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으로 세계 휩쓸었으니, K클래식으로 새 흐름 만들어야죠"
"K팝으로 세계 휩쓸었으니, K클래식으로 새 흐름 만들어야죠"
  • 이세아 기자
  • 승인 2020.08.03 08:53
  • 수정 2020-08-03 0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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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소프라노 김은경·서초문화재단 퍼포먼스 디렉터
지난 30여 년간 국내외 무대 선 프리마돈나
클래식 경계 벗어나 대중에 다가가려 노력도
문화나눔 단체 마노아마노 만들어

코로나19라는 예기치 못한 변수로 공연계는 ‘올스톱’ 상태다. 참담한 시기이지만, 이를 계기로 우리 문화예술 산업 전반을 돌아보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한류’ 열풍에서 나아가 세계적인 문화예술 선진국으로 도약할 힘을 기를 때라는 얘기다. 문화예술이 만병통치약은 아니어도, 갈등, 분열과 아픔을 표현하고 치유와 화합의 촉매가 될 수 있음에 주목해 가능성을 키우자는 논의도 나온다.

성악가이자 문화나눔 단체 (사)마노아마노 대표로 활동하며 서초문화재단 퍼포먼스 디렉터도 겸하고 있는 김은경씨는 “클래식 음악에서 그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음대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이탈리아 유학 후 돌아와 국립오페라단, 서울시오페라단 등에서 여러 오페라의 주역을 맡고, 국내외 무대를 오가며 활동 중인 현역 성악가이기도 하다.

“음악 산업은 한국의 국제적 인지도를 높이고 문화예술 흐름을 주도하는 데 무척 중요합니다. BTS가 한 번 세계를 휩쓸었고, 이번엔 K클래식이 새로운 흐름을 만들 차례죠.”

2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여성신문에서 김은경 소프라노가 인터뷰를 했다. ⓒ홍수형 기자
여성신문과 인터뷰 중인 소프라노 김은경 씨 ⓒ홍수형 기자

 

“시야 넓히면 활약할 길 무궁무진”

한국 오페라는 올해로 72주년을 맞았다. 1948년 서울 중구 명동 시공관(현 명동예술극장)에서 상연한 베르디 오페라 ‘춘희’(라 트라비아타)를 시작으로, 그간 다양한 공연이 국내 무대에 올랐다. 국립오페라단, 서울시오페라단에서 활동하며 ‘라 트라비아타’, ‘오텔로’, ‘토스카’, ‘까발레리아 루스티까나’, ‘마적’, ‘피가로의 결혼’, ‘라보엠’ 등의 주역을 맡았던 ‘소프라노 김은경’도 한국 오페라와 함께 해왔다.

“지난해 학교(백석예술대)를 사직하고 한동안 미국과 이탈리아를 오가며 공부했어요. 뉴욕 메트로폴리탄(Met) 오페라 리허설과 시스템을 살펴보며 클래식 음악 전공자들이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이 무척 많다는 걸 새삼 깨달았죠. 젊은 사람들이 ‘클래식은 연주가 전부’라는 고정관념을 깼으면 좋겠어요. 또 철저히 자신을 단련해온 사람들이잖아요. 그 집중력과 끈기라면 다른 분야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2012년 서울 충무아트홀에서 열린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당시 김은경 소프라노는 주연 ‘비올레타’ 역을 맡았다. ⓒ충무아트홀<br>
2012년 서울 충무아트홀에서 열린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당시 김은경 소프라노는 주연 ‘비올레타’ 역을 맡았다. ⓒ충무아트홀

클래식 경계 벗어나 대중에 더 다가가려

인간의 목소리는 신이 만든 가장 위대한 악기라고 한다. 섬세한 가락까지 정교하게 표현하는 노랫소리에는 어떤 악기로도 흉내 내기 어려운 아름다움이 있다. 시대와 국경을 초월해 많은 사람들이 성악에 빠져드는 이유다. 김 대표도 그랬다. “고3이 되니까 퍼뜩 음악을 안 하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먹고 살고 싶었고, 힘들 때면 음악에 위로받으며 살고 싶었어요.” 반대하는 부모님께 ‘딱 10개월만 레슨받게 해달라, 떨어지면 다시는 도전하지 않겠다’며 간청했다. 그해 보란 듯이 서울대 음대 성악과에 합격했다.

