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보좌진 35명 대상 위력 성폭력 자체 설문
위력에 의한 성폭력, 해결책은 투명한 인사

7월 31일, 국회 게시판에 부착한 캠페인 포스터 ⓒ국회페미
7월 31일, 국회 게시판에 부착한 캠페인 포스터 ⓒ국회페미

위력에 의한 성폭력, 가해자가 없으면 피해자도 없습니다

국회페미가 8월 한 달간 위력에 의한 성폭력 근절 캠페인을 펼친다고 31일 밝혔다.

이번 캠페인은 국회페미가 연속으로 진행하는 일터로서 성평등한 국회 만들기세 번째 캠페인이다. 앞서 국회페미는 여성에게 사무실 허드렛일을 강요하는 전근대적 관행을 지적한 커피는 여자가 타야 제맛입니까?’ 캠페인, 극심한 유리천장 실태를 고발한 여자는 보좌관 하면 안 되나요?’ 캠페인을 실시한 바 있다.

국회페미는 고 박원순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이 밝혀진 직후, 정치권의 계속되는 위력에 의한 성폭력 현실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여성 보좌진 35명을 대상으로 자체 설문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국회페미에 따르면 다수의 응답자가 이래서 여비서는 뽑으면 안 된다”, “성폭력이 아니라 불륜이다”, “정치를 하다 보면 그럴 수 있다라며 사건의 책임을 가해자가 아닌 여성 비서의 탓으로 돌리는 공공연한 2차 가해와 펜스룰사례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면접에서 박원순·안희정 같은 일이 벌어지면 어떻게 대처하겠냐고 물으며 사상검증을 한다는 제보도 있었다. 보좌진 및 당원 단톡방에서 피해자의 신상을 캐내는 시도를 목격했다는 응답도 다수였다.

국회페미는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하는 근본 원인으로 응답자들은 공통으로 인맥으로 이뤄지는 성차별적이고 불투명한 인사 시스템을 꼽았다. 남성 보좌관이 친한 남성 비서를 데려와 빨리 승진시켜주고 인사 권력을 대물림하기 때문에 여성 보좌진은 불합리한 상황이 닥쳐도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것이다.

한 응답자는 서울시 등 지자체의 인사 시스템이 국회와 다르긴 하지만 비서실은 대부분이 별정직 공무원으로 채워지기 때문에 인사권을 남성권력이 쥐고 있는 상황은 비슷하다라며 정치권에서는 남성과 남성이 서로를 끌어주고 보호하는 잘못된 문화가 있기 때문에 위력에 의한 성폭력 사건이 아무리 발생해도 진상규명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라 의견을 냈다고 한다.

한 여성 보좌진은 채용 시에 상대적으로 여성 지원자의 경력과 자질이 더 뛰어난 경우였음에도 보좌관이 남자를 뽑으라고 해서 이력서를 추린 적 있다고 밝혔다. “우리 의원실은 관례적으로 여성은 인턴과 9급만 뽑아 허드렛일을 시키고 4급부터 8급까지는 남성만 뽑는다라는 응답도 있었다.

설문 참여자들은 이 같은 상황을 해결하려면 공통적으로 채용 및 승진 과정의 투명성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국회페미 활동가는 국회가 성별에 기반하지 않고 오로지 실력으로 채용하고, 직무를 맡아 평가하는 구조였다면 훨씬 더 많은 여성이 능력을 발휘해 보좌관까지 올랐을 것이라며 여성의 역량과 발언권을 제한하여 의도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가두는 조직문화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위력에 의한 성폭력은 계속해서 발생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국회페미는 일터로서 성평등한 국회를 만들어야 여성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진정으로 대변하는 민의의 전당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기치 아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국회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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