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스토리] 세계 속 소녀상을 만나다
[허스토리] 세계 속 소녀상을 만나다
  • 조혜승 기자
  • 승인 2020.08.14 06:00
  • 수정 2020-08-14 1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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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10곳 평화의 소녀상 설치
시민들의 모금
민간단체 앞세운 일본, 지역사회, 교회 등 조직적 로비 및 집요한 훼방
필리핀 평화의 소녀상, 이틀만에 일본대사관 항의 성명으로 철거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뉴시스

 

평화의 소녀상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집회 1000회를 맞은 2011년 12월 14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이 지역 주민의 성금을 모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 처음 세워진 이후 전국 곳곳에 설치되기 시작했다. 이 동상은 부부 작가인 김운성, 김서경 작품이다. 소녀상은 높이가 130cm로 단발머리에 치마저고리를 한 소녀가 의자에 앉아 일본대사관을 바라보는 형상이다. 

소녀상은 국내를 넘어 2013년 미국 캘리포니아 글렌데일시를 시작으로 캐나다와 호주, 중국, 독일 등에 만들어졌다. 소녀상은 단순한 조형물이 아닌 과거사 문제를 의제화하는 사회예술이자 위안부 문제를 다루는 소통의 매개체 역할을 해 왔다. 

미국 LA 인근 글렌데일 평화의 소녀상.ⓒ김서경 작가

 

평화의 소녀상이 해외에 처음으로 세워진 곳은 미국 LA 인근 글렌데일이다. 이 소녀상은 2013년 7월 글렌데일 중앙 도서관 뒤편 작은 정원에 자리 잡고 있다. 이 소녀상은 한국 일본 대사관 앞에 첫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된 2011년, 봉사단체인 가주한미포럼의 LA지역 윤석열 대표가 LA에 소녀상을 설치하고 싶다고 연락을 한 것이 발단이었다. 그러다 윤 대표가 한국에 와서 정대협과 나눔의 집을 방문해 할머니들을 만났고 이후 소녀상을 설치하기 위해 글렌데일시의 시장과 시의회 의원들 만나 동의를 받았다. 시에서 공청회를 열고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던 중 일본인들이 조직적으로 참여해 소녀상 설치를 반대했으나 당시 프랭크 퀸테로 시장의 지지로 소녀상을 세울 수 있었다.  

미국 디트로이트 한인문화회관 앞 평화의 소녀상ⓒ김서경 작가

 

두 번째 평화의 소녀상은 2014년 8월 16일 미국 미시간 주 최대 도시 디트로이트에 있는 한인문화회관 앞에 세워졌다. 원래 디트로이트시 공원에 세우기로 시와 성사가 다 됐으나 일본의 집요한 방해로 무산됐다. 이후 시립공원과 미시간 홀로코스트 박물관에 소녀상을 세우자는 제안도 일본이 방해해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한인들의 의견을 모아 한인회관 앞에 세워지게 됐다.

캐나다 토론토 한인회관 앞 평화의 소녀상. ⓒ김서경 작가

 

세 번째 평화의 소녀상은 2015년 11월 18일 캐나다 토론토에 한인회관 앞에 세워졌다. 경기도 화성시민의 성금 8000여만원이 들어갔다. 애초는 화성시는 2014년 10월 자매도시인 캐나다 버나비시와 양해각서까지 체결하고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추진했지만 버나비시에 사는 일본인들의 반대로 중단됐다. 화성시와 토론토는 남다른 인연이 있다. 토론토는 3.1운동 당시 화성시 제암리 마을에서 벌어진 일제 학살 사건의 참상과 진실을 전 세계에 알린 스코필드 박사(한국명 석호필)가 생활한 곳이다. 화성시가 3.1절 맞아 토론토시에서 스코필드 박사 동상 제막식 때 이런 사정을 알게 된 토론토 한인회가 적극적으로 나서 화성시를 도와 토론토 평화의 소녀상을 세울 수 있었다.

네 번째 평화의 소녀상은 2016년 6월 30일 미국 조지아주 브룩헤이븐 시립공원(일명 블랙번)에 세워졌다. 미국 남부에 세워진 첫 소녀상이며 글렌데일, 미시간에 이어 미국 내 세 번째다.  당시 시노즈카 다카시 일본 총영사가 ‘위안부는 매춘부’ 망언을 하며 일본의 극렬한 반대 속에 이뤄졌다. ‘소녀상은 예술 조형물이 아니라 증오의 상징물’이라던 시노즈카 총영사와 일본 기업들의 방해공작이 집요했다. 네이선 딜 조지아주 지사 측에 투자 철회 등 압박과 로비는 물론 일본 극우세력은 브룩헤이븐 시의회 의원들에게 항의 전화를 퍼부었다고 한다.

호주 시드니 애쉬필드 교회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뉴시스

 

다섯 번째 해외 평화의 소녀상은 2017년 8월 6일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애쉬필드 교회에 있는 북미지역 외에서 세워진 첫 소녀상이다. 호주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지기까지 일본은 노골적으로 방해해 교민들이 장소를 찾기도 쉽지 않았다. 야외행사조차 불허해 조건부 승인을 겨우 받았다고 한다. 또 소녀상 건립 당시 일본 측은 카운슬 의회와 현지 언론, 정치권 등을 상대로 전방위적이며 조직적인 로비를 펴며 저지 활동을 했다. 일본은 소녀상 공간을 내놓은 교회뿐만 아니라 연합교회 교단, 지역 당국 카운슬 등 조직적인 훼방작업을 폈다.

