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정치 인사이드] 기후위기를 바로 보는 용기
[W정치 인사이드] 기후위기를 바로 보는 용기
  • 신지예 젠더폴리틱스 연구소장
  • 승인 2020.08.13 10:14
  • 수정 2020-08-17 1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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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예의 W정치 인사이드

어떤 문제의 본질을 직시하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스스로 진실을 바로 보지 못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기도 쉽지 않고, 지금까지 잘못 보았다는 걸 인정하는 건 더 어렵다. 후에 눈에 분명히 보이는 근거가 나타나도 인지부조화로 잘못된 결정을 내리곤 한다. 대부분의 문제는 그래서 더 악화된다. 지난 수십년간 인류에게 ‘기후위기’가 그런 문제였다.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잠수교는 이번 장마비로 한강 수위 상승으로 전면 통제 중이다. ⓒ홍수형 기자
지난 6일 장마비로 인해 서울 한강 수위 상승 돼 잠수교가 전면 통제됐다. ⓒ홍수형 기자


지금까지 가장 긴 장마 기간은  2013년 6월17일에서 8월 4일까지 이어진 ‘49’일 이었다. 기상 이변으로 치부되던 이 기록이 올해 깨졌다. 지난 6월 24일부터 시작된 올해 장마는 12일인 오늘로 50일 째로 들어섰고 그 끝은 아직 아무도 모른다.

기후재앙의 징후들은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중국 서남부 충칭시 창장구 일대에 한 달 넘게 폭우가 쏟아져 200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과 가고시마현은 전례 없던 강수량으로 큰 인명 피해를 입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기록적인 폭우의 원인을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에 따라 인도양의 수온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본다. 바닷물 온도는 20세기 초부터 꾸준히 상승 중이다. 지난 25년 간 1초마다 히로시마에 떨어뜨린 원자폭탄 4개씩을 터뜨린 것과 동일한 양의 에너지가 투입되야 가능한 일이다. 온도 상승이 가속되어 현재에는 1초당 터지는 원폭의 양을 5~6개로 계산해야 한다고 한다.

기후 변화와 관련된 전 지구적 위험을 평가하고 국제적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유엔 산하 국제 협의체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는 지난 2018년 10월 인천 송도에서 열린 제48차 총회에서 이렇게 밝혔다.

“인간활동으로 인한 지구 온도 상승은 0.8°C에서 1.2°C 사이로, 산업화 이전과 견주어 보면 약 1.0°C의 지구온난화를 유발시킨 것으로 추측된다. 아울러 지금과 같은 수준의 속도로 지구온난화가 지속된다면 멀지 않은 시기에 인류는 1.5°C 상승을 보게 될 것이다.” 

