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나의 ‘남사친’
[기자의 눈] 나의 ‘남사친’
  • 김서현 기자
  • 승인 2020.07.14 19:20
  • 수정 2020-07-14 19: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진혜원 대구지검 검사의 주장
"내가 박 시장에 팔짱끼며 성추행했다"
역사학자 전우용의 단언
"박 시장 만한 '남사친' 없을 것"
ⓒPIXABAY
ⓒPIXABAY

 

사람과 음주가무를 좋아하다 보니 주변에 친구가 많다. 부지런히 집 주변에서 혼술도 하러 다녀 남녀노소 두루 친구들이 있다. 인간적으로 존경스러운 사람도, 재미있는 사람도, 정말 희한하다 싶은 사람도 있다. 저마다 개성 가득하지만 공통점은 모두 상식적인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나를 난데없이 텔레그램 비밀 대화로 초대해 속옷 사진을 보낸다거나 길에서 찍은 낯선 이나 연인의 은밀한 사진, 음란한 자신의 사정(?)을 공유하지 않는다. 그들은 친구이기 때문이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13일 한 줌 재가 되어 고향 창녕으로 돌아갔지만 그를 둘러싼 성추행 의혹은 재가 되지 않았다. 13일 피해자 A씨는 기자회견에서 고 박 시장이 4년에 걸쳐 속옷차림의 사진 등을 보냈다고 주장했다. 일방의 주장이라며 믿지 않는 이들도 많다. 그의 마지막 가는 길 온라인 분향소에 방문한 이들은 14일 현재 총 108만여 명에 달한다. 닷새도 넘게 고 박 시장에 대한 소식과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14일 진혜원 대구지검 검사가 페이스북에 쓴 글. ⓒ캡처
11일 역사학자 전우용이 자신의 트위터에 쓴 글. ⓒ캡처

 

14일 진혜원 대구지검 검사는 고 박 시장을 자신이 성추행했다고 주장했다. 진 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권력형 성범죄를 자수한다”며 몇 년 전 종로 갤러리에서 고 박 시장의 팔짱을 끼는 방식으로 성추행 했다고 말했다. 11일에는 진보 성향의 역사학자 전우용씨가 “모든 여성이 박원순만한 ‘남사친’(남자사람친구)을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소신 발언했다.

진 검사는 과거 고 박 시장과 각별한 사이였던 듯 싶다. 그래서일까, 늦게나마 자신이 고 박 시장에 대한 성추행 가해자라고 말 하고 있다. 성추행이란 국립국어원 사전에 ‘일방적으로 성적 만족을 얻기 위해 물리적으로 신체 접촉을 가해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행위’라고 나온다. 남사친은 몇년 전 유행어로 ‘이성적 감정이 전혀 들지 않는 남성 친구’를 뜻한다. 나도 모르는 새 남사친의 의미가 바뀐 듯 하다. 성적 수치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접촉을 주고 받는 것이 남사친인가?

한때 페이스북에 심취했던 때가 있다. 본명과 사진을 모두 공개한 채 유머글이 있는 페이지를 구독하고 댓글을 부지런히 달았다. 친구 신청이 오면 별 생각 없이 다 받아줬다. 어느 날 ‘인장 선’이라는 이름에 선인장 사진을 건 한 유저가 대화를 걸어왔다. 그와의 대화창을 열자마자 나는 “으악!!” 소리를 질렀다. 인장 선씨가 나에게 대뜸 자신의 성기 사진을 보낸 것이다. 성희롱적 대화는 덤이었다. 나는 정말로 갑작스럽게 누군가의 은밀한 신체부위를 보고 싶지 않았다. 음란한 대화도 마찬가지다.

화가 나서 경찰에 신고했더니 6개월 뒤 두어 번 물고기 키우기 동호회에서 본 동갑내기 남자가 내게 합의를 해달라며 미안하다고 연락이 왔다. 그는 동호회에서 금붕어를 몇 년에 걸쳐 정성껏 기르기로 유명했고 내게도 여러 번 도움을 줬던 사람이었다. 왜 그랬냐고 물으니 자신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나중에 동호회의 다른 사람으로부터 과거에 그 사람이 나에게 각별한 관심이 있었더라는 믿거나 말거나 하는 이야길 들었다. 관심이 있음 있을 일이지 대뜸 내게 자신의 성기와 음란한 대화를 보내는 건 도대체 무슨 상관관계인가? 설마 그것을 보고 자신에게 매력을 느끼길 바란 것인가? 나는 그와 어떤 식으로도 성적인 접촉, 교류를 하고 싶지 않았고 그의 성기와 음담패설에 티끌 만큼도 호감을 느끼지 못 했다. 나는 그를 남사친으로서 용서했어야 했을까? 

진 검사가 고 박 시장의 팔짱을 끼던 때 어떤 목적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나의 친구들이 고 박 시장만한 인물인지도 모르겠다. 

다만 인장 선씨의 성기 사진을 받았을 때 경찰 고소를 도와주고 어처구니 없어 하며 범인을 밝혀보자고 화내던 내 ‘남사친’들은 N번방과 손정우와 위력에 의한 성폭력에 오늘도 분노하고 있다. 숱하게 많이 그들과 술을 곤드레만드레 취하도록 마셨지만 그들은 나와 신나게 하이파이브나 악수는 했어도 나의 동의 없이 내 신체에 손을 대거나 하지 않았다. 그들의 말에서 불쾌한 기분을 느끼고 즉시 혹은 긴 시간이 지난 후 화를 내면 그들은 바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나의 ‘남사친’들은 그런 사람들이다.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여성신문은 1988년 창간 이후 여성 인권 신장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해 온 국내 최초, 세계 유일의 여성 이슈 주간 정론지 입니다.
여성신문은 여성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여성인 '안전, 사회적 지위, 현명한 소비, 건강한 가족'의 영역에서 희망 콘텐츠를 발굴, 전파하고 있습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를 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은 여성신문이 앞으로도 이 땅의 여성을 위해 활동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여성신문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50 (3가 222번지) 골든브릿지빌딩 1층, 9층
  • 대표전화 : 02-318-9300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신준철
  • 제호 : (주)여성신문사
  • 사업자등록번호 : 214-81-03304
  • 대표이사 : 김효선
  • 발행·편집인 : 김효선
  • 여성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0 여성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wome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