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부산시장 후보 낸다?… ‘자책사유’ 당헌 비틀기
서울·부산시장 후보 낸다?… ‘자책사유’ 당헌 비틀기
  • 진혜민 기자
  • 승인 2020.07.16 11:13
  • 수정 2020-07-16 14: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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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소속 오거돈 전 부산시장·박원순 전 서울시장
잇따른 성추행 논란에도 “성추행은 당헌 부정부패 사유에 들지 않는다”
문대통령 당대표 시절 만든 당헌 “당헌 개정해서라도 후보 내겠다”
“반성 차원에서 여성 후보 내자”
오거돈 전 부산시장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여성신문·뉴시스
(왼쪽부터)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 ⓒ여성신문·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소속 오거돈 전 부산시장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잇따라 성추행 논란에 휩싸이며 두 곳의 광역자치단체장직이 궐위됐다. 내년 보궐선거에 더불어민주당이 후보를 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만든 민주당 당헌에는 ‘소속 공직자의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재보선이 실시될 경우 해당 지역에 후보를 내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성추행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과 함께 민주당의 차기 서울·부산시장 후보를 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성추행은 당헌 부정부패 사유 아니다”…후보 공천 위한 당헌개정 나설 수도
당 일각에서는 오 전 시장과 고 박 전 시장의 경우 부정부패 사유에 들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문제가 되는 당헌 조항은 뇌물 사건이나 정치자금법 위반 등 정치인으로서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범죄를 가정해 만든 것”이라며 “성추행 사건은 애초 해당 사항이 아니고 엄밀히 따져 부정부패 범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김부겸 전 민주당 의원은 필요시 4월 재보궐 선거에 서울특별시장과 부산시장 후보자를 공천하기 위한 당헌 개정에 나설 수 있다고 15일 밝혔다.

“필요하면 당헌 개정하겠다”
김 전 의원은 자신의 사회연결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4월 재보궐은)선거 결과에 따라 문재인정부와 차기대선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부산만이면 모르겠으나 서울까지 치러지는 선거다. 합치면 유권자 수만 1000만이 훨씬 넘는다”며 “고심 끝에, ‘제가 당 대표가 되면 당헌을 존중하되, 고생해온 당원들의 뜻을 물어 최종판단하겠다’라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원들의 뜻이 공천이라면 제가 국민들에게 엎드려 사과드리고 양해를 구하겠다”며 “정치는 현실이다. 인터뷰를 하면서 겉으론 담담히 대답하지만 마음은 처참하다. 그리고 필요하면 당헌을 개정하겠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당원존 정책제안게시판에도 ‘보궐선거 후보 공천은 당연하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그러나 “법리와 상식이 무슨 뜻인지는 아냐” “정당에서 선출직 후보를 내세우고 당선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냐” 등 비판도 있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당헌대로 가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며 “그동안 민주당이 실의를 위해 명분을 포기하는 일이 많았다”고 밝혔다.

신 교수는 “내년 재보궐 선거는 부산에 이어 서울까지 역대급으로 규모가 커진다. 그렇기 때문에 대선까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서 포기할 수 없을 것”이라며 “그래서 후보를 당연히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뒤늦은 입장표명에 대해서도 “다들 반응이 늦었다고 하는데 그만큼 여론이 싸늘하게 식은 것을 반증한다”며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데 최소한 진보를 표방하고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는 정당이라면 이러한 의혹에 있어서 먼저 앞서 나갔어야 논리적으로 연결된다는 생각이다”라고 주장했다.

“반성 차원에서 여성 후보 내자”
대안은 여성 후보라는 주장도 있다. 이날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민주당이 반성하는 차원에서 여성을 서울시장, 부산시장 후보로 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권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여성이 지도자로 올라가는 것이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고정관념, 자기 위력에 대해 이해하지 못함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적인(방안이 아닌가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이 여성문제에 적극 뛰어들었다는 신호와 함께 비리와 자치단체장이 사퇴한 경우 후보를 내지 않기로 해 난처한 당으로서도 좋은 선택지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러나 남성이 문제를 저질렀으니 무조건 여성을 공천하겠다는 취지의 주장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광역자치단체장 경우 여성이 한 번도 없었던 것처럼 물론 정치에서 여성이 저대표 돼 있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여성을 공천하는 것을 고려하는 것은 좋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그냥 성별이 여성인 것 뿐 아니라 ‘어떤 성평등 의식을 갖고 있느냐’ ‘일터에서의 성희롱·추행 문제들에 적극적으로 해결할 의지를 갖고
있느냐’ 등 능력을 갖는 후보를 공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시기상 사태 해결이 급선무다. 공천은 그 다음에 논의되는 것이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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