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없이 한 달만 지내보세요”

@12-1.jpg

주부우울증이 뭔지 아는 사람, 그 사람이 남자라면 왠지 속내를 터놓고 이야기하고픈 느낌이 절로 들지 않을까. 청와대 천호선(41) 정무기획비서관이 주는 첫 느낌이 그렇다.

최근 국민참여수석실에서 정무수석실로 자리를 옮긴 천 비서관은 91년 노무현 의원 비서관을 시작으로 유인태 의원 보좌관, 민주당 부대변인, 민주당 선거대책위 인터넷선거특별본부 기획실장을 거친 청와대통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386측근이자 1기 인재 풀에 속한 것으로 알려진 천 비서관은 정무수석실과 제도 정치권의 유일한 접촉창구 역할을 하게 됐다.

“아내가 4년 전 공인노무사 시험을 준비했어요. 집에 늦게 올 때가 많았는데 아내를 기다리면서 화날 때가 많았죠. 그 때 주부우울증이 뭔지 알 것 같더군요.” 그래도 공부에 뜻이 있는 아내 이원희(42)씨가 2년 넘게 유학 가있는 시간을 “내가 조금 힘들더라도 아내가 잘되는 게 좋다”는 마음으로 지켜봤다. 그러나 아내가 돌아온 지난달 27일 전까지는 13, 11살 된 두 아들을 7개월 동안 혼자 돌봐야 했다. 장모님이 계시지만 쉽지 않은 일. 그래도 아이를 기른다는 게 어떤 건지 제대로 알게 해 준 7개월이 그는 너무 소중하다.

“한 달이든 반년이든 남성들이 아내 없이 아이들하고 부딪혀보는 게 좋아요. 처음엔 아이들이 좀 힘들겠지만 가족 모두를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죠.” 아내 없이 보낸 7개월 동안 아이들과 너무 친해져서 '권위·신뢰·존경'은 다 잃어버린 채 자주 삐치는(?) 귀여운 아빠가 돼버렸다는 천 비서관의 고백이다.

여성이 참여하는 정치개혁 앞장 설 것

천 비서관 부부의 사례는 그가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이원희씨의 공부에 대한 열정을 본받아 새롭게 사회활동을 시작한 여성들이 여럿 생긴 것.

이렇게 서로의 생활을 인정하고 아끼지만 부부사이가 썩 살갑지만은 않다.

“제가 좀 뻣뻣해요. 가끔 아내가 서운해할 때도 있죠.” 그래도 천 비서관은 한 10년 정도 지나면 지금보다 아내와 훨씬 친해질 거 같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서로 각자의 삶에 좀 더 충실할 시기라고 생각하면서.

천 비서관은 95년부터 지방자치실무연구소(소장 노무현) 연구원을 맡으며 여성이 이끄는 지방자치에 눈을 뜨기 시작, 공부에 매진했다. 지방자치에 대한 개념이 거의 전무했던 94년, 그가 한국여성유권자연맹에서 강의를 시작한 뒤로 10년 가까이 지방자치에 관해서는 '인기강사'로 자리잡게 된 것도 그가 일궈낸 전문성 덕분이다.

“여성할당제보다 더 중요한 건 훈련과 양성이죠. 30∼40대 정도 된 젊은 여성들이 많은데 이들이 훈련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지방자치예요. 이들이 지금부터 훈련을 쌓으면 10년쯤 뒤에는 아마 여성 정치인 수가 남성과 비슷해지지 않을까요?”

천 비서관은 남성과 여성 숫자가 비슷한 만큼 여성 정치인은 할당이 아니라 전체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게 당연하다고 믿는다.

“나는 귀여운 아빠”

“정치는 국민들의 에너지를 끌어 모으는 작업이예요. 제 성격이 정치와 잘 안 맞는 부분도 있어요. 하지만 지금의 정치를 바꾸려면 젊고 패기 있는 사람들이 많이 뛰어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이 자리까지 왔어요. 정무수석실에서도 정치개혁과 여성의 정치 참여를 함께 가져갈 수 있는 노력들을 충분히 기울일 수 있다고 봅니다.” 여성 정치인들이 정치에 뛰어들 때 자주 던졌던 출마의 변과 비슷한 논조다.

“그 동안 아내가 없어서 혼자 시장 보는 재미가 좋았는데 이제 아내가 돌아와 짐꾼 역할에 충실해야겠어요.” 천 비서관의 아쉬움(?)이다.

혜원 기자nancal@womennews.co.kr

sumatriptan patch http://sumatriptannow.com/patch sumatriptan patch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