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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밝은 밤에 임과 함께 둥근 달을 보며 소원을 빌기보다, 음식 찌꺼기 어지러운 밥상을 치우며 명절용 파출부인 여자의 일생을 저주하며 울화를 삭히는 당신. 모든 걸 접어버리고 떠나라. 극장으로. 추석 연휴를 맞아, 지친 당신에게 웃음을 선사하기로 작정한 영화들이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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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가위의 기억을 찾아서

조폭 마누라 2 : 돌아온 전설

남자만 조폭 하냐? 여자도 조폭 한다. 이런 시위라도 하듯이 2001년 영화계에 불어 닥친 조폭 바람에 가위바람을 일으킨 여자 조폭 보스 이야기 <조폭 마누라>의 속편이다. 전작이 언니를 위하여'차카게 살자'고 마음먹은 차은진이 여느 여자들처럼 결혼하면서 일으키는 에피소드였다면, 이번엔 결혼이 아니라 기억상실이다.

조폭계의 가위손 차은진(신은경)은 백상어파와 격렬한 싸움을 벌이다 건물 옥상에서 떨어져 기억상실증에 걸려버린다. 그리하여 퓨전 중국집 주방장 재철(박준규)에게 구조돼 졸지에 스쿠터를 타는 배달의 기수로 살아간다. 기다란 면발을 가위로 잘라주면서, 비 오는 날 벼락 맞기, 최면 치료까지 온갖 수를 다 써보지만 기억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은행에 갔다가 우연히 은행 강도를 잡으면서 용감한 시민상까지 받으면서 과거가 드러나는데?

<롱 키스 굿나잇>이 떠오르는 줄거리지만 <조폭 마누라2>는 어디까지나 코미디다. 전작이 500만까지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한 이유마저 기억 상실증에 걸린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을 일으킨다는 후문. 조폭 코미디 <가문의 영광>을 만든 정흥순 감독이 감독했다.

겉늙은 동생과 겉 절은 형이 만났을 때

오! 브라더스

“자, 찍습니다.” 찰칵.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남녀 앞에 나타나 불현듯 이들의 다정한 한때를 찍어주는 남자 오상우(이정재)는 불륜 전문 사진가다. 그러던 어느날 상우는 청천벽력 같은 소릴 듣는다. 아버지가 죽은 것 때문이 아니라, 연을 끊고 살던 아버지가 빚을 산더미처럼 남기는 바람에 은행 잔고가 모조리 차압 당한 것. 그리하여 조폭이나 다름없는 경찰 정반장의 살벌한 독촉을 받던 상우는 묘안을 찾아낸다. 아버지 빚을 떠안을 새엄마의 행방을 찾기 위해, 이복동생 봉구(이범수)를 찾아 구슬리기로 한 것. 그런데 주민등록 나이는 12살인데, 조로증으로 얼굴은 이미 30대를 훌쩍 넘어버린 봉구를 데려오지만 새엄마는 찾을 수 없고, 오히려 봉구의 험악한 외모와 특이한 행동을 이용해 돈 벌 방법을 찾게 되는데?

이정재는 이번에도 흥신소 직원이다. 역할로만 보면 <태양은 없다>의 속편 같다. 그때 홍기를 뒤쫓던 단발머리 깡패로 나왔던 이범수가 이번엔 이정재의 순진무구한 동생으로 분했다. 결국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뻔한 스토리지만, 열두 살을 연기한 이범수의 개인기가 빛을 발한다. <레인맨>이 떠오르는, 우당탕탕 오씨 형제의 형제애 찾기.

유치해도 좋다. 웃어만 다오

불어라 봄바람

<라이터를 켜라>의 장항준 감독과 김승우가 다시 손잡았다. 이번에 되찾아야할 것은 라이터가 아니라 조용한 집이다.

소설가 선국(김승우)은 작은 데 목숨 거는 짠돌이다. 성당앞에 쓰레기 몰래 버리기, 난방 대신 내복 꼭꼭 껴입기, 핸드폰 대신 삐삐 쓰기 등등. 그런 선국 앞에 척 봐도 어디로 나가는지 알 것 같은 여자 화정(김정은)이 찾아온다. 2층에 세 얻었다면서. 알고 보니 돌아가신 아버지가 죽기 전에 그녀에게 세를 놓은 것. 서울 변두리 물망초 다방 영업부장인 화정의 행색에 기겁한 선국은 급수가 다른 화정을 어떡하면 내보낼까 궁리하다 도리어 화정의 아이디어를 자기 소설로 써먹기에 이르는데… 역시 코미디가 제격인 김정은과 김승우가 두 손 맞잡고 웃기기 위한 컨셉트 하나로 전력 질주한다.

이렇게 멋진 해적을 보셨나요?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 펄의 저주

악명 높은 바르보사가 선장인 해적선 블랙 펄이 출현해 총독의 딸 엘리자베스(카이라 나이틀리)를 납치해 간다. 그러나 블랙 펄의 위치를 아는 이는 단 한 명. 교수형을 기다리는 해적 잭 스페로우(죠니 뎁)뿐이다. 대장간 청년 윌 터너(올란도 볼룸)는 엘리자베스를 구하기 위해 잭을 탈옥시켜 블랙 펄을 찾아 떠나는데……

<진주만>, <아마겟돈>을 제작한 제리 브룩하이머가 제작했단 것 하나로도 스케일이 감이 오는 영화다. 그렇다고 뻔한 줄거리에 스케일만 큰 공룡 같은 영화는 아니다. 블랙 펄의 해적들이 아즈텍 황금의 저주를 받아 달빛만 받으면 불사신 해골귀신으로 변하는 볼거리도 볼거리지만, 카리스마 넘치는 해적 선장이기보다 히피 같고, 미워할 수 없는 악동 같은 죠니 뎁의 매력이 빛나는 영화다. 참고로 윌 터너를 연기한 올란도 볼룸은 <반지의 제왕>에서 빛나는 은발로 활솜씨를 빛내던 그 꽃미남. 더구나 당시를 풍미한 코르셋에 대한 재치 있는 대사 등 엘리자베스도 비명이나 지르는 멍청한 중세 숙녀가 아니라서 이래저래 유쾌한 영화.

조은미 기자cool@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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