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자·보 의료지원팀 이수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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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재 부장은 커리어 성공전략으로 서로가 이길 수 있는 'win-win'을 택했다. <사진·이기태>

성공하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현실에 대한 낙관이다. 이것은 덩달아 주변 사람들까지 기분 좋게 만든다.

교보자동차보험 고객서비스운영팀 의료지원 이수재(48)팀장이 그렇다. 인터뷰 내내 '이렇게 유머감각이 뛰어나고 솔직담백한 상사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팀장은 사람을 즐겁게 하는 재주가 있다. 그리고 그런 재주는 곁에 늘 사람을 모이게 한다. 이 팀장은 1999년 자동차손해보험법을 새롭게 손질하는 작업에서 공로가 인정돼 개인자격으로 건설교통부 장관상 수상, 2002년 입사 16년차에 상위직급으로 이직에 성공. 지금은 손해보험업계 의료지원부문 최상위급 여성 진출자, 교보자동차보험의 유일한 여성 부장이다.

한마디로 그는 보기드문 직종에 진출한 보기드문 여성, 보기드문 상사이다.

나는 여자가 아니라 프로다!

“여성의 경우, 간부로 남는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에요. 일단 생존해서 상위직급으로 진출한 여성이 적잖아요. 여성이기 때문에 우리는 2, 3배 더 노력해야 합니다. 다수와의 경쟁에서 월등하게 차이를 내서 이겨야 해요.”

이 팀장의 커리어에는 당당한 이유가 있다. 그 첫 번째가 '프로의식과 열정'이다.

간호학과 졸업 후 4년간 병원에서 근무하다 출산으로 일을 그만두고 이듬해 87년 새로운 일을 찾아 나섰다고 한다. 당시 삼성생명이 실험적으로 손해사정 인력을 간호학과 출신 여성으로 구했으며 그도 새로운 일에 도전해 보고 싶은 터였다.

이후 갓난 딸아이는 전적으로 친정에 맡기고 새 일을 익히기 시작했다. 간호사 근무 경력 덕분에 남들이 알지 못하는 의사의 진료기록이나 차트도 꼼꼼하고 재빠르게 읽을 수 있었으며 상해 정도나 장애 정도도 예측, 진단할 수 있었다. 때문에 회사는 쉽게 입을 수 있는 손해를 미리 차단할 수 있었고 그에게 능력을 인정해 더 많은 일을 주었다. 점점 일이 많아질수록 그는 프로로서 성장하는 자신을, 새록새록 쌓여 가는 일의 재미를 느껴갈 수 있었던 것.

또한 그는 가사 일을 이유로 야근이나 회식, 교육, 시험, 프리젠테이션 등을 피하는 일이 없었다고 한다. 같은 봉급을 받고 일하는 직원인데 누구는 밤 12시까지 야근을 하고 자신은 주부라는 이유로 면책받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회식이나 교육, 프리젠테이션, 시험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정도 직급이 올라가면 소홀해지기 쉬울 법한데 얼마 전까지도 그는 매달 토익시험을 치르고 있었다.

“남자들은 인맥으로 밀고 끌어주는 게 되는데 여자들은 그런 인맥이 없잖아요. 그러니까 진급하기도 힘들고 오래 버티기도 힘들어요. 설령 진급한다고 해도 섬이 되기 일쑤죠.”

'win-win' 서로가 이길 수 있는 길은 '조화'

이 팀장이 남성 중심의 치열한 경쟁체제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스스로 인맥을 만들어 나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보험회사만큼 인맥이 중요한 곳도 없다. 그런 업계에서 이직에 성공해 더욱 활발하게 자기 역할을 가져가는 것도 국내 대학병원이며 거래처 등 그 동안 그가 만들었던 인맥의 두께가 어느 정도였을지 짐작케 한다.

지금도 일주일에 3, 4일은 술 약속이다. “마주앙 한 잔이면 취했다”는 그가 지금은 “소주 2병도 거뜬하다”고. 입사 후부터 지금까지 절대 술자리나 회식에 빠지지 않았던 이유는 “회사에서 요구하는 사람”은 '여성'이 아니라 '조직의 일원'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맹목적인 남자들의 학연, 지연은 싫어한다. 자신이 직장 상사와 후배에게 최선을 다하는 건 그들이 소속감이라는 큰 만족감을 주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에 대한 후배의 믿음과 상사의 신임이 직장생활에서 얼마나 큰 힘이 되는 지 알고 있다. 또한 리더로서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좋은 분위기 속에서 일을 하면 일의 재미가 느껴진다”며 직원들과의 화합에도 욕심 낸다.

화합과 조화를 강조하는 'win-win 전략'은 대인관계에서 뿐 아니라 업무에도 그대로 적용했다.

사고를 당한 환자의 부담을 덜면서 동시에 다수 피보험자에게 돌아갈 부당한 피해를 막는 것. 이런 컨셉트로 보험업계 최초로 고객서비스본부가 생겨났다.

“새로 시작하는 것 같아요. 사실 대기업은 너무 남성 중심이라 구조조정에서 피해를 보는 비정규직 여성도 많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누구나의 능력이 인정되는 벤처형 회사에서 일을 하니까 제 일하는 스타일에도 딱 맞는 것 같아요.”

나이 40대가 되면 주변 사람들의 평판으로 사람을 평가한다고들 한다. 그가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는 새로운 리더십의 소유자” 혹은 “위와 아래 모두 융화가 잘되는 사람”으로 불리기까지 그의 17년간의 직장생활이 어떠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자신과 삶에 대한 긍정적인 마인드와 일에 대한 열정, 사람들과의 조화로움으로 똘똘 뭉친 이수재 팀장. 후배들에게 역할모델이 되기 때문에 책임감과 한편 부담감도 느낀다는 그다. 앞으로 “투명경영 등 여성의 힘이 인정받는 시대”라면서 “상위직급으로 진출하는 여성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는 말로 자신의 포부를 대신했다.

현주 기자soon@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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