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변호인 “박원순 경찰 고소 전 서울중앙지검에 면담 요청했다” [종합]
피해자 변호인 “박원순 경찰 고소 전 서울중앙지검에 면담 요청했다” [종합]
  • 김서현 기자
  • 승인 2020.07.22 13:47
  • 수정 2020-07-22 1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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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측 2차 기자회견
고소 전날 서울중앙지검에 연락…
“피고소인 누구인지 얘기했다”
동료 20명에게 고충 호소했으나
“예뻐서 그랬겠지” 등 묵인
서울시는 책임 주체…
“인권위가 진상 조사해야”
22일 오전 서울 시내 모처에서 한국성폭력상담소가 '고박원순 서울시장의 성폭력 사건 2차'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22일 오전 서울 시내 모처에서 한국성폭력상담소가 '고박원순 서울시장의 성폭력 사건 2차'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박원순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 A씨가 4년간 20명의 업무 관계자들에게 고충을 털어놓았으나  '30년 공무원 생활 편하게 해줄 테니 다시 비서로 와달라. 몰라서 그랬을 것이다', '예뻐서 그랬겠지', '시장에게 직접 인사 허락을 받아라' 등의 답변만 들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동료 등에게 박 시장이 자신에 보낸 속옷 사진 등을 보이고 피해를 말하기도 했으나 아무런 조치도 받지 못 했다고 말했다. 또 경찰에 고소장 접수 전날인 7일, 피해자 측이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사실을 알리고 도움받고자 했으나 면담 약속을 8일 오후 3시로 잡아두고선 이날 2시경 부장검사 측이 약속을 깬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추가 피해증거 공개에 대해 피해자 측은 "피해자가 구체적 피해를 말하면 그것을 이유로, 내역을 제시하지 않으면 그것을 이유로 피해자를 비난하고 공격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 없는 피해자에 대한 책임 전가이자 2차 피해가 될 수 있음을 말하고 싶다"고 지적하고 피해 사실에 대한 증거물 등은 모두 경찰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박원순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 A씨를 지원하는 여성단체와 법률 대리인이 22일 서울 모처에서 2차 기자회견을 열었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지지와 연대의 내용이 담긴 대자보와 메모들이 16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도서관 입구에 부착돼 있다. ⓒ여성신문·뉴시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지지와 연대의 내용이 담긴 대자보와 메모들이 16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도서관 입구에 부착돼 있다. ⓒ여성신문·뉴시스

 

△이번 사건의 법적 의미는 무엇인가?

현재 진행 중인 사건 혐의들은 강제추행,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죄, 강제추행 방조, 명예훼손 등이다. 강제추행 방조는 제3자가 고발한 사안이고 명예훼손 등은 사건이 알려진 후 A씨에 2차 가해한 누리꾼을 대상으로 A씨가 직접 고발 한 것이다. 

법무법인 온세상 김재련 변호사는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의 성립 가능성을 설명했다. 지난 8일 A씨는 강제추행,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통신매체이용 음란죄 등으로 고 박 시장을 고소했다. 그러나 피고소인의 사망으로 절차적 한계에 부딪혔다.

김 변호사는 ”이번 사건에서 쟁점이 되는 것은 강제추행이 과연 성립하느냐 여부“라며 ”지난 5월 유사한 사례가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 파기환송됐다. 피해자는 인사이동 시기마다 부서이동을 요청했고 상사 등에게 고충을 말했다. 대법원 판례를 볼 때 이번 사건은 강제추행,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추행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유사한 사례는 지난 5월 대법원의 유죄취지 파기환송 판결을 받은 20대 여성 직원에게 남성 상사가 머리카락을 만지는 등 추행하고 성적인 언행을 한 사건을 뜻한다. 1,2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으나 대법원은 ”성적 자유를 명백히 침해했으며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등을 비추어 볼 때 업무상 위력으로 추행한 것“이라며 돌려보냈다.

주변인의 강제추행 방조에 대해서는 제3자가 고소해 A씨가 피해자 조사를 받은 상태다. 피해자는 4년간 20명에게 피해 사실을 상담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피해자는 성고충을 인사담당자에게 언급하기도 했고 동료에게 불편한 내용의 텔레그램 내용을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면서 "그러나 ‘30년 공무원 생활 편하게 해줄 테니 다시 비서로 와달라. 몰라서 그랬을 것이다', '예뻐서 그랬겠지', '시장에게 직접 인사 허락을 받아라’ 등이 피해자에게 돌아온 대답들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성고충, 인사고충을 호소해도 피해자 전보조치를 취하기 위한 노력을 안한 점이 있다"며 "성적 괴롭힘 방지를 위한 적극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시장에게 인사 이동 관련 직접 허락을 받으라며 책임을 회피했다"고 주장했다.

형법상 방조행위는 정범이 범행을 한다는 점을 알면서 그 실행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직·간접적인 행위를 뜻한다. 직무상 의무가 있는 사람이 정범의 범죄행위를 인식하면서도 그것을 방지할 제반조치를 취하지 않는 행위들까지도 모두 방조 행위로 간주된다.

