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국회 외통위 전체회의서 밝혀
"성폭행 피해자에게 당신 탓 아니다
라고 말해주고 싶어"

굿로이어스 공익제보센터의 전수미 변호사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뉴시스

 

수년간 탈북민 신변 보호 업무를 담당한 경찰 간부가 탈북 여성을 2년여 간 성폭행한 혐의로 검찰에 고소된 가운데 북한 인권 활동을 한 변호사가 자신도 북한 인권단체에서 일하다 성폭행 피해를 입었다고 폭로했다. 

굿로이어스 공익제보센터 전수미 변호사는 최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진술인 자격으로 참석해 과거 20대 초반 2005년쯤 대북단체 활동 당시 룸살롱 회식 도중 탈북 남성으로부터 성폭행당한 자신의 피해 경험을 털어놨다. 전 변호사에 따르면 대북 인권사업을 하던 가해자는 탈북 남성으로 회식 중 전 변호사가 있는 여자 화장실로 와 문을 부수고 성폭행했다.

전 변호사는 사건 이후 단체장에게 피해를 알렸지만, 조용히 넘어가라는 강요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단체가 없어지고 후원금이 끊기고 모두 백수가 되기 때문에 어린 나이에 얘기 안 하고 있으면 문제없이 갈 수 있다고 단체장과 관계자들이 주장해 말할 수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친한 친구를 잃었던 아픔에 북한 인권에 눈을 뜨게 된 전 변호사는 월급도 많이 받지 못했고 교통비를 들여가며 북한 인권을 위해 봉사를 했는데, 그 단체분들이 그런말을 해서 당시 충격이었다고 전했다.

전 변호사는 “북향민들을 상담하다 보면 너무 두려워 말을 못하고 항상 본인의 탓으로 돌리는데 그게 마음이 아팠다. 당신 탓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며 “가해자의 잘못이고 남한은 죄로 처벌되는 법치주의다. 또 다른 친구가 당하지 않도록 용기를 내보자고 해서 저부터 이야기했다”라고 설명했다.

전 변호사는 탈북 여성의 성폭력 문제가 생기는 배경에 대해 탈북 여성이 하나원에서 처음 나와 만나는 사람이 신변 보호 담당관으로 북한에서 형사가 본인의 생사를 결정할 만큼 권력이 막강한데, 남한 경찰에 대해서도 북한과 같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전 변호사는 이날 탈북민 단체장이 북한 여성에게 지위를 이용해 성범죄를 저지른다고 주장했다. 단체장들은 장학금 지급 등 추천권이 있는데 북한의 보수적인 성문화를 알고 성범죄를 계속해 오고 있다고 했다. 북한의 성문화가 보수적이고 권위적이라 성범죄가 생기면 여자 잘못이고 스스로 망신스럽고 결혼이나 가정생활을 못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남한 남자분들의 성착취가 계속 이뤄졌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전 변호사는 “처음 신고받은 사건들이 약 15년 전이나 탈북 여성이 신고하려고 해도 망신스럽고 남한에서 상대방이 보복하는 위험 때문에 두려워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탈북 여성들이 남한에서 '여자 망신'이라는 보수적인 성문화 인식에, 보호자와 불안정한 신분 등 환경 등으로 인해 성폭행에 대해 말하기 어려운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전 변호사는 탈북 여성이 자신의 신변을 보호해주는 경찰관에서 성폭행을 당한 사건에 피해자를 대변해 지난달 28일 고소장을 접수했다.  탈북 여성을 19개월간 성폭행 의혹을 받은 경찰은 자신을 고소한 여성을 무고죄 등으로 맞고소했다.

전 변호사는 탈북시민단체, 대북인권단체에서 유일한 남한 사람이며 화해평화연구소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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