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시청사에서 브리핑 가져
현재 서울시청으로 피해 사실 접수 된 바 없고
여성단체 통해 사건 접하는 상황이므로 '피해 호소 직원'으로 명명
젠더특보 사전 피소 사실 알고 회의한 내용은 조사단 통해 밝힐 내용
13일 기자단에 보낸 '피해자 기자회견 재고 문자' 사과에 대한 답변 회피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황인식 대변인은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직원 인권침해 진상규명에 대한 서울시 입장'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황인식 대변인은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직원 인권침해 진상규명에 대한 서울시 입장'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서울시가 고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성추행과 성희롱 피해를 지난 4년간 겪었다고 밝힌 A씨의 편에서 외부전문가들과 함께 한 ‘민관합동조사단’을 꾸려 진상규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사전 피소 사실을 알고 회의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시 젠더 특보에 관한 취재진의 질문에 대해서는 답변을 피했다. 또 피해자라고 부르는 대신 ‘피해 호소 직원’으로 부르고 성추행 피해에 대해서는 ‘피해’로만 말했다. 브리핑 중 성추행, 성희롱, 성폭력 등의 단어는 단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았다.

서울시는 15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서울시청사 브리핑실에서 ‘직원 인권침해 진상 규명’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날 입장 발표에는 황인식 서울시 대변인이 나섰다.

시는 “여성단체 기자회견을 통해 피해를 호소한 직원의 고통과 아픔에 공감하며 심심한 위로를 밝힌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피해자 A씨에 대한 서울시의 향후 대처에 대해 네 가지로 밝혔다. 시는 △2차 가해 차단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 △피해 호소 직원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실효적이고 충분한, 최대한의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 △여성단체, 인권전문가, 법률 전문가 등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철저한 진상규명에 나설 것 △시장 궐위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 직원들이 흔들림 없이 업무에 매진할 수 있도록 조직 안정화에 힘쓸 것 등을 약속했다.

2차 가해가 확인 된 직원에 대해서는 징계 등을 통해 엄정 대응하고 부서장까지 문책하겠다고 밝혔다. 민관합동조사단 구성과 운영방식 ,일정 등에 대해서는 여성단체 등과 구체적으로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황 대변인은 “추측성 보도는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며 “온라인을 통해 전혀 관계 없는 사람이 피해 호소 직원이라고 무분별하게 확산되고 있다. 피해 직원이 극심한 정신적 고통과 피해를 호소 중”이라고 말했다.

해당 사건에 대해 피해 직원은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고소장을 제출했으며 서울시 차원에서 유포자에 대한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가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가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이날 서울시는 대부분의 사안에 대해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와 결정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조사단이 강제 수사권이 없어 피조사인들이 조사를 회피할 경우 어떻게 하겠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해서는 “법률 전문가가 함께 할 예정이고, 조사단의 결정에 따라 각 사안에 조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사 과정 중 일부 위반 사안이 발생할 경우 이 또한 조사단 전문가들의 조치에 맡기겠다고 설명했다.

앞서 8일 서울시 젠더특보가 먼저 고 박 시장의 피소사실을 알고 회의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부분에 대해서는 “젠더특보가 직접 입장을 밝혀야 할 부분이며 의혹들은 조사단을 통해 규명할 문제”라고 말했다.

현재 민관합동조사단의 규모, 발족 시기, 협의 내용 등에 대해서는 “미리 언론에 밝힐 시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시의 조사 기조에 거스르는 것”이라며 “협의 후 밝힐 예정이며 조사단 운영을 통해 조사 결과 내용 등에 대해 밝힐 시기를 조율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13일 서울특별시장 장례위원회가 피해자 A씨의 기자회견을 앞두고 서울시청 출입기자 등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고인과 관련된 금일 기자회견을 재고해주시길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밝힌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 계획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다만 “장례위원회에서 문자를 발송한 부분은 발표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었다. 그날이 장례일인 만큼 추모하는 시간으로 보내주길 부탁하는 호소였다”고 밝혔다.

이날 취재진에 배부된 서울시 입장문과 황 대변인의 브리핑 표현에서 피해자 A씨는 ’피해 호소 직원‘으로 지칭됐다. ’피해 호소 직원‘이라는 표현에 대해 황 대변인은 “현재 피해 호소 직원은 공식적으로 서울시에 피해 사실을 신고한 바 없고 서울시 또한 여성단체의 발표 등을 통해서 피해 사실을 접하고 있다”며 “공식적인 피해 호소 이후에야 공식적인 피해 사실이 접수되면 그때부터 ’피해자‘ 용어를 사용한다. ’피해 호소 직원’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14일 더불어민주당과 여성가족부 등 또한 A씨에 대해 ’피해자‘라는 표현 대신 ’피해 호소인‘이라는 표현을 썼다.

고 박원순 시장은 지난 9일 “건강 문제로 쉬겠다”며 출근을 하지 않고 서울 종로구 숙정문 인근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고 박 시장의 딸이 이날 오후 5시경 “유언같은 말을 남긴 후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실종신고를 했으며 수색 작업 중 고 박 시장이 전날 8일 성추행으로 피소당한 사실이 밝혀졌다.

성추행 피해를 호소한 A씨는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 사실과 입장에 대해 밝혔다. A씨는 지난 2017년부터 4년여에 걸쳐 고 박 시장으로부터 성희롱과 성추행 피해를 당했으며 상급자에게 피해 사실을 호소하기도 했으나 구제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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