2차 가해한 누리꾼을 대상으로 낸 고발 사례는 피해자를 색출해 ”참교육 하겠다“고 밝힌 누리꾼 등이다. 

고 박 시장이 성추행 피소 직후 극단적인 선택을 함으로써 이번 사건은 ‘공소권 없음’ 처리 될 거라는 전망이 나왔다. 수사 후 처벌 대상이 되는 피고소인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서 공소시효가 만료 된 ‘화성 부녀자 연쇄살인사건’의 가해자 이춘재에 대해 처벌은 불가능함에도 진상 규명을 목적으로 한 조사가 이어진 바 있다. 

김 변호인은 "방조 등의 혐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진상이 드러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 방문하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홍수형 기자
10일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 방문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취재진이 고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묻자 "후레자식"이라며 호통쳤다.  ⓒ홍수형 기자

 

△고소와 동시에 유출된 고위공직자에 의한 사건, 외압 없는 수사 가능한가?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고소와 동시에 피고소인에게 수사 상황이 전달 된 문제는 선출직 고위공직자, 경제적·사회적·정치적으로 종합적인 권세를 지닌 정치인에 의한 사건에서 피해자들의 신고와 고소가 제대로 접수될 수 있을지, 외압없는 수사가 진행될 수 있을지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서울시는 이 사안에서 책임의 주체이지 조사의 주체일 수 없다“고 지적하고 서울시가 제안한 지원단체의 진상조사단 참여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결정 이유에 대해서는 △서울시가 구성한 조사단에 조사대상이 되는 공무원이 사실을 말하기 어려운 점 △관리감독자들인 역대 비서실장들의 책임 회피 △고소 사실의 유출 및 이를 둘러싼 서울시 측 태도 등을 들었다. 이 소장은 ”공공기관 성희롱 등의 조사 및 구제기관은 국가인권위원회가 긴급조치, 직권조사, 진정조사를 진행하는 것이 최선이라 본다“며 다음주 중 인권위에 진정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에서 김 변호인은 피고소인의 증거인멸 시도 등을 막기 위해 고소장 접수와 동시에 피해자 조사를 받고자 했었고 이 과정에서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조사부와 서울지방경찰청에 가능성 여부를 물었었다고 밝혔다. 

김 변호인에 따르면 7일 고소장 작성 완료 후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조사부에 고소 사실을 알리고 면담을 요청하자 피고소인의 이름을 알아야 고소장 접수 전 면담이 가능하다는 말에 피고소인을 밝혔다. 밝힌 후 8일 오후 3시 면담 약속을 잡았으나 이날 부장검사의 일정으로 미뤄졌다.

서울지방경찰청에 8일 2시30분경 전화로 고위공직자 사건으로 고소장을 접수 후 바로 조사받고자 한다고 요청했고 바로 고소장 접수 후 새벽까지 조사를 받았다. 여성단체는 이 과정에서 8일 김 변호사 측 요청으로 9일 오전 면담 약속을 정하고 이날 처음 고소장을 확인했다. 

앞서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는 고소장 접수 전 이같은 사실을 알고 고 박 시장에 보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탓에 고소 사실 유출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피해자 A씨는 이날 입장문을 보내왔다.

22일 오전 서울 시내 모처에서 한국성폭력상담소가 '고박원순 서울시장의 성폭력 사건 2차'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22일 오전 서울 시내 모처에서 한국성폭력상담소가 '고박원순 서울시장의 성폭력 사건 2차'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피해자의 글 전문

증거로 제출했다가 일주일만에 돌려받은 휴대폰에는 '너는 혼자가 아니야', '내가 힘이 되어줄게'라는 메시지가 많았습니다. 수치스러워 숨기고 싶고 굳이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나의 아픈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아직 낯설고 미숙합니다. 그럼에도 오랜 시간 고민하고 선택한 나의 길을 응원해주는 친구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친구에게 솔직한 감정을 실어 내 민낯을 보여주는 것, 그리하여 관계의 새로운 연결고리가 생기는 이 과정에 감사하며 행복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문제의 인식까지도 오래 걸렸고, 문제 제기까지는 더욱 오랜 시간이 걸린 사건입니다. 피해자로서 보호되고 싶었고, 수사 과정에서 법정에서 말하고 싶었습니다. 이 과정은 끝난 것일까요. 우리 헌법 제27조 1항,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5항, 형사피해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당해 사건의 재판 절차에서 진술할 수 있다. 제32조 3항,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 4항, 여자의 근로는 특별한 보호를 받으며 고용·임금 및 근로조건에 있어서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헌법 제34조 1항,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3항, 국가는 여자의 복지와 권익의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저는 기다리겠습니다. 그 어떠한 편견도 없이 적법하고 합리적인 절차에 따라 과정이 밝혀지기를. 본질이 아닌 문제에 대해 논점을 흐리지 않고 밝혀진 진실에 함께 집중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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