화) △2019년 5월 청각장애인 여성 비하 (248화) △2019년 5월 인종차별 및 생산직 노동자 비하 (249화) △2020년 8월 여성 주인공 성상납 논란(304화) 등이다. 이밖에 여성 가방 속에 임신테스트기를 그리거나 데이트 폭력 장면을 노골적으로 그려 비판을 받기도 했다. 복학왕은 논란이 일어나면 해당 내용에 대해 뒤늦게 장면을 수정하고 짧은 편집자의 사과문 한 줄로 대처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이번 논란에 대해 “네이버 수준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라며 “분노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청원에 동참은 했지만 기안84가 스스로 그만두지 않는 한 네이버 측을 압박할 방법은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기안84가 연이어 논란을 일으키는 것을 보는 업계 관계자들은 기안84 개인을 넘어 네이버 측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김희경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 지회장은 “원고가 대중에 공개되기 전 해당 내용에 대해 편집부에서 검수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내부 사정을 소상히 알 수는 없지만 편집자가 스타작가라 해서 검수가 어렵거나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웹툰작가 A씨는 “현행 웹툰 시스템에서 플랫폼과 편집자의 역할은 결코 작지 않다. 기본적으로 웹툰 작가의 진행 의사에 따르기는 하지만 문제시 될 부분이나 스토리적으로 전문가 영역에서 보기에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작가에 변경을 요구한다”며 “사실 이번 사태에서 진짜 문제는 기안84를 관대하게 바라보는 네이버 웹툰 플랫폼과 편집자의 역량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네이버 웹툰 관계자는 “작가가 작품을 보내면 모두 검수를 거친다. 검수를 거치지 않는 작품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기본적인 검수에 대한 매뉴얼은 있지만 각 작품과 작가마다 다른 것으로 안다. 해당 내용에 대해서는 공개가 어렵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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