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이 23일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했다.ⓒ뉴시스

 

제주항공이 끝내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하면서 이스타항공은 파산 수순에 내몰리면서 6개월 이상 제대로 임금도 받지 못한 1600여 명 직원들이 당장 거리로 내앉아 일자리를 잃게 될 위기에 처했다. 협력사까지 합치면 대규모 실직 위기에 놓인 직원은 2000명이 넘는다.

제주항공은 23일 “이스타항공이 중요한 위반 사항을 고치지 않았고 거래종결 기한이 지난 이스타항공과 주식매매계약(SPA)을 해제했다”고 공시했다. 제주항공이 지난해 12월 이스타항공 인수 계획을 발표한 지 7개월 만에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주식 497만1000주(51.17%)를 545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을 뒤엎은 것이다.

제주항공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의지와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상황에서 인수를 강행하기에는 제주항공이 짊어져야 할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다”라며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피해에 대한 우려가 크기도 하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스타항공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제주항공의 일방적인 계약 파기를 인정하지 못하겠다고 밝혔다.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의 발표는 주식매매계약을 위반하는 것이며 계약을 해제할 권한이 없다”라며 “계약 위반 및 불이행으로 인한 모든 책임은 제주항공에 있다”라고 주장해 법적 소송을 예고했다. 이어 당장 직원들의 상황을 고려해 “임직원 1600여 명과 회사의 생존을 위해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스타항공이 전라북도의 지원금 신청과 금융 지원, 제3 인수자 찾기 등 여러모로 알아보겠다고 밝혔으나 업계의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 다만 구체적으로 논의된 건 없다.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결정타를 날렸으며 업황 악화로 인해 직원들이 이직하거나 새로운 인수자를 찾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당장 운항을 재개할 자금과 직원 월급 체납 등으로 이스타항공이 가진 자구안이 없다. 이 때문에 이스타항공이 파산 시 대량 실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 지원이 중단되면 이스타항공은 버티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다음 달 만료를 앞둔 고용유지지원금이 끊긴다면 이스타항공은 인건비 부담에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현재 대부분의 항공사가 지난 3월부터 고용유지지원금을 지원받아 직원들을 휴직시키고 있어서다.

이스타항공은 2007년 10월 전북 지역을 기반으로 창업주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설립한 항공사다. 현재 이스타항공 최대 주주(39.6%)인 이스타홀딩스는 이 의원의 자녀들이 100% 지분을 가지고 있다. 올해 1분기 자본 총계는 마이너스 1042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로 3월부터 운항이 중단된 상태다. 업계에선 제주항공과 계약이 없었다면 이스타항공은 부도 처리됐을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임금체불에 리스료, 조업료, 주유비 등 각종 미지급금이 1700억원에 달해 출범 13년 만에 파산 위기에 처했다. 법정관리에 들어간다 해도 기업 회상이 되기가 사실상 어렵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배경이다.

이상직 의원은 전날 KBS 전주 라디오에 출연해 “임직원이 사즉생의 각오로 똘똘 뭉치고 지자체와 도민이 향토기업인 이스타항공 살리기 운동에 나서야 한다”며 정부의 LCC 지원을 촉구해 경영진이 책임져야 한다는 책임론이 불거지기도 했다.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가 직원들의 대량 실직 사태를 우려하며 M&A 막판 중재에 나섰지만 결국 흐름을 바꿔놓지 못했다. 국토교통부는 23일 브리핑을 열고 이스타항공에 ‘플랜B’를 마련하면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양사는 책임론 공방을 펼치며 소송전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은 계약 파기 시 책임 소재 등 법리 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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