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우 풀어준 사법부도 공범이다" 분노한 시민 1천명 한목소리
"손정우 풀어준 사법부도 공범이다" 분노한 시민 1천명 한목소리
  • 진혜민 기자
  • 승인 2020.07.10 20:52
  • 수정 2020-07-12 1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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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송환 불허 판결 내린 사법부 규탄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역 8번 출구 앞에서 한국여성단체연합은 '분노한 우리가 간다'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역 8번 출구 앞에서 한국여성단체연합은 '분노한 우리가 간다'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지난 6일 재판부의 손정우 미국 송환 불허 판결과 함께 오늘 10일 전직 비서를 성추행한 의혹을 받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자 수사도 하지 못한 채 종결됐다. 무력감과 분노감을 느낀 한 주의 끝에 많은 시민들이 서초역 8번 출구 앞으로 모여 사법부와 정치를 비판했다.

6일 서울고법 형사20부(강영수 정문경 이재찬 부장판사)는 손정우의 미국 송환을 결정하는 세 번재 심문을 열고 범죄인 인도를 불허했다. 법원 결정에 따라 손씨는 자유의 몸이 됐다. 

사법부·미국 송환 불허 판결을 내린 강영수 판사·범죄자 손정우를 삭제하고 이곳에 모인 이들이 세상을 새로 고친다는 의미를 담은 ‘#사법부도_공범이다 분노한 우리가 간다’ 시위가 10일 서울 서초구 서초역 8번 출구 앞에서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약 1천명이 참석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    ] delete 우리가 F5 새로고침’이라고 적힌 피켓에 저마다 괄호를 채워 넣었다. 이후 각자 쓴 답변을 외쳤다.

자유발언은 사전 신청제로 진행됐다.

서울에서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과 6살 딸을 키우는 김자연씨는 자유발언에서 “퇴근하면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데 오늘은 너무나 화가 나서 집에도 안 가고 여기에 나왔다”며 “나는 사법부가 나의 아들과 같은 이 땅의 어린 남자 아이들을 가해자로 기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범죄자가 범죄를 저질러 놓고도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우리 아이들이 배워야 하나”라며 호소했다.
 
시민 조준원씨는 “이번 판결을 접했을 때에는 많은 감정이 몰아쳤다. 경악, 제대로 읽은 건가 하는 불신, 놀라움, 분노, 좌절감, 무력감…너무나 남성의 성범죄에 관대한 법, 그 관대한 법마저도 최대한 더 가해자 편에서 적용해 주는 사법부”라며 “하지만 대한민국 여성 법사학은 억압과 차별의 역사일 뿐 아니라 투쟁과 승리의 역사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조씨는 “우리는 이 극도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싸워 계속 크고 작은 승리를 거두어 왔습니다”며 “2020년의 나는 사회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바뀌기는 할지, 바뀌어도 내 생애 내에 바뀔 것인지 두렵고 불안하다”고 했다. 이어 “그럼에도 싸워 온 여성들이 변화를 만들었고 그 덕분에 우리가 있다. 우리는 물러서지 않고 나아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라고 외쳤다.

노서영 유니브 페미 대표는 “이번 주는 여성들에게 최악인 한 주”라며 “사법부와 정치에 대한 신뢰도가 너무나도 낮아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가 ‘존경하는 재판장님’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그들이 정의를 구현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지금은 판사가 가해자를 지켜주고 피해자를 죄인으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노씨는 “우리는 이 상식적인 싸움을 오랜 시간동안 해왔다”며 “우리의 안전한 일상을 위해 앞으로도 무력감 대신 분노로 맞서 싸우자”고 말했다.

모리 한국여성민우회 회원은 “법원은 이런 결정이 이 세상의 모든 어린이들과 여성을 위협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라며 “한국 법원이 더 이상 제대로 된 처벌을 하지 않는다고 미국으로 송환해달라고 요구할 때 나는 너무 속상했다”고 밝혔다. 이어 “무능한 법원에 너무 분노했다”고 말했다.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역 8번 출구 앞에서 한국여성단체연합은 '분노한 우리가 간다'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역 8번 출구 앞에서 한국여성단체연합은 '분노한 우리가 간다'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시민 박해강씨는 “나는 손정우 판결 보고 무력감과 분노를 느꼈다”며 “그래도 나는 그날 보았다. 그 더운 날, 법원 안에서 나오는 사람들에게 피켓을 들고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이곳 서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람들을 보았다”라고 했다. 박씨는 “여기 모인 모든 사람을 보며 감사하단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현경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한사성) 활동가는 “사법부는 여성들이 왜 여기 운집했는지 아는가”라며 “발열 체크를 하고, 문제에 대비해 신상과 연락처를 적고, 마스크를 쓰고서라도 여기에 모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고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태업을 부리며 안전을 위협하는 주제에 부끄러움도 모르는 사법부를 삭제하러 왔다”고 말했다.

원민경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대한민국 법원은 범죄자인 손정우를 미국으로 인도하지 않고 확보함으로써 주도적 판단을 내렸다”며 “대한민국 사법부에 질의하겠다. 그동안 법원이 아동 성 착취 악순환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 무엇을 했나”라고 질문했다. 원 변호사는 “왜 법원은 벌금, 집행유예를 넘어 실형을 선고하는 이 시대에 이같은 결정을 했나”라며 “사법부는 현실을 외면한 판결을 내릴 때 시민들은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쌓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자리에 모인, 우리와 함께 하지 못한 우리가 사법부의 정의를 바로 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유발언 이후 사법부와 손정우가 써진 판에 ‘delete’(삭제)라고 써진 스티커를 붙이는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이후 집회 참석자들은 “사법부도 공범이다! 강영수는 자격박탈! 손정우는 미국으로! 사법정의 실현하자!“ 구호를 외치며 판사봉을 세 번 내리쳤다.

한편 손정우는 2015년 7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인터넷 프로토콜(IP) 추적이 불가능한 특정 브라우저로만 접속할 수 있는 '다크웹(dark web)'에서 '웰컴 투 비디오(W2V)'를 운영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손씨가 2년8개월간 사이트를 운영하는 동안 회원 수는 128만여명에 달했다. 드러난 아동 성착취물 거래 사이트 가운데 세계 최대 규모다. 손씨가 붙잡힐 당시 8테라바이트 분량의 파일 17만개가 서버에 저장돼 있었고, 영상물 중에선 생후 6개월 된 영아가 나오는 것도 발견됐다. 손씨가 올린 파일 제목을 보면 소아성애자(pedophile)를 뜻하는 "Pedo"를 비롯해, 2살은 "%2yo", 4살은 "%4yo"으로 표현해 영상을 유포했다. 이 과정에서 손씨는 4억원이 넘는 이익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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