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중구 서울광장에 차려진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민분향소에 고인의 영정이 보이고 있다. ⓒ여성신문·뉴시스
11일 중구 서울광장에 차려진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민분향소에 고인의 영정이 보이고 있다. ⓒ여성신문·뉴시스

여성단체 등 여성계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죽음에 애도하면서도 성추행 의혹을 규명하고 피해자 편에서 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이하 여연)은 10일 “여성들의 용기 있는 증언이 성평등한 세상을 향한 변화와 성찰을 만들어왔다”며 “피해자의 말하기를 가로막는 사회에서 진보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여연은 “피해자에게 쏟아지는 비난과 왜곡, 2차 가해를 멈추어야 한다”며 “여연은 자신의 피해 경험을 드러낸 피해자의 용기를 응원하며 그 길에 함께 하겠다”고 했다.

이어 #박원순_시장을_고발한_피해자와_연대합니다라는 해시태그를 덧붙였다.

사진=한국성폭력상담소
사진=한국성폭력상담소

 

이날 한국성폭력상담소(상담소)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서울특별시장 장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상담소는 “박 전 시장은 과거를 기억하고, 말하기와 듣기에 동참하여, 진실에 직면하고 잘못을 바로 잡는 길에 무수히 참여해왔다”며 “그러나 본인은 그 길을 닫는 선택을 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서울시의 5일간의 대대적인 서울특별시 장, 장례위원 모집, 업적을 기리는 장, 시민조문소 설치를 만류하고 반대한다”고 밝혔다.

상담소는 “피해자가 말할 수 있는 시간과 사회가 이것을 들어야 하는 책임을 사라지게 하는 흐름에 반대한다”며 “피해자를 비난하고 책망하고 피해자를 찾아내는 2차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피해자 곁에 있겠다. 약자의 곁에서, 이야기되지 못해온 목소리에 연대하겠다”고 했다.

이어 “서울시는 과거를 기억하고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도록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박원순 시장의 죽음이 비통하다면 먼저 해야할 것은 그것이다. 서울시의 책임 있는 답변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여성의전화(이하 여전)는 온라인을 통해 ‘박원순 성추행 피해자에게 보내는 연대의 메시지 쓰기’ 운동을 시작하며 “박원순 성추행 피소 이후, 또다시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편에 선 우리 사회의 일면에 분노한다”고 밝혔다.

여전은 “성폭력 가해에 이용된 권력이 또다시 가해자를 비호하고 사건의 진상 규명을 막는 것에 분노한다”며 “피해자가 바라왔던 대로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고, 그가 안전하게 일상으로 복귀할 때까지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여성민우회는 "진실을 밝히고자 했던 피해자의 용기에 도리어 2차피해를 가하고 있는 정치권, 언론, 서울시, 그리고 시민사회에 분노한다"며 "서울시는 진실을 밝혀 또 다른 피해를 막고 피해자와 함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한국여성민우회는 피해자의 용기에 연대하며 그가 바꿔내고자 하였던 사회를 향해 함께하겠다"고 강조했다.

여성의당도 “우리는 ‘서울대 교수 성희롱 사건’을 기억한다. 1998년 당시 피해자를 무료로 변론하고 승소를 이끌어 낸 이가 인권변호사 박원순이었다”며 “그로부터 22년 후, 박원순은 성추행 피소에 얽힌 채 생을 마감했다. 지금 우리는 성희롱을 당한 여성을 변호했던 그의 마지막 선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반드시 되물어야 한다”고 성명을 냈다.

당은 “대통령을 포함한 여권 인사들의 애도와 조문의 행렬이 이 질문 자체를 덮어버리고 있다”며 “서울시는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은 묻어버린 채 ‘서울특별시장(葬)’을 결정하고 시민 분향소까지 설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죽은 자에 대한 애도가 산 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마저도 압도하는 지금, 여성의당은 이 비정상을 진두지휘하는 정치권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또한 애도 삼매경에 빠져 피해 호소인을 지우려는 구시대적 정치인들에게 강력하게 경고한다”고 밝혔다.

한편 온라인 상에서는 개인으로 추정되는 시민들이 '#박원순_시장을_고발한_피해자와_연대합니다'라는 해시태그 운동을 벌이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 8일 전 비서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이튿날인 9일 돌연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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