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4주간 조사 실시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의 최숙현 선수가 지난달 26일 부산의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최 선수의 유족은 고인의 사망 후 고인이 전 소속팀 경주시청에서 모욕 및 폭행을 당하는 내용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사진은 고 최숙현 선수의 생전 모습. 고 최숙현 선수 가족 제공.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의 최숙현 선수가 지난달 26일 부산의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최 선수의 유족은 고인의 사망 후 고인이 전 소속팀 경주시청에서 모욕 및 폭행을 당하는 내용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사진은 고 최숙현 선수의 생전 모습. 고 최숙현 선수 가족 제공.

전 경주시청 소속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고 최숙현 선수의 극단적 선택으로 교육부가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과 함께 21일부터 4주간 학생선수 6만여명 대상 폭력피해 전수조사를 실시한다.

빙상 ‘조재범 사건’ 이후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벌인 학생 선수 실태조사 8개월여 만에 시행되는 것이다.

교육부는 전국 초·중·고교에 재학 중인 학생선수 5만9252명을 대상으로 오는 8월14일까지 이 같은 전수조사를 벌인다고 21일 발표했다.

사건이 발생한 경주시청이 소재한 경북교육청을 비롯, 대구교육청과 충남교육청은 이달 초부터 자체 계획을 수립해 실태조사를 벌이는 중이다.

교육부는 학교 운동부뿐만 아니라, 선수 등록을 하고 개별 활동하는 학생선수까지 포함해 조사한다. 학교 바깥 전문체육 활동 중 벌어지는 폭력피해까지 조사 범위에 포함시켰다.

이번 실태조사는 방문 전수조사 방식을 원칙으로 하고, 시·도 여건에 따라 온라인 조사를 가능하게 했다.

교육부는 앞서 지난 15일 서울에서 실무 장학사들이 참석하는 회의를 갖고 실태조사 재착수 필요성과 그 방식에 대한 의견을 조율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확산 중인 시·도에서는 학생 선수들이 등교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조사 방식을 의논했다.

교육부는 설문조사 과정에서 폭력을 저지른 가해자가 조작하거나 잘못된 답변을 강요하지 못하도록 사전 조치에도 돌입한다.

먼저 방문 설문조사는 학교를 담당하는 장학사가 학교를 직접 방문해 설문조사를 실시한다. 현장에서 직접 설문지를 수거한다.

온라인 설문조사는 학교 등이 아닌 교육청이 제공하는 도구를 활용하며, 학교 내 체육교사가 아닌 학교폭력전담교사가 담당한다. 조사는 학생의 개인 휴대전화나 컴퓨터실 등을 활용한다.

교육부는 또 전수조사에 대한 보완 차원에서 내달 초부터 ‘학생 선수 폭력 피해 집중신고 기간’을 운영한다. 학생선수·학부모·교사 등이 피해를 당한 학생선수를 발견하면 신고하도록 유도해 설문조사 외에도 피해 사안을 촘촘하게 파악하겠다는 것이다.

단순한 실태 파악에 그쳤던 인권위 조사에서 나아가 학생선수 폭력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이번 조사의 목적을 뒀다.

조사에서 폭력을 저지른 가해자가 드러나면, 교육부는 경찰 수사의뢰 등 강경 조치를 한다.

먼저 감독 등 지도자가 가해자일 경우, 경찰 수사의뢰, 아동보호전문기관을 통한 아동학대 조사에 나선다. 또 대한체육회에 통보해 체육지도자 자격에 대한 징계까지 조치한다.

가해자가 학생선수일 경우 학교폭력 사안 처리 절차에 따라 후속 조치를 취한다.

교육부는 특정 학교, 운동부에서 지속적·반복적 폭력이 이뤄졌거나, 조직적 은폐·축소가 의심되는 사안이 적발될 경우 관할 교육청과 합동 특별조사도 추진할 전망이다.

교육부는 “작년 인권위와 함께 온라인을 통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전반적인 폭력 현황을 파악했다”며 “학교운동부지도자 징계 기준 마련, 형사처분까지 이어지는 시스템을 구축했으나 실태조사에 그쳐 가해자에 대한 후속조치까지 이어지지는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고 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번 전수조사를 통해 학생선수를 대상으로 자행되는 폭력적인 문화를 근절해야 한다”며 “이제는 체육계의 폭력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엄중한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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