 

2016년 중국 상하이사범대학게 건립된 평화의 소녀상.ⓒ김서경 작가

 

여섯 번째 평화의 소녀상은 2016년 10월 22일 중국 상하이사범대학에 건립됐다. 중국에서 처음 세워진 소녀상이자 한중합작인 이 소녀상은 화성시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와 국제 민간단체인 제2차세계대전사보존연합회(GA)가 시민 모금으로 3000여 만원을 마련해 공동으로 추진했다. 중국 칭화대 판위친 교수와 영화제작자 레오가 공동 제작했다.

이날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에는 이용수 위안부 피해 할머니와 중국의 천리엔춘 할머니가 참석했다. 25년 이상 여성인권운동가로 활동한 이용수 할머니는 두 소녀상 얼굴에 흐르는 비를 닦아주며 “이제 외롭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보는 이들을 눈물나게 했다. 이 할머니는 국적을 초월해 천리엔춘 할머니를 진심으로 위로했다.

이 소녀상은 한국과 중국 전통의상을 입은 두 나라 소녀가 친구처럼 의자에 나란히 앉아 주먹을 쥔 채 앉아있다. 한국 소녀상은 발을 지면에 붙이고 있지만 중국 소녀상은 발이 살짝 들려있다. 한국 소녀상 옆에 다가가 그 외로움을 나누려는 중국 소녀상이 방금 의자에 않았다는 의미로 뒤쪽의 발자국으로 표현했다. 어린 소녀들의 어두운 표정이 당시 고통을 고스란히 느끼게 한다. 우리 소녀상이 일본의 훼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상해에서는 의지할 수 있는 친구가 곁에 있어 외롭지 않다.

미국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 애난데일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뉴시스

 

일곱 번째 평화의 소녀상은 2016년 12월 미국 워싱턴에 도착했지만 그동안 있을 장소를 찾지 못해 창고를 전전하다가 3년 만에 워싱턴 인근 한인 사회 중심지인 버지니아주 애넌데일에 보금자리를 찾았다. 미국 내에선 캘리포니아 미시간 조지아 뉴욕에 이어 다섯 번째다. 워싱턴 도심 건립 방안은 일본의 집요한 방해 공작으로 번번이 무산되자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한인교포가 자신의 건물 앞에 장소 제공해 소녀상 건립이 이뤄졌다.

2017년 3월 8일 독일 남부도시 비젠트 네팔-히말라야 파빌리온 공원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김서경 작가

 

여덟 번째 평화의 소녀상은 2017년 3월 8일 독일 남부도시 비젠트 네팔-히말라야 파빌리온 공원에서 있는 소녀상이다. 이 공원은 세계물재단의 헤리베르트 비르트 이사장이 대표로 있는 곳이다. 이날 제막식에는 독일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 인사들과 수원시민 대표단 등과 독일 시민 등 100여 명과 위안부 피해자 안점순 할머니가 함께했다. 할머니는 14세 때 일본군에게 끌려가 고초를 겪는 아픔을 가진 할머니는 제막식 당시 90세였다. 안 할머니의 이름을 따 이 평화의 소녀상은 ‘순이’라는 애칭으로 불리고 있다. 사실상 수원시가 2016년 독일 프라이부르크시와 평화의 소녀상을 설립하기로 합의했으나 일본 정부의 압박과 한국 정부의 외면으로 무산됐다. 지금도 평화의 소녀상을 철거하려는 일본의 압박은 계속되고 있다.

아홉 번째 해외 평화의 소녀상은 2017년 10월 13일 미국 뉴욕주 뉴욕한인회관 이민사 박물관 6층에 세워졌다. 미국 내 네 번째이자, 미 동북부에선 처음이다. 뉴욕한인회가 경기도 고양시 5개 단체와 협약을 맺고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추진했다. 

열 번째 해외 평화의 소녀상은 2019년 11월 시드니에 이어 멜버른에 두 번째로 세워졌다. 멜버른 한인회관 앞마당에 설립돼 기차역에 자리했다. 멜버른 평화의 소녀상은 지난 2016년 한일 위안부 졸속 합의에 화가 난 한인단체들의 평화의 소녀상 건립위원회가 탄생한 후 기금 마련을 위해 바자회를 열고 영화 상영회를 통해 동포들이 소녀상 건립에 힘을 모았다. 멜버른 소녀상 건립에 화성시도 함께했다. 캐나다 토론토와 중국 상하이에 소녀상 건립을 이끈 화성시는 멜버른 소녀상 제작과 배송에 필요한 비용을 시민들의 성금으로 마련했다. 

호주 멜버른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뉴시스

하지만 시민들의 성금으로 어렵게 만든 평화의 소녀상이 수난을 겪는 사건이 발생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미국 LA 인근 글렌데일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에 지난해 7월 배설물을 묻히는 오물 테러가 3차례나 발생 사건에 이어 2018년 미 샌프란시스코 시내 세인트 메리스 스퀘어파크에 세워진 위안부 기림비의 고 김학순 할머니 동상이 녹색과 흰색 페인트 얼룩으로 훼손되기도 했다. 또 2019년 6월 국내 안산시 상록구 상록수역 광장에 있는 소녀상에 남성 4명이 침을 뱉고 일왕 찬양 발언을 했다. 

일본의 반대도 끊임없다. 소녀상 건립에 적극적 역할을 했던 프랭크 퀸테로 전 글렌데일 시장은 지난해 10월 LA 주재 일본 총영사가 “자신의 임무는 소녀상 철거”라며 소녀상 철거를 압박했다고 밝힌 바 있다. 퀸테로 전 시장은 2013년 소녀상 건립 당시 일본에서 1000통이 넘는 증오 편지를 받았다고 했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염원하는 시민들의 간절한 바람을 담은 소녀상은 역사적 아픔을 잊시 말자는 수요 집회 공간과 역사 문화 공간으로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설치된 지 이틀 만에 일본대사관의 항의 성명으로 철거된 필리핀 평화의 소녀상.ⓒ김서경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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