지구의 평균 온도가 1.5°C 상승한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지구 평균 온도 1.5°C가 상승하면 지구에 있는 105,000 생물 종 가운데 곤충의 6%, 식물의 8%, 척추동물의 4%가 절반 이상의 영역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여기에서 0.5°C 더 상승하는 상황이 된다며 곤충의 18%,식물의 16%, 척추동물의 8%가 동일한 피해를 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AP/뉴시스] 스위스 휴양지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 다보스 포럼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73)과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7)가 연설한다. 왼쪽은 지난해 12월11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기후변화총회(COP25)에서 연설 중인 툰베리와 오른쪽은 지난해 12월18일 미시간주 배틀크릭에서 선거 유세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 2020.1.21. ⓒ뉴시스·여성신문
스위스 휴양지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 다보스 포럼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73)과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7)가 연설한다. 왼쪽은 지난해 12월11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기후변화총회(COP25)에서 연설 중인 툰베리와 오른쪽은 지난해 12월18일 미시간주 배틀크릭에서 선거 유세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 2020.1.21. ⓒ뉴시스·여성신문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재앙에 대한 경고는 오랫동안 있었다. 그러나 마치 미래를 내다보지만 아무도 경청하지 않던 트로이의 공주 카산드라의 예언처럼 사회의 결정권자들은 파국에 대한 경고를 아직도 먼 미래의 과민한 반응 정도로 무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변화 보고서는 나처럼 지적인 사람도 믿지 않는다”며 파리 기후변화 협정을 탈퇴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라고 예외는 아니다. 2018년 7월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기본 로드맵 수정안’ 내용에도 산업 부문의 감축률은 20.5%다. 게다가 감축량의 상당부분은 재생에너지 등 우회로를 통한 것이므로 실질적인 감소량은 더 낮다. 이왕에 구성된 산업구조가 대량의 온실가스 배출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현 상황에 대한 위기 의식의 정도에 불안한 시선을 거두기는 어렵다. 2013년 환경부 자료에 의하면 국내 온실가스 배출의 86퍼센트가 발전소, 산업부문, 수송, 산업공정에서 나온다. 총 발전의 50퍼센트 이상은 산업용이고, 수송의 절반 이상이 상품 수송이다. 결과적으로 산업 부문에서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제어하지 못한다면 그 어떤 것도 기후재앙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말한다. 상황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이라는 상수를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의 대응을 거듭할 뿐이다.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죽어가고 있어요. 생태계 전체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우린 대멸종의 시작점에 서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오로지 돈과 동화 같은 경제 성장 얘기만 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
 스웨덴 출신의 청소년 기후 정의 활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2019년 9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후 행동 정상회의에서 한 연설 중 일부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상회의 연설에서 고작 녹색기후기금 공여액 증액을 말했다.

그레타 툰베리는 뉴욕행 탈 것으로 비행기가 아닌 요트를 선택했다. 항공기면 한나절이면 갈 것을 태양광 요트를 사용하여 15일 동안 대서양을 건넜다. 탄소배출로 인한 기후 위기를 경고하기 위해서다. 그녀는 문제를 직시한다. 좌고우면하지 않는다.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 정책을 지금 당장 실천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툰베리가 보여주고 있다. 문제를 바로 보는 힘과 변화를 선택할 용기.
 

국제 기후 파업 주간인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각역 사거리에서 열린 9.21 기후위기 비상행동 참가자들이 '기후 위기가 다가오면 생존의 위협이 다가온다'는 의미를 가진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국제 기후 파업 주간인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각역 사거리에서 열린 9.21 기후위기 비상행동 참가자들이 '기후 위기가 다가오면 생존의 위협이 다가온다'는 의미를 가진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석탄화력발전소는 미세먼지뿐 아니라 기후 위기의 주범인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없애야 한다. 탈석탄을 목표로 로드맵을 만들고 전면 폐쇄 수순을 밟아야 한다. 에너지 효율화 사업과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산업 공장 등 대기오염물질 배출 사업장의 배출을 제대로 감시하고 현재 있으나 마나 한 제철, 제강업에 대한 미세먼지 규제도 더욱 강화해야 한다.

노후 경유차의 조기 폐차를 지원하고 내연기관차 자체도 줄여가야 한다. 차량 중심의 도로와 건설업 중심의 도시 계획에서 탈피해야 한다. 차를 이용하는 것은 불편하고 공공교통과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은 편리하게 느껴지도록 도시를 재구성해야 한다.

대규모 토목공사도 지양해야 한다. 시도별로 공사 총량제 제도를 도입하여 공사의 횟수와 규모를 조정해야 한다.

물론 쉽지 않은 길이다. 결국 경제성장 제일주의에서 탈피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전기요금은 올라가고, 번쩍번쩍한 고속도로가 지금처럼 지어지지 않게 될 거다. 누군가에게는 불편할 일일 수도, 누군가에게는 불만일 수 있다. 그러나 짚고 넘어가자. 인간은 자동차나 고속도로 없이 살 수는 있어도 지구가 없다면 10분도 채 살 수 없다.

이제 한국 사회의 목표가 GDP 4만 불이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새로운 도전은 지구의 패턴에 일치하는 방식으로 살기 좋은 도시를 운영하고, 깨끗한 공기를 지키고 건강한 음식을 생산하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생명과 함께 행복하게 사는 일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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