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포틀랜드 Black Lives Matter 시위 두 달째
연방정부의 과잉 진압에 분노한 여성 수백명
시위대 지키는 ‘인간 방패’로 나서
“소중한 이들 잃은 흑인 엄마들과 연대”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50일 넘게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시위에 참가한 여성들이 인간띠 '엄마들의 장벽(Wall of Moms)'를 형성해 시위대를 지키고 있다. ⓒAP/뉴시스·여성신문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50일 넘게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시위에 참가한 여성들이 인간띠 '엄마들의 장벽(Wall of Moms)'를 형성해 시위대를 지키고 있다. ⓒAP/뉴시스·여성신문

지난 20일(이하 현지 시간)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열린 인종차별 반대 시위 현장. 노란 옷을 입은 여성 수십 명이 시위대의 선봉에 섰다. “여기 엄마들이 왔다! 연방 요원들은 물러서라! (Moms are here, Feds stay clear!)” “엄마를 쏘지 마라! (Don’t shoot mothers!)”

지난 5월 백인 경찰관의 무자비한 진압으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숨진 후, 포틀랜드에서는 두 달째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시위가 진행 중이다. 연방 요원들이 가혹하게 시위대를 진압해 반발을 사는 가운데, 분노한 여성들은 현장으로 달려가 ‘인간 방패’를 만들어 시위대를 보호하고 있다. 자칭 ‘엄마들의 장벽(Wall of Moms)’이다.

조지 플로이드 사망을 계기로 시작된 인종차별 반대 시위는 미 전역으로 확산했다. 특히 포틀랜드에서 도심 시위가 50일 넘게 이어지자, 미 국토안보부는 이달 초부터 연방 요원 2000여 명을 투입, 시위대에 최루가스와 섬광탄 등을 발포하며 진압하고 있다. 포틀랜드 시장, 오리건주 주지사와 연방검사장, 미국시민자유연합(ACLU) 등은 연방정부의 시위대 ‘과잉진압’을 규탄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 요원들이) 환상적인 일을 했다”며 다른 미 주요 도시에도 연방 요원을 투입해 시위 진압을 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포틀랜드에 사는 중년 여성 베브 바넘은 무장 요원들이 시위대를 폭력적으로 진압하는 모습에 충격받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모든 엄마들을 소집합니다.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합시다. 사람들을 보호하는 일 말입니다. (...) 우리 엄마들은 종종 평가절하돼 왔지만, 우리는 그보다 강한 존재들입니다. 저와 함께하시겠습니까? ‘엄마들의 장벽’을 만들 수 있게 도와주시겠습니까?”

바넘의 요청에 응답한 여성 70여 명은 지난 18일 포틀랜드 인종차별 반대 시위 현장에 나타났다. 최루가스 살포에 대비해 고글, 마스크, 헬멧을 쓴 여성들은 길게 늘어서 ‘인간띠’를 형성하고 “여기 엄마들이 왔다! 연방 요원들은 물러서라!”라고 외쳤다. SNS와 언론 보도로 이들의 존재가 알려지며 더 많은 여성들이 동참했다.

지난 20일 시위 현장에선 200여 명이 ‘엄마들의 장벽’을 만들었다. 노란 옷을 입거나 노란 해바라기를 든 여성들은 인종차별 반대 구호를 외치거나 관련 문구가 적힌 피켓을 흔들며 시위에 나섰다. 이날 ‘엄마들의 장벽’에 합류한 제인 울먼은 영국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두 아이의 엄마이자 중산층 백인 여성, 포틀랜드 스타트업 최고재무책임자(CFO)”라고 소개하며,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로 스스로 (인종차별 문제에 대해) 많이 공부했다. 연방정부가 이 문제에 책임이 있다는 사실은 내게 행동해야 할 이유를 줬다. 뭐라도 하고 싶었다. ‘엄마들의 장벽’은 나를 시위 현장으로 나오게 했다”고 말했다.

바넘은 19일 미 버즈피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매일같이 아이들, 남편들, 남매들, 친구들을 잃고 있는 흑인 엄마들과 연대하고자 시위에 나섰다”라며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고 외치는 시위이지, 백인 여성들이 나서서 위기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연방 요원들은 평화 시위를 벌인 ‘엄마들의 장벽’에도 최루가스를 발포했다. 현지에서는 연방 정부가 이처럼 공권력을 투입해 시위대를 과잉 진압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테드 윌러 포틀랜드 시장은 19일 CNN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를 폭력과 파괴로 이끌어 가는 것은 연방 요원들”이라며 “그들에게 와달라고 부탁한 적 없고, 사실 그들이 떠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 오리건 주지사와 포틀랜드 시장이 ‘무정부주의자’를 두려워해 제대로 진압하고 있지 않다며 “그들이 연방 정부의 도움을 원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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