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담론에 감춰진 여성들의 투쟁
여성들의 시선에서 본 보안법 선보여
‘말의 세계에 감금된 것들 –
여성 서사로 본 국가보안법’ 전시회
오는 8월 25일부터 9월 26일까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국가보안법을 박물관으로 추진위원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제정 72년을 맞은 ‘국가보안법’(이하 보안법)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여성들의 구술내용을 바탕으로 한 전시회가 오는 8월 열린다.

‘국가보안법을 박물관으로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표현의 자유를 가로 막는 보안법을 이제는 역사 속에 있는 법으로 만들자는 의미로 발족됐다. 추진위는 활동가, 예술가, 기록가, 변호사 등으로 구성돼 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와 추진위는 ‘말의 세계에 감금된 것들 – 여성 서사로 본 국가보안법’ 전시회 기자회견을 16일 서울 용산구 민주인권기념관에서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송상교 변호사는 “보안법은 대표적인 인권유린법”이라며 “말과 행동을 규율하는 실체인데도 법이 폐지되지 않고 현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 변호사는 “제정 72년을 맞은 보안법은 점점 사회적 관심에서 멀어져 가고 있다”며 “법의 폐단을 사회적으로 새로운 세대와 함께 나누자는 취지로 작년부터 여러 단체와 뜻을 모아 여성 피해자들을 중심으로 ‘국가보안법을 박물관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은 “이곳 남영동은 삶과 죽음을 넘나들던 진보·민주인사들이 지내던 곳”이라며 “비극의 역사인 보안법을 박물관에 전시해 무엇이 살고 죽어야 하는지 확인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강곤 작가는 여성의 목소리로 기록하는 이유에 대해 “먼저 당사자는 국가보안법의 일상성을 드러낼 필요가 있었다. 이미 사라진 것, 나와는 무관한 것, 옛날 교과서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닌 현재 실존하고 있고 우리 옆에 밀접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상기시키고자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보안법 이야기 중심에는 항상 국가·분단·통일·체제·사상 등 거대 담론이 주인공이었다”며 “하지만 2018년 미투 이후 한국사회는 리모델링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보안법 문제를 환기하고 폐지운동을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서는 거대 담론이 아닌 우리의 삶·일상·소소한 이야기부터 출발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권은비 예술감독이 발언하고 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전시회 브리핑에는 권은비 예술감독이 “전시는 2018년 여러 활동가들이 ‘보안법을 박물관으로 보내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나’라는 문의부터 시작됐다”며 “우리가 지금까지 보안법 72년 역사에서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생각하면 ‘여성들의 싸움’이었다”고 밝혔다.

권 예술감독은 “그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전시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이 법의 패배감이라는 감정 대신 오랫동안 여성들이 맞서 싸워왔다는 보여주는 힘을 모으는 전시를 고민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시는 피해자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것부터 시작했다”며 “발견한 사실은 많은 피해자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아픔으로만 정체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오는 8월 25일부터 9월 26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그동안 온전히 기록되지 않았던 보안법 피해자나 피해자의 가족으로 위치했던 여성들의 구술을 젠더적 관점에서 채록, 아카이빙했다.

전시 이후에는 여성들의 구술을 모아 책으로도 출간할 예정이다.

전시회 포스터.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전시회 포스터.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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