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우린 서로에게 기댈 언덕… 청년의 YWCA 될 것”
[만남] “우린 서로에게 기댈 언덕… 청년의 YWCA 될 것”
  • 이하나 기자
  • 승인 2020.08.14 06:50
  • 수정 2020-08-14 12: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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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원영희 한국YWCA 신임 회장
2022년 창립 100주년 앞두고
“지속가능한 조직” 목표로
부속시설 지역법인화 추진
한반도 종전·평화 염원하며
1억인 서명 프로젝트 시작
1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YWCA연합회에서 원영희 한국YWCA연합회 회장은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원영희 한국YWCA연합회 회장은 “평화통일운동, 청년운동, 탈핵생명 운동, 남녀 동일 임금 실천과 여성에게 가해지는 온갖 종류의 폭력 반대를 주도하는 성평등 운동 활동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홍수형 기자

 

“단번에 이뤄지는 것은 없어요. 탈핵과 성평등, 평화통일 이슈는 시시때때로 상황이 좋아지기도 나빠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접근하지 않습니다. 길게 내다봐야 해요. 1~2년이 아니라 70년 추이를 보면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변화는 더디지만 YWCA는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원영희 한국YWCA연합회(이하 YWCA) 신임 회장은 “한국YWCA 역사 98년 동안 도전이 없던 적은 단 한 해도, 어쩌면 단 하루도 없었다”면서 “YWCA의 존재 목적인 정의, 평화, 생명 운동은 어떤 상황에서도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30일 온라인으로 열린 정기총회에서 신임 회장에 추대된 원 회장은 함께 선출된 조은영 제1부회장, 이은영 제2부회장과 함께 앞으로 2년간 YWCA를 이끈다. 원 회장은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영문학·번역학 박사 학위를 받고 성균관대 교수를 지내고 현재 CR 번역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전문번역사다. 그는 취임사를 통해 “평화통일운동, 청년운동, 탈핵생명 운동, 남녀 동일 임금 실천과 여성에게 가해지는 온갖 종류의 폭력 반대를 주도하는 성평등 운동 활동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1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YWCA연합회에서 원영희 한국YWCA연합회 회장은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원영희 한국YWCA연합회 회장 ⓒ홍수형 기자

 

50년 단체에 헌신한 번역학 박사
“믿고 기대고 마음 나눌 수 있었다”

원 회장은 고등학교 시절인 1970년대부터 50년 가까이 YWCA 활동을 해왔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부모님 몰래 시작한 ‘Y-틴’(청소년 조직D) 활동으로 YWCA에 발을 디딘 원 회장은 대학 시절은 YWCA가 주최한 집회 맨 앞에서 마이크를 쥐었고 부회장, 세계YWCA 이사·공천위원 등 크고 작은 역할을 맡았다. 원 회장은 “제가 고등학교 때는 입시가 치열할 때라 학교 외 대외활동이 금지였는데 부모님 몰래 Y-틴 활동을 할 정도로 너무 재밌었다”며 “제게 YWCA는 항상 믿을 수 있는 선배들이 있고 기댈 수 있는 동료들이 있고 같은 마음을 지닌 여성들이 있는 곳”이라고 했다.

그는 활동을 통해 ‘돕는 힘’을 배웠고 그렇게 얻은 힘을 다시 단체 활동에 쏟았다. 탈핵·탈원전 운동에 앞장서며 고리1호기 영구정지를 위해 힘썼고 GMO 완전표시제 시행을 촉구해왔다. 제1부회장으로 활동한 지난해에는 조직의 재구조화를 시작했다. 원 회장은 “여성인력개발센터, 노인복지시설, 어린이집 등 부속시설의 운영목적을 재정립하고 회원YWCA의 지역법인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창립 100주년을 앞두고 건강한 조직으로서 지속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첫 걸음”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명동에 위치한 한국YWCA회관은 리모델링을 거쳐 소셜 커뮤니티 공간으로 탈바꿈해 오는 10월 ‘페이지 명동’으로 새롭게 문을 연다. 이미지는 ‘페이지 명동’ 조감도.  ©한국YWCA연합회
서울 명동에 위치한 한국YWCA회관은 리모델링을 거쳐 소셜 커뮤니티 공간으로 탈바꿈해 오는 10월 ‘페이지 명동’으로 새롭게 문을 연다. 이미지는 ‘페이지 명동’ 조감도. ©한국YWCA연합회

