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침묵'에 비판 나오자 뒤늦게 입장 발표
“‘2차 피해’ 행위 중단 촉구해야…
서울시에 재발방지대책 수립 요청”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가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공개된 텔레그램 비밀대화방 초대화면.  ⓒ홍수형 기자

 

여성가족부가 고 박원순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14일 입장문을 발표했다. “고소인이 ‘2차 피해’의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며 보호와 회복을 위해 지원하고 서울시에 재발방지대책 수립을 요청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양성평등기본법에 명시된 여가부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 성폭력 피해 전수조사 등의 새로운 대책은 보이지 않았다.

박 시장이 비서 성추행으로 피고소된 사실이 알려진 후 온라인에서는 피해자 신상을 털고, 비난하는 2차 피해가 이어졌다. 성평등 문제 주무부처로서 여가부가 사건에 대한 입장이자 밝히지 않은 채 침묵했다.

여가부는 비판이 이어지자 뒤늦게 입장문을 내고 “‘피해자 보호원칙’에 따라 필요한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보호와 회복에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성폭력피해자법에 따라 피해자 보호와 회복에 필요한 지원과 조치를 하고 있다”며 “현재 이 사건 피해 고소인은 피해자 지원기관들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지원기관 협력체계를 통해 추가로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성추행이 발생한 서울시에 대한 성희롱 방지 조치 점검을 실시하겠다는 계획이다. 여가부는 “서울시는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해 시행토록 하고 이를 제출하도록 요청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런데 여가부는 박 전 시장을 고소한 A씨를 ‘피해자’가 아닌 ‘피해 고소인’ 또는 ‘고소인’으로 명명했다. 미투 운동이 확산되던 2018년 당시 성폭력 피해를 알렸으나 1심 재판에서 패한 여성을 ‘피해자’라 부르던 여가부는 2년이 흐른 2020년에는 비슷한 상황의 또 다른 여성을 ‘피해 고소인’이라고 일컫고 있다.

지난 2018년 8월 14일 ‘안희정 성폭력 사건’ 1심 재판에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무죄 판결을 받고 이틀 뒤인 16일 여가부는 서면으로 입장을 발표했다.

‘안희정 전 지사 사건 판결 여가부 입장’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여가부는 “이제 1심 재판이 끝난 상황인만큼 향후 진행될 재판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면서 “피해자의 용기와 결단을 끝까지 지지할 것이며 관련 단체를 통해 소송 등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판결로 인해 피해자에게 2차 피해가 발생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되고 미투 운동 또한 폄훼되지 않고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여가부 입장 전문.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 관련 여성가족부 입장

현재, 고소인은 인터넷 상에서의 피해자 신분 노출 압박, 피해상황에 대한 지나친 상세 묘사, 비방, 억측 등 ‘2차 피해’의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은 즉각 중단되어야 하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같이 노력해 나가야 한다.

아울러, 여성가족부에서는 피해자보호원칙 등에 따라 필요한 대책을 마련해 나가겠다.

□ 여성가족부는 성폭력피해자보호법에 따라 피해자 보호와 회복에 필요한 지원과 조치를 하고 있다. 현재 이 사건의 피해 고소인은 피해자 지원기관들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여성가족부는 지원기관 협력체계를 통해 추가로 필요한 조치들을 해나가겠다.

□ 또한 여성가족부는 관련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서울시의 성희롱 방지 조치에 대한 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다.

ㅇ 서울시에 재발방지대책을 수립·시행하도록 하고, 여성가족부에 이를 제출하도록 요청할 계획이다.

□ 이와 함께, 서울시가 요청할 경우 ‘성희롱·성폭력 근절 종합지원센터’를 통해서,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컨설팅을 지원할 것이다.

□ 여성가족부는 고소인이 겪고 있을 정신적 충격과 어려움에 공감하며, 안전한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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