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지의 인재 발탁하려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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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인사위원장 김수장 변호사. <사진·민원기 기자>▶

법무부 파격 인사의 원칙제시

법무부의 검찰인사는 단연 화제였다. 대검찰청, 법무부, 서울지검 등 요직을 차지했던 검사들이 대거 지방 보직을 받았고, 지방을 전전하던 '비실세' 검사들이 서울의 요직에 발탁되는 등 검찰 인사의 '혈액순환'이 빨라진 것.

8월 22일 단행된 파격 인사와 관련해 검찰인사위원회 위원장 김수장 변호사를 만나 봤다.

김위원장은 부천서 성고문 사건 당시 인천지검 수사팀 부장으로 기억되는 사람이기도 하다.

음지의 인재 발탁 원칙

- 검찰인사위원회는 어떤 역할을 했나?

“검찰인사의 원칙과 기준을 제시하고 대상 후보군에 대한 조언을 하는 역할이었다. 핵심은 학연 지연의 집중을 피하고, 서울-지방간의 경향교류를 활성화 하는 것이었다. 음지에서 일하던 인재를 발탁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인사위원회는 원칙만 제시했고, 구체적인 인사는 법무부에서 했다.”

- 파격적인 인사인데 반응은 어땠나?

“지방에 있던 검사들이 대거 서울로 왔고 반대로 서울서 지방으로 내려간 검사들도 많다. 지방만 전전하다가 서울 요직에 등용된 사람들은 변화를 실감하면서 환영했다. 반면 당연한 승진코스를 벗어나서 지방으로 내려가는 사람들은 실망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경향교류를 활성화해서 앞으로의 승진인사에서는 서울과 지방의 구분없이 능력있고 성실한 검사들을 고루 발탁하자는 취지였다.”

- 인재 발탁도 좋지만, 업무 효율성에 문제는 없나?

“검사들은 수준과 자격을 갖춘 사람들이므로 얼마든지 순환이 가능하다고 본다. 설사 처음 적응하느라 업무 효율성이 감소하는 측면이 있을지라도 감수해야 한다고 본다.”

젊은 변화 추세 수용해야

- 대법관 선출, 검찰 인사 등 법조계의 파동이 있었다. 법조 선배로서 최근의 변화를 어떻게 보나?

“변화를 실감한다. 후배들은 개방적이면서 강한 평등권을 주장한다. 이런 젊은 기운을 나이든 사람들이 긍정적으로 보고 수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검찰 조직은 대표적인 상명하복의 조직이다. 최근의 이런 변화가 조직에 위협적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할 것 같은데...

“검찰청 법에 상명하복 규정이 있다. 취지는 좋은 것이지만, 실제 운영상 부당한 명령에 대해서도 무조건 복종을 요구하는 식으로 적용돼 온 것도 사실이다. 법무부에서 이 규정을 고치겠다는 발표를 했다. 직무상 명령은 따라야 하지만 부당한 명령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조항을 포함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렇게 돼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 86년 인천지검에서 부천서 성고문 사건 수사팀의 담당 부장이었다. 당시 상사의 지시로 수사결과를 발표했고, 그로 인한 불이익을 받았다고 들었다.

“당시 수사는 정말 열심히 했다. '간첩' 소리 들어가면서 소신 수사를 해서 문귀동의 구속기소 의견을 제시했으나, 상사의 지시로 왜곡 축소된 내용을 발표하게 됐다. 그 이후로 조직인으로서의 의리와 개인적 소신 사이에서 말 못할 고민을 많이 해왔다.”

성고문 사건 담당 검사의 진실

- 이번에 검찰인사위원장에 내정될 때 여성단체와 민변에서 성고문 사건에 대한 책임을 들어 '부적절한 인사''라는 논평이 있었다. 반면 법무부에서는 소신 수사로 진상을 규명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어느 쪽이 진실인가?

“둘다 사실이고 그렇게 말할 수 있다. 어느쪽에서 보는가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당시는 보도지침이 있던 시절이었고, 나는 검찰조직의 일원이었다. 수사에 최선을 다했지만 끝내 왜곡을 막아내지 못한 책임을 벗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 점에 대해 부끄럽고, 죄송스럽다. 그러나 수사기록 자체는 진상규명을 철저히 해서 가해 경찰관에 대한 구속기소 의견을 제시했다. 나중에 재정 신청 재판이 있을 때, 전혀 추가 수사 없이 피고인의 유죄를 인정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건 법무부가 공식적으로 밝힌 입장이다. 또 당시 나에게 발표를 지시했던 상사인 김경회 검사장의 회고록 <나 이제 자유인이 되어>에도 상세히 밝혀져 있다. 책임이 없다고 말하지는 않겠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는 진실은 인정해주길 바란다.”

권인숙씨에게 '미안하다' 말하고 싶어

- 그 때 검찰청법에 상사의 부당한 명령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규정이 있었다면 이의를 제기했겠나?

“가정해서 말하기는 어렵지만 법적 근거가 있었다면 했을 것이다.”

- 지금 권인숙 씨를 만나면 어떤 얘기를 하고 싶나?

“얼마전 권인숙 씨가 쓴 <선택>을 읽어보니 포용력이 큰 사람으로 성장한 것 같다. 지금 권인숙 씨를 만나면, 우선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 최선을 다했지만 왜곡을 막아내지 못하고 이런 결과를 가져와서 미안하다는…”

김수장 변호사는 대전고, 서울법대 졸업 후 사시 8회로 검사생활을 시작해, 서울 지검 검사장을 끝으로 퇴직, 99년부터 중앙선거관리 위원회 상임위원을 잠시 경험하고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김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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