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영 광원산업 회장. ⓒ카이스트 발전재단
이수영 광원산업 회장. ⓒ카이스트 발전재단

 

“카이스트(KAIST)가 우리나라 최초로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길 바랍니다.”

광원산업 이수영 회장(83)이 23일 대전시 카이스트 대학 학술문화관에서 열린 기부 약정식에서 평생 모은 676억 원 상당의 부동산을 출연해 ‘이수영 과학교육재단’을 설립하기로 했다. 카이스트 개교이래 역대 최고액 기부다.

이 회장의 기부는 이날이 세 번째다. 2012년 약 80억 원에 달하는 미국 부동산을 유증(유언으로 재산을 타인에 증여하는 형태)했고 2016년 10억 원 상당의 미국 부동산을 다시 내놨다. 이번에 약정한 금액까지 합하면 총 766억 원이다.

이 회장은 경기여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63년 서울신문사에 입사해 1980년까지 한국경제신문, 서울경제신문 등에서 기자생활을 했다. 1980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언론통폐합으로 강제 해직된 후에는 기자 생활 중 소일로 했던 주말농장을 대폭 키워 사업으로 일궜다. 1988년부터는 부동산 사업으로 방향을 틀어 광원산업을 세워 현재까지 이르렀다. 이 회장이 모교인 서울대학교나 한때 몸담았던 분야들이 아닌 카이스트와 과학계에 기부를 결정한 것은 “미래는 과학기술 발전에 달려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에서다. 2012년 당시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이 인터뷰에서 과학기술 발전이 국가 발전 원동력이 된다고 말한 데 공감해서다.

“나는 과학은 잘 모르지만, 과학의 힘이 얼마나 큰 줄은 압니다. 한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과학 기술 인재를 키워주길 바랍니다. 그것만 바라요.”

이수영 광원산업 회장(오른쪽)과 신성철 KAIST 총장이 23일 KAIST 본교 학술문화관에서 기부 약정식을 갖고 있다. 이날 이수영 회장은 KAIST에 676억 원의 사재를 출연했다. ⓒ카이스트
이수영 광원산업 회장(오른쪽)과 신성철 KAIST 총장이 23일 KAIST 본교 학술문화관에서 기부 약정식을 갖고 있다. 이날 이수영 회장은 KAIST에 676억 원의 사재를 출연했다. ⓒ카이스트

 

이 회장의 기부금은 카이스트 ‘싱귤래러티(Singularity) 교수’ 지원에 사용될 예정이다. 싱귤래러티 제도는 선정된 교수를 임용 후 10년 간 논문평가 없이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카이스트가 국내에 처음 도입했다.

이 회장은 2018년 펴낸 자서전 『왜 KAIST에 기부했습니까?』 에서 기부를 하기 위해 처음 카이스트를 찾아간 날의 소감을 썼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 노력했지만, 내 심장 소리가 내 귀에 들릴 정도로 나는 마음이 설렜다. 처음 느껴본 기분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나의 결정을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 그는 자서전 곳곳에 기부문화가 정착되길 바라는 소망을 남겼다.

이 회장은 약정식에서도 기부와 장학사업에 대해 힘주어 말했다. “자식을 진정으로 위한다면 돈을 물려줄 게 아니라 기부를 가르쳐야 합니다. 뜻을 가진 분들이 동참해 장학사업이 번창할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