‘소프라노 김은경’은 지난 30여 년간 국내외 무대에서 다양한 공연을 했다. 클래식 오페라와 오라토리오부터, 국내외 가곡까지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2008년 영국의 유명 성악가 폴 포츠의 내한 무대에 함께 섰고, 2009년 세계적인 바리톤 블라드미르 체르노프의 리사이틀에 함께했고, 빈 슈트라우스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KBS 교향악단 등과도 협연했다. 수많은 외국어 가사를 완벽하게 외우려고 “지금도 흰 종이가 까맣게 될 때까지 가사의 뜻과 문법을 반복해서 적고”, 목 관리를 위해 “음주를 자제하고, 화내지 않고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 노력하는” 게 그의 비결이다.

또 클래식 음악의 좁은 경계를 벗어나 대중에게 다가가고자 ‘열린음악회’ 등 다양한 TV 프로그램에도 출연해 오페라 아리아, 민요 등 다양한 음악을 선보였다. 2017 전주 FIFA U20 대회 개막 공연에선 아리랑을 합창했다. 2016년 발매한 2집 ‘아름다운 시절’은 정통 성악 클래식 앨범이었던 1집 ‘더 레터(The Letter, 2012)’와 달리, 재즈풍으로 편곡한 외국 가곡들로 채웠다. ‘매기의 추억’, ‘클레멘타인’ ‘할아버지의 시계’ 등 익숙한 노래들을 한국어 가사로 옮겨 불렀다. “이젠 세상에 안 계시지만, 힘들 때마다 손을 잡아주셨던 아버지, 아버지가 불러주신 노래들을 생각했어요. 제가 부모님께 노래를 불러드리고, 음반으로나마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어요.”

마노아마노는 2018년 1월 26일 경기도 동두천청소년수련관에서 ‘제14회 나눔음악여행-동두천시민과 함께하는 힐링음악회’를 열었다. 김은경 소프라노와 백철현 단장(바이올리니스트) 를 필두로 하는 동두천챔버, 신동원 테너 등이 무대에 섰다. ⓒ마노아마노
마노아마노는 2018년 1월 26일 경기도 동두천청소년수련관에서 ‘제14회 나눔음악여행-동두천시민과 함께하는 힐링음악회’를 열었다. 김은경 소프라노와 백철현 단장(바이올리니스트) 를 필두로 하는 동두천챔버, 신동원 테너 등이 무대에 섰다. ⓒ마노아마노

 

김 대표는 7년 넘게 강의와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의 일반인 대상 강좌 ‘세종예술아카데미’의 성악 프로그램 ‘히든 보이스’ 교수이자, 비영리 예술봉사단체 ‘마노아마노(손에 손잡고)’ 대표다. “평생 갈고닦은 재능을 가장 낮은 곳에 헌정해 음악의 즐거움을 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그의 원동력이다.

문화나눔 단체 마노아마노 만들어

특히 ‘마노아마노’는 ‘찾아가는 음악회’를 테마로, 평소 문화 향유 기회가 적은 지역 주민과 소외계층을 위해 정상급 클래식 음악가들이 공연을 여는 봉사단체다. 첫 공연은 2013년 경기도 포천 장자마을에서 열렸다. 한센병을 앓았던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공동체다.

“공연 장소를 찾다가 오래된 성당을 발견하고, 겨우 승낙을 받아 청소와 세팅을 하고, 다음날 오케스트라를 불러 공연했어요. 조명과 음향은 열악했고, 무대도 없이 관객들 코앞에서 연주를 했죠. 그래도 너무 좋았어요. 관객은 항상 멀리 있었는데, 그렇게 가까이서 즉각적인 반응을 보며 공연한 건 처음이었죠. 그날 1000명 넘게 공연을 보러 오셨어요. 답례로 마을 합창단 어머니들이 즉석 합창까지 선보이셨어요. 그날 공연을 잊을 수가 없어요.”

김 대표는 “클래식은 ‘가진 사람’들만 누리는 게 아니다. 누구나 한 번은 친근하게 악기와 음악을 접하고 흥미와 꿈을 키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살다 보면 어려운 일, 견뎌야 하는 시간이 있잖아요. 그럴 때 노래든, 연주든 뭔가에 몰두할 수 있다면 훨씬 견디기 쉬워요. 클래식은 공부할 거리가 무궁무진하고, 발전하는 나를 발견하는 재미도 있어요. 또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화합하는 데에도 좋은 도구죠.”

코로나19로 올해 공연 일정은 대개 취소되거나 연기됐지만, 김 대표는 하반기에는 무언가 해볼 계획이라며 곧 소식을 전하겠다고 했다. “음악을 하면서 때로는 분에 넘치는 관심과 사랑, 생각지 못했던 보상을 받기도 했어요. 제가 받은 사랑을 사회에 환원하고 싶어요. 아주 크지는 않더라도, 동료 예술가들과 함께 계속 무언가를 해나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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