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후보 배기열·천대엽·이흥구
추천위 ‘다양성’ 내세웠으나
서울대·50대·남성·영남 일색
여성 후보 3명은 모두 빠져

(왼쪽부터) 배기열 서울행정법원장, 천대엽 서울고법 부장판사, 이흥구 부산고법 부장판사. 사진=대법원
(왼쪽부터) 배기열 서울행정법원장, 천대엽 서울고법 부장판사, 이흥구 부산고법 부장판사. 사진=대법원

 

오는 9월 퇴임하는 권순일 대법관 후임 후보로 배기열 서울행정법원장(54·17기)·천대엽 서울고법 부장판사(56·21기)·이흥구 부산고법 부장판사(57·22기)가 추천됐다. 또 다시 이른바 ‘서오남(서울대·50대·남성)’ 일색이다. 여성은 한 명도 후보에 포함되지 않았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이하 추천위)는 23일 대법원 회의실에서 회의를 열고 국민 천거로 추천된 대법관 후보 30명 중 3명의 법관을 선정해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제청 후보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박경서 추천위 위원장은 “대법관으로서 갖추어야 할 능력과 자질뿐만 아니라 도덕성, 청렴성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 심사했다”며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보호 및 공정함을 실현할 능력과 자질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또 “시대의 변화를 읽어내는 통찰력과 사회의 다양성을 담아낼 수 있는 식견을 갖춘 것으로 판단되는 후보들을 추천했다”고 했다.

추천위는 “다양성”을 내세웠으나 최종 후보 3명은 모두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50대 남성 판사다. 대법관 출신의 편중 현상이 법원의 순혈주의와 엘리트주의를 강화한다는 비판이 이어졌지만, 이번에도 서오남이라는 대법관의 전형적인 틀을 깨뜨리지 못했다.

당초 김명수 대법원장을 제외한 대법관 13명 중 여성이 3명(23%)뿐이기 때문에 전체 법관의 30% 이상이 여성인 점을 감안해 여성 대법관이 발탁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역대 대법관 137명 중 여성 단 4명

대법원은 지난 6월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심사동의자 30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지난 5월22일부터 6월1일까지 천거 기간 동안 접수된 피천거인은 법관 53명, 비법관 12명 총 65명으로, 이중 9명이 여성이었다. 

추천위는 심사에 동의한 법관 23명, 전 검사 1명, 변호사 4명, 교수 2명 등 30명을 대상으로 심사 작업을 거쳤다. 이 가운데 여성 후보는 3명이었다.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W2V)’ 운영자 손정우의 미국 인도를 불허한 뒤 대법관 후보 자격 박탈을 요구를 받은 강영수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추천되지 않았다. 

대법원.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대법원. ⓒ 여성신문 

 

새 대법관 후보 배기열·천대엽·이흥구

배기열(54·연수원 17기) 서울행정법원장은 대구 출신으로 1991년 대구지법 경주지원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했다. 2018년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를 지낸 뒤 올해 서울행정법원장에 취임했다. 줄기세포 논문 조작 관련해 기소됐던 황우석 박사 사건 1심 재판을 맡아 황 박사에게 유죄 판결을 선고했다.

천대엽(56·연수원 21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부산 출신으로 1995년 서울지법 동부지원 판사로 임관했다. 2007년 부산지법 부장판사, 2014년 부산고법 부장판사 등을 거쳐 2016년부터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근무하고 있다. 지난 3월 조희대 전 대법관의 차기 후보 4명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흥구(57·연수원22기) 부산고법 부장판사는 경남 통영 출신으로 대학 재학 시절 학생운동을 하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력이 있다. 1990년 국가보안법 위반자 중 최초로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부산지법, 울산지법 등에서 부장판사를 지냈으며 법원 내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대법관 후보자 3명의 주요 판결과 업무 내역을 공개하고 오는 24일부터 30일까지 법원 내·외부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대법원장은 추천 내용과 의견수렴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통령에게 최종 대법관 후보 1명을 제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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