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혐의’ 내무장관, ‘성범죄 변호·여혐’ 법무장관... 프랑스 개각 파문
‘성폭행 혐의’ 내무장관, ‘성범죄 변호·여혐’ 법무장관... 프랑스 개각 파문
  • 이세아 기자
  • 승인 2020.07.14 09:58
  • 수정 2020-07-14 12: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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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페미니스트” “성평등 실천” 공언한 마크롱 대통령
부정적 여론에도 인사 단행
프랑스 여성들 분노...수천명 거리 시위
(왼쪽부터) '성폭력 혐의'로 수사를 받는 제랄드 다르마냉 프랑스 내무장관과 '성범죄 변호와 여성혐오 언행'으로 비난을 받은 에릭 듀퐁 모레티 법무장관. ⓒ유튜브 영상 캡처
(왼쪽부터) '성폭력 혐의'로 수사를 받는 제랄드 다르마냉 프랑스 내무장관과 '성범죄 변호와 여성혐오 언행'으로 비난을 받은 에릭 듀퐁 모레티 법무장관. ⓒ유튜브 영상 캡처

성폭행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남성이 내무장관이 되고, 성범죄자들을 변호하며 여성혐오 언행을 보여준 남성이 법무장관이 된다면? 최근 프랑스에서 일어난 일이다. “페미니스트” 선언에 “성평등 실천”을 임기 내 주요 과제로 내걸었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부정적인 여론에도 인사를 단행했다. 프랑스 전역에서는 여성들의 반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위력으로 여성들 성폭행 혐의 받는 내무장관
대통령실 “장관 임명에 걸림돌 안 돼” 옹호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6일(현지시간) 2기 내각 인사를 단행하면서 제랄드 다르마냉 전 예산장관을 내무장관에, 변호사 출신 에릭 듀퐁 모레티를 법무장관에 임명했다.

다르마냉 내무장관은 위력을 사용해 여성들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먼저 2009년 노르드주 의원 시절 한 여성에게 법적 도움을 주는 대가로 성관계를 요구했다는 의혹이 있다. 2018년 피해자의 공개 고발 후 프랑스 검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동의 없이 성관계가 이뤄졌다는 증거를 찾지 못해” 불기소 처분됐다. 다르마냉은 피해자를 무고 혐의로 고소해 소송 중이며, 지난달 파리 항소법원이 재수사를 명했다. 2018년엔 다르마냉 장관이 2014~2017년 프랑스 투르코잉 시장 시절 한 여성에게 공공주택 지원을 대가로 성관계를 요구했다는 고발도 나왔다. 다르마냉 장관은 부인했다.

프랑스 대통령실 엘리제궁 측은 이러한 의혹이 “장관 임명에 걸림돌이 되지 않았고, 사건은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옹호하는 입장을 내놨다. 가브리엘 아탈 신임 대변인도 “재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만으로 유죄로 볼 수 없다”고 했다. 다르마냉 장관은 마크롱 대통령의 최측근이며, 37세의 젊은 나이에 공공회계장관, 예산장관, 내무장관까지 고속 승진을 거듭해온 프랑스 우파의 “떠오르는 스타”다. 이런 상황에서 성폭력 의혹 재조사가 제대로 이뤄지기는 힘들 거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미투운동 폄하 등 여성혐오 발언에
성범죄자 등 다수 변호한 법무장관

듀퐁모레티 법무장관은 최근 미투(#MeToo) 운동 폄하 등 여성혐오 발언으로 비난을 샀다. 미국의 성범죄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폭력을 고발하는 목소리를 두고는 “권력에 끌리는 여성들이 있다”고 했고, 미투운동을 두고 “미친” 여성들이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남성들을 “십자가에 못박아 죽인다”고 하거나, 프랑스가 2018년 제정한 ‘캣콜링(지나가는 여성을 향해 휘파람을 불거나 성희롱하는 것) 금지법’을 두고 “농담 같다” “어떤 여성들은 캣콜링을 그리워한다”고 했다.

듀퐁모레티 장관은 수많은 범죄자를 변호한 전력으로도 악명 높다. 여성 직원들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조르주 트롱 전 프랑스 공직담당 국무장관, 동료 선수의 성관계 영상을 빌미로 돈을 요구한 축구선수 카림 벤제마, 탈세·돈세탁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파트리크 발카니 전 의원, 아내를 살해한 대학교수 등의 법정 대리인이었다. 120여 건의 형사사건에서 무죄 판결을 끌어내 ‘Acquittator(무죄를 만드는 자)’로 불렸다.

제랄드 다르마냉 프랑스 내무장관과 에릭 듀퐁 모레티 법무장관 임명에 반대해 지난 10일 파리 시청 앞에 모인 1000여 명의 시위대. ⓒ프랑스 여성단체 'Nous Toutes' 트위터 게시물 캡처
제랄드 다르마냉 프랑스 내무장관과 에릭 듀퐁 모레티 법무장관 임명에 반대해 지난 10일 파리 시청 앞에 모인 1000여 명의 시위대. ⓒ프랑스 여성단체 'Nous Toutes' 트위터 게시물 캡처

프랑스 여성들은 반발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이 자신은 “페미니스트”라고 선언하고 “성평등 실천”을 임기 내 주요 과제로 내걸었으나, 여성들을 기만하는 인사를 단행한 데 대한 분노다. 지난 7일부터 수도 파리를 포함해 프랑스 여러 주요 도시에서는 수천 명이 시위에 나섰다. 지난 10일 파리 시청 앞에만 마스크를 쓴 1000여 명이 “마크롱 정부의 강간 문화 규탄한다” “피해자와 연대한다” 등의 손팻말을 들고 모여 시위를 벌였다. 이날 독일, 벨기에, 스페인, 영국, 이스라엘, 캐나다, 호주 등의 영국 대사관과 영사관 앞에서도 연대 시위가 열렸다. 프랑스 사회당 소속 로랑스 로시뇰 전 가족·아동·여성권익부 장관은 현지 언론 ‘France Info’ 인터뷰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성폭력과 성차별에 대항해온 여성들에게 강력한 한 방을 날렸다”고 비판했다.

프랑스 사회당 소속 로랑스 로시뇰 전 가족·아동·여성권익부 장관도 이번 인사 발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
지난 7일부터 프랑스 파리, 릴 등 주요 도시에서 시위가 이어졌다. ⓒBFM TV 영상 캡처

 

마크롱 내각 2기 여성 17명...그러나 주요 부처는 남성 자리

이번 마크롱 내각 2기에는 성비 균형을 넘어 여성이 더 많이 기용됐다. 17명이 여성, 14명이 남성이다. 그러나 경제, 금융, 내무, 법무 등 주요 부처 장관 자리는 남성들이 가져갔다.

성평등 정책을 관장해온 말렌 시아파 성평등부 장관이 내무부의 시민사회 담당 부장관으로 임명돼, 성폭행 의혹을 받는 다르마냉 장관 휘하에서 일하게 된 것도 아이러니다. 시아파 부장관은 11일 프랑스 주간 ‘르 주르날 뒤 디망슈’ 인터뷰에서 “저는 언제나 페미니스트였고, (미리 알았다면)성폭력 혐의를 받는 남성과 일하겠다고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다”면서도 “앞으로 (비난받는 남성 장관들이)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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