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가에 ‘아가씨’ 표현, “여성성 강조한다“...‘정절’ 뜻하는 교목도 지적
교가에 ‘아가씨’ 표현, “여성성 강조한다“...‘정절’ 뜻하는 교목도 지적
  • 진혜민 기자
  • 승인 2020.08.11 17:00
  • 수정 2020-08-11 1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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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사전에 ‘시집갈 나이의 여자를 이르거나 부르는 말’
“남고 교가에 ‘총각’이란 표현 나오는 격 아닌가” 지적도
학교운영위원회 임시회를 열고 교가 2절 삭제 결정
교가뿐 아니라 교목·교화에서도 문제제기 있었다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양재고등학교에서 열린 졸업식에서 졸업생들이 교가를 부르고 있다. 2014.02.05. 기사와 무관한 사진. ⓒ뉴시스·여성신문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양재고등학교에서 열린 졸업식에서 졸업생들이 교가를 부르고 있다. 2014.02.05. 기사와 무관한 사진. ⓒ뉴시스·여성신문

울산시교육청이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교가나 교훈 등에서 성차별적 내용이 있는지 검토하는 가운데 일부 학교의 교가 가사가 논란이 돼 수정 절차를 진행 중이다. 

11일 시교육청과 일선 학교 등에 따르면 A여중은 지난달 말께 제121회 학교운영위원회 임시회를 열고 교가 2절 삭제를 안건으로 회의를 열었다.

A여중은 성인지 관점에서 성차별적 요소를 조사한 결과 교가 일부에서 성차별적 요소가 발견돼 변경하고자 한다며 안건을 냈다.

이 학교의 교가 2절은 ‘울기송원 절기의 부름을 받아 착하고 예의바른 딸이 모여 새 생각 실천하는 주인이 되어 길이길이 빛나니라 A여중’으로 돼 있다.

실제 이 표현은 지난해 10월 진보 성향 학부모단체인 ‘교육희망 울산학부모회’가 조사한 성차별실태 조사 결과에 ‘착하고 예의바른 딸들이 모여’, ‘치맛자락 사뿐 잡고’, ‘순결, 검소 예절 바른 한국 여성 본이라네’ 등의 표현이 여성성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결국 이날 학교운영위는 교가 2절 삭제 안건을 승인해 교가를 1절만 부르기로 결정했다.
 
또 B여고도 일부 재학생과 졸업생이 가사에 담긴 문구가 성차별적인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이 학교 교가의 첫 문장인 ‘무궁화 아가씨가 한곳에 모여’에서 아가씨라는 표현이 지나친 여성성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아가씨는 국어사전에 따르면 ‘시집갈 나이의 여자를 이르거나 부르는 말’이라고 뜻풀이 돼 있다.

한 울산여고 졸업생은 “교가에 아가씨가 들어가는 게 이상하다”며 “맥락상 지칭이 필요하면 그낭 ‘학생’이라고 하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졸업생은 “아가씨라는 단어가 왜 교육기관의 노래에 나와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남고 교가에 ‘총각’이란 표현 나오는 격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B여고 교장은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교가에 대한 문제제기가 들어오진 않았지만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울산시교육청은 양성평등 친화적 문화를 만들기 위해 9월부터 11월까지 ‘학교 상징 다시 읽기’ 주간을 운영할 전망이다. 

시교육청은 ‘여성의 전당’을 ‘배움의 전당’으로, ‘여자다워라’를 ‘지혜로워라’로, ‘순결’을 ‘숭고’ 등으로 바꾼 사례를 공문에 첨부자료로 냈다.

시교육청은 지난해부터 시행한 성차별적 교가 표현 여부를 점검한 결과 250곳 학교 중 초등학교 2곳, 중학교 5곳에서 가사를 변경했다. 이들 학교는 ‘건아’라는 단어를 ‘우리’, ‘미래’ 등으로 바꿨고, ‘소년 우리들’ 표현을 ‘빛나는 우리들’이라고 수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진혜윤 울산시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장학사는 “시교육청이 지난해부터 시행한 성차별적 교가 표현 여부를 점검한 결과 250곳 학교 중 초등학교 3곳에서 성차별적 관점에서 교가 가사를 논의해보겠다고 밝혔다”며 “초등학교 2곳은 ‘건아’라는 단어를, 나머지 한 곳은 ‘씩씩하게’를 검토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등학교에서는 5곳이 교가 가사에 대해 성차별적인지 논의를 하겠다고 했다”며 “논의는 학생·학부모·교사를 거쳐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청의 교가 점검 계기에 대해서는 “성별고정관념은 어린 시절부터 주위 환경에서부터 오는 것이 아닐까”라며 “행사가 있을 때마다 접하는 교가에 성차별적인 요소가 있다면 학생들이 어린 나이부터 고정관념을 가지지 않을까 고려해 시작됐다”고 말했다.

교가 외에도 ‘교목’에 대한 의견도 있었다. 진 장학사는 “교육청 측에서는 교목·교화에 대한 범위까지 생각하지 못했는데 학교 측에서 먼저 교목·교화에도 성차별적인 요소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했다”며 “예를 들면 교목 중에서는 ‘소나무’였고 상징은 ‘정절’이었다. 정절은 여성의 곧은 절개를 뜻하는 프레임도 있기 때문에 시대착오적인 상징을 바꿔야 하지 않나 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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