회관 ‘페이지 명동’으로 탈바꿈
역사와 운동 기록, 아카이브 구축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과 급격한 변화의 물결 속에 YWCA는 미래를 향한 변곡점에 서 있는 시기였다. 2022년 YWCA 창립 100주년을 앞두고 지난 3월부터 명동 1번가에 위치한 한국YWCA회관은 리모델링에 들어갔다. 활동가들은 남산 인근 건물로 임시 이전해 사무를 보고 있다. 1968년 준공된 이 건물은 소셜 커뮤니티 공간으로 탈바꿈해 오는 10월 ‘페이지 명동’으로 새롭게 문을 열 예정이다. YWCA 뿐 아니라 소셜기업이나 여성창업가들이 입주한다.

한국YWCA 10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중장기 프로젝트 ‘YWCA 한민족여성평화순례: 한라에서 백두까지’ 프로젝트는 한라산(2017년), 태백산(2018년), 지리산(2019년)을 거쳐 올해 설악산에 오른다. 올해는 ‘상처 치유와 회복’을 주제로 평화 순례자 98명이 4회에 나눠 산을 오르며 한반도의 아픔을 이해하고 평화의 치유의 길을 다짐한다.

지난해 11월 열린 세계YWCA 총회에서는 한국YWCA가 제안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연대’에 대한 결의문을 압도적인 지지(96%)로 통과시켰다. 회원국들은 한반도 평화의 필요성을 전 세계에 알리며, 한반도 비핵화와 유엔제재 완화를 위한 촉구 활동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YWCA는 지난달 27일 한반도 종전과 평화 협정 체결을 촉구하는 1억인 서명 캠페인을 시작했다. 원 회장은 “올해는 한국전쟁 발발 70년이 되는 해이고 그 어느 시기보다 경색된 남북관계에 코로나와 홍수로 인해 어려움이 더해지고 있다”면서 “우리 여성들이 지닌 평화와 치유의 힘으로 평화와 통일의 물꼬를 틀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이어 “국제평화연구소 연구를 보면, 1989~2011년 사이 서명된 평화협정 중 여성이 평화협정에 참여한 경우, 15년 이상 협정의 지속이 유지될 가능성이 35% 증가했다”며 “한반도 평화를 이뤄가는 현장 곳곳에서 여성의 참여로 평화의 실현 가능성을 높여가고자 한다”고 했다.

YWCA 역사와 운동의 기록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아카이브도 여권통문의 날인 9월 1일 공개할 예정이다. ‘페이지 명동’에는 YWCA자료실을 만들고 역사관 ‘이제’도 다시 선보이기로 했다. 

©한국YWCA연합회
YWCA 청년으로 조직된 ‘로컬프렌들리’가 군산시 개복동에 첫번째 실험적 공간인 ‘와이랩제1구역’을 오픈하고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군산 지역민들과 함께한 공간 오픈식 모습. ©한국YWCA연합회 

 

청년 전용 Y스페이스 마련
지역서 청년 커뮤니티 실험도

원 회장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여성단체인 YWCA의 지속가능성은 물론 더 나은 사회를 이루기 위해 ‘청년의 참여’는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YWCA도 2020년 창립 100주년을 앞두고 청년 참여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회정책의 자치 분권화 흐름에 맞춰 YWCA 강점인 53개의 전국 조직의 지역성을 기반으로 한 지역청년운동에 청년들의 참여와 시도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먼저 ‘페이지 명동’에는 청년들을 위한 열린 공간인 ‘Y스페이스’가 마련된다. 원 회장은 “청년이 참여하려면 청년들이 언제라도 와서 머무르고 소통하고 일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YWCA는 최근 군산에서 청년들이 직접 지역과 삶터의 변화를 이끄는 방식의 새로운 실험을 시작했다. 지역 유휴 공간을 활용해 게스트하우스 ‘후즈데어’를 창업해 운영하고 이곳을 중심으로 커뮤니티 활성화를 시도하고 있다. 청주에서는 ‘일하고 참여하는 청년의 집’이라는 뜻의 전용공간 ‘일참청’을 마련했다.

여성 이슈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청년 세대 관점과 어른 세대 관점에서 진단하고 YWCA 가치를 지닌 대안을 제시하는 과정을 담는 유튜브 채널 등 온라인 활동도 계획하고 있다.

원 회장은 “제게 YWCA가 신뢰할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것처럼 청년 여성들에게도 YWCA가 믿을 만한, 비빌 만한, 기댈 만한 언덕이 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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