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운영해도 솜방망이 처벌하는 한국
아동 성착취물 10개 소지 이용자
벌금 100만원 내고 풀려나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역 8번 출구 앞에서 한국여성단체연합은 '분노한 우리가 간다'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역 8번 출구 앞에서 한국여성단체연합은 '분노한 우리가 간다'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서울고법 형사20부(강영수·정문경·이재찬 부장판사)는 지난 6일 세계 최대의 아동 성착취 다크웹 운영자 손정우(24)의 범죄인 인도 청구에 대해 불허했다. 이날부터 여성단체와 시민들은 크게 반발하며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과 시위를 이어갔다. 손정우의 미국 송환 요구가 쏟아진 것은 손정우에 대한 강력한 처벌의지의 표명이자 동시에 아동 성착취 범죄를 가볍게 보는 우리 사법기관에 대한 항의였다. 미국 송환시 예상되는 형량은 최소 20~50년 이상일 거라는 법조계 관계자들의 의견이 있었지만 국내에서 손정우는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위반으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아 복역을 마쳤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아동성착취 엄중처벌 대안마련을 위한 긴급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토론회는 앞서 있었던 손정우의 미국 송환 불허를 계기로 마련됐다.

이날 긴급토론회에 참석한 토론자들은 손정우를 풀어준 재판부의 결정에 대해 “대한민국의 사법 주권을 지키겠다며 정작 사법 정의는 지키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재판부는 당시 “범죄인이 국적을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이 주권국가로서 범죄인에 대해 주도적으로 형사처벌 권한을 행사할 수 있고 필요하면 미국과의 국제형사사법 공조도 적극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송환을 불허했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단체 피해자 지원시 가장 자주 접수되는 유형에 온라인 그루밍을 통해 피해자에 성적 촬영물을 제작하게 만드는 사례라고 밝혔다. 현행법상 그루밍 행위를 처벌할 수 없기 때문에 법률 지원 때 가해자에 접근 해 성적 촬영물을 받아내는 과정을 ‘제작’으로 간주하고 아청법 제11조 1항을 적용한다. 그러나 재판부에 따라 이를 강제추행죄로 적용하거나 소지죄, 아동복지법 등을 적용하는 등 전혀 다른 해석이 이어진다.

서 대표는 ”아청법에서 말하는 ‘제작’이라는 표현은 특정한 제작현장에서 음란물을 만들어내는 행위를 상정하고 사용하는 용어기 때문에 현실과 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동 성착취물을 유통시키기 위한 공간을 기획하고 운영한 행위를 특정해 가중처벌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여성의당은 앞서 손정우의 판결을 방청하고 즉각 기자회견을 여는 등 미국 송환을 강력하게 요구했었다. 김은주 여성의당 공동대표는 ”디지털 성범죄가 쉽게 집행유예를 받고 있다. 구체적 양형 기준을 수립하고 형량의 하한선 상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여성의당과 텔레그램 성착취 신고 프로젝트 ReSET팀이 2001년부터 현재까지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에 대한 공개된 판례 118건을 3심까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불법촬영만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 대다수 형량은 징역 4개월과 6개월이었으며 최대 12개월에 불과했다. 수십에서 수백명에 달하는 피해자가 발생한 경우에도 초범, 반성과 합의 등을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김 공동대표는 ”디지털 성범죄는 유포나 협박, 다른 범죄와 결합돼 강력범죄로 진화하는 특성을 가졌으나 재판부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손정우 이대로 풀어줄 것인가' 토론회를 열었다. ⓒ홍수형 기자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손정우 이대로 풀어줄 것인가' 토론회를 열었다. ⓒ홍수형 기자

 

 

김영미 법무법인 숭인 변호사는 추후에도 발생할 범죄인 인도조약에 대한 경우의 수를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디지털 성범죄가 네트워크를 이용하지 않는 대면범죄와 달리 범죄지와 피해자가 전세계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특성 탓이다. 김 변호사는 ”추후 국내에서 범죄인지 또는 수사가 시작되기 전 인도요청이 온 경우, 인도요청 이후 국내서 수사가 시작되거나 기소된 경우, 수사 중 해당자가 참고인 또는 증인인 경우 등을 모두 고려해 범죄인인도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선희 법무법인 혜명 변호사는 ”손정우 사건에서 주요한 점 중 하나는 어디에도 피해자에 대한 기록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디지털 성착취는 범죄의 영속성이 있기 때문에 피해자는 자신이 어떤 피해를 몇 회나 당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단순히 다운로드 횟수 등으로 계측해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국은 집행유예를 과도하게 남발하며 전반적으로 형의 하향평준화 되고 있다. 반성문, 결혼 등을 이유로 하는 작량감경 문제도 구체적 타당성에 관계 없이 판사에만 전적으로 맡겨서는 안 될 문제다“라고 말했다.

유설희 경향신문 기자가 현재 확인 가능한 웰컴투비디오 이용자들에 대한 재판 결과를 살핀 결과 42명 중 35명이 벌금형, 6명이 징역형 집행유예, 1명이 선고유예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A씨는 아동 성착취물을 282회 배포하고 1128회 다운로드 했으나 반성과 초범을 이유로 감경됐으며 여러 사정을 종합 고려해 취업제한 명령을 면제받았다.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은 B씨는 아동 성착취물 10개를 소지했으나 초범인 점과 반성문을 제출한 점을 들어 감형했으며 학업을 위한 국외 체류를 이유로 성폭력 치료 이수 명령을 면제받았다.

유 기자는 ”법정형 상향과 양형기준 설정이 중요한데, 양형기준이 없을 때 판사는 기존과 다른 판결을 내리는 데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으로 기존 판결에 형을 맞추게 된다. 양형기준이 명확하면 심적 부담 없이 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민들의 민주적 통제도 중요하다“며 ”법정형이 아무리 높아져도 판사들에게 강제성이 없다면 참고사항에 불과하고 방청연대가 법정에 있을 때 판사들의 태도가 달라지는 게 보인다“고 말했다. 또 재범이 높은 범죄인 만큼 아동성착취 범죄자에 대한 취업제한 명령의 의무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