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보건복지부·신현영 국회의원 공동 주최
제2회 아동권리포럼
성남 어린이집 사건 "이례적인 사건...
행위 아동에 대한 논의 빠져 있고 지원기관 없었다"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리 아아딜의 성행동,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토론회를 열고 장형윤 경기남부해바라기센터 소장은 발언을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리 아이들의 성행동,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토론회를 열고 장형윤 경기남부해바라기센터 소장은 발언을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보건복지부와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3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제2회 아동권리 포럼을 열었다. 이날 주제는 ‘우리 아이들의 성행동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로 아동 성행동에 관한 사회의 인식과 태도 진단, 성행동 문제 개선을 위한 실제적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신 의원은 “아이들의 성적 행동을 단순 호기심으로 치부할 게 아니라 올바른 조기 교육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높아졌다”며 “오늘 포럼에서는 아동 성행동에 대한 문제 개선을 위한 실제적 대응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날 참석한 전문가들은 “아동의 성행동은 특정한 문제아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며 발달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이를 성인의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타인에 성적 피해를 끼친 행위 아동과 피해 아동 모두에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형윤 경기남부해바라기센터 소장(아주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은 이날 2건의 실제 사례를 소개했다. 장 소장은 실제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상담 등 지원은 아동의 성 행동 문제를 경험한 보호자에 대한 교육이 중점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장 소장에 따르면 다수의 아동 보호자들이 성폭력 피해를 경험하거나 성행동을 한 아동에 대해 ‘아이가 조심했었어야 한다’ ‘아이 또한 죄책감을 갖고 있구나’ 등의 왜곡된 시각을 갖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왜곡된 판단에서 보호자들은 아동이 경험한 사건에 대해 반복적으로 묻거나 사건을 축소시키려 하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아동에 그대로 드러낸다. 이같은 행위는 결과적으로 아동의 피해 경험 극복이나 문제적 성 행동의 교정을 어렵게 한다.

장 소장은 “많은 여성 보호자들이 과거 자신이 경험했던 성적 트라우마를 피해 아동에 투영하고 자녀와 자신을 동일시하고 이러한 태도가 아동의 정서적 불안을 야기한다”며 “모든 불쾌하거나 충격적인 경험이 심리적 후유증으로 남는 것이 아니며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호자들이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호자와 유아기관의 유아동 성행동에 대한 지식과 인식 부족도 지적됐다. 이완정 인하대학교 아동심리학과 교수는 영유아가 자위행위를 하거나 타인의 성기를 관찰하는 등의 성행동은 일반적인 발달과정의 일부라고 지적했다.

문제적인 성행동은 해당 연령의 자연스러운 발달 특성에서 벗어나거나 타인에 성적 피해를 일으키는 행위, 주의를 돌릴 수 없고 은밀한 장소 등으로 피해 아동을 이끌고 가는 폭력적 성행동 등이다.

이 교수는 최근 세계적인 추세와 학계에서는 다른 아동 등에 성적 피해를 입힌 아동에 대해 ‘가해 아동’이라고 칭하고 문제 행위를 ‘성폭력’으로 부르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또래에 의해 심리적·신체적 피해를 입은 아동에 대해서는 ‘피해 아동’으로 지칭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영유아들의 성행동 문제는 성인과 행위양상이 비슷해도 맥락이 아주 다르다”며 “‘성폭력’이라는 말은 법률상 성폭력 범죄를 지칭하기 위해 사용하는 용어지만 형사미성년자인 취학 전 영유아에 대해 법률 용어를 사용할 경우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성행동 문제를 일으킨 아동에 필요한 것은 처벌이 아니라 가족 단위의 전문적 심리치료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오채선 한국교원대학교 유아교육학과 교수와 우현경 중앙육아종합지원센터 센터장은 토론에서 유아동 성교육에서 주요한 것은 자신의 행동 전체가 타인과 관계에서 어떤 형태의 결과를 만들어낼 것인지를 알려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아동에게 타인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를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성행동 외 행동까지도 적절하게 교육해야 함을 설명했다.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리 아이들의 성행동,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토론회를 열고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축사 발언을 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의 성행동,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토론회에서 신현영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이날 발제와 토론에서는 지난 11월 발생해 사회에 충격을 주었던 성남 어린이집 사건에 대한 분석이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해당 문제에 대해 “아주 이례적인 사건”이라며 해당 사건을 모든 아동의 성(문제)행동으로 일반화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해를 일으킨 아동에 대해서는 “처벌이 아닌 훈육과 교육이 중요하다”며 아동 보호자에 대한 교육 또한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당시 행위 아동이 보였던 심각한 성문제 행동이 어떤 성적 피해 등의 결과물일 수 있는데 해당 아동을 성폭력 피해 아동 등으로 간주하고 교육을 하고자 했을 때 사회적으로 큰 반발이 일어나는 현실이 문제적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김우중 보건복지부 보육기반과 과장은 당시 사건에 대해 “사건이 일어난 후 도대체 어느 부처와 기관이 해당 문제를 다루어야 하는가,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는가 논란이 일었다”며 “피해 아동에 대해서는 지원을 할 기관이 있지만 행위 아동에 대한 사후 대처에 대한 공백이 있었다”고 말했다.

토론 후 30여년 간 IT업계에 몸담았다고 밝힌 참석자는 “오늘의 토론이 나이브하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지금 우리는 아이를 부모로부터 지켜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부모들이 아동에 처음 스마트폰을 쥐여주는 연령이 2,3세에 불과하다. 급격히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에 아동의 성노출에 대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오 교수는 ”중요한 지적“이라며 ”올해 우리는 원격수업을 진행했다. 디지털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는 상황에서 현재 중요한 것은 결과적으로 부모 교육과 인식 전환이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장 소장은 ”중요하다고 생각이 드는 것은 타인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타인과 자신의 경계를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 타인의 불편함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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