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피해자 신상 캐내려는 움직임 대항 해
박원순 서울특별시장(葬) 반대하고
해시태그 캠페인 벌이는 누리꾼들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에서 유서가 공개 되었다. ⓒ홍수형 기자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에서 유서가 공개 되었다. ⓒ홍수형 기자

 

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9일 극단적인 선택을 한 후 전날 그를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에 연대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박 시장의 죽음을 성추행 피해자 A씨에게 책임을 돌리고 A씨를 색출해내겠다는 등 2차 가해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10일 오후 2시 류호정 정의당 국회의원은 자신의 SNS에 박 시장에 대한 조문 계획이 없음을 밝히고 “‘당신’(성추행 고소인)이 외롭지 않기를 바란다”며 2차 피해 등을 염려하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도 SNS에 “모두가 고인을 추모할 뿐, 피해 여성이 평생 안고 가게 될 고통은 말하지 않는다”며 “피해 여성이 자신의 고소가 사람을 죽인 것 같은 트라우마에 갇힐 것이 걱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고인에 대한 추모의 목소리들과 피해 여성의 고통이 정비례할 것을 알기에, 다른 얘기는 차마 입밖으로 내지 못 하겠다”고 덧붙였다. 

목수정 작가는 SNS에 “박 시장의 미투 의혹 사건은 사망과 함께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며 “의혹은 영원히 의혹으로 남게 됐다”고 적었다. 이어 “박 시장 자신을 위해서도, 그를 고소한 전 비서를 위해서도, 특히 진실을 위해 이렇게 사건이 종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적어도 그의 죽음에 대한 연유는 밝혀졌으면 한다”면서 “자살인지, 타살인지, 자살이었다면 그를 자살로 몰았던 원인은 무엇인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덮어놓고 추모하고, 명복을 빌 뿐, 그들이 서둘러 떠나가야 했던 이유를 집요하게 추적하지 않는 건 지금껏 우리가 반복해 왔던 일”이라며 “그 모호한 결말이 세상에 만가지 상상과 설들을 떠다니게 하고, 그것은 두고두고 사회를 갉아 먹는다”고 지적했다.

박 시장의 장례를 5일간 서울시장장으로 치르는 것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뜨겁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SNS에 “서울시장장과 시민분향소를 취소, 중단하라”면서 “A씨를 보호하고 사실관계를 파악해 지원과 보상을 해도 모자랄 판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 “박 시장의 시민운동가로서의 업적을 기리는 것은 시민사회의 몫”이라면서도 “서울시장장 시민분향소는 시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고 지적했다. 

이보다 앞서 SNS에서는 해시태그 캠페인이 등장했다. 오전 서울시가 박 시장의 장례식을 서울특별시5일장(葬)으로 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SNS 이용자들은 ‘#박원순시장의서울시5일장을반대합니다’란 해시태그를 달고 서울특별시장을 반대했다. 한 누리꾼은 “공소권 소멸은 법적으로 박원순의 죄를 물을 수 없게됐다는 것이지, 가해 사실이 소멸했다는 게 아니다”라며 해시태그를 달고 소설가 정세랑의 책 『시선으로부터』의 구절 ‘어떤 자살은 가해였다. 아주 최종적인 형태의 가해였다’ 문구를 적은 이미지를 공유했다.

청와대 국민동의청원에 ‘박원순씨 장례를 5일장, 서울특별시장(葬)으로 하는 것 반대합니다’라는 청원을 올린 청원인은 “성추행 의혹으로 자살에 이른 유력 정치인의 화려한 5일장을 언론에서 국민이 지켜봐야 하나? 대체 국민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건가”라며 가족장으로 치를 것을 요구했다. 해당 청원은 10일 이 청원은 등록된 지 불과 몇시간 만인 오후 5시15분 현재 13만3690명이 동의를 얻었다. 박 시장의 가족은 10일 시신 수습 직후 비공개 가족장을 치르겠다고 밝혔으나 이날 오전 서울시가 서울특별시장을 치르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여성 커뮤니티에서는 박 시장의 빈소를 찾고 있는 정치인들을 목록화 하고 지난 6일 성폭력으로 복역 중 치른 안희정의 모친상에 방문한 정치인들과 대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러한 작업을 제안한 누리꾼은 “안희정 때 제대로 못 해서 지금 이 꼴이다. 반성 없는 권력은 또 다른 피해를 부를 것이다”라고 분노했다.

 

캡처
사진=딴지일보 게시판 캡쳐

‘#박원순_시장을_고발한_피해자와_연대합니다’ 해시태그도 확산되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입장문을 통해 “서울시의 5일간의 대대적인 서울특별시 장, 장례위원 모집, 업적을 기리는 장, 시민조문소 설치를 반대한다”며 “서울시는 과거를 기억하고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도록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피해자를 비난하고 책망하고 피해자를 찾아내는 2차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고 우려하며 “피해자 곁에 있겠습니다. 약자의 곁에서, 이야기되지 못해온 목소리에 연대하겠다”고 다짐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SNS에서 '박원순 성추행 피해자에게 보내는 연대의 메시지 쓰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단체는 "우리는 피해자의 신변을 궁금해 하는 사람들과 피해자의 용기를 의심하는 사람들, 성폭력 가해에 이용된 권력이 또다시 가해자를 비호하고, 사건의 진상 규명을 막는 것에 분노한다"면서 "우리는 피해자가 바라왔던 대로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고, 그가 안전하게 일상으로 복귀할 때까지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연대 메시지 쓰기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dG1RWsFyWgg7OIhQYHX-6deJkc_vwApXxBxd4mJ9lJSTwmZQ/viewform

 

고 박 시장이 주검으로 발견되기 전 언론 보도를 통해 박 시장이 8일 오후 성추행 혐의로 피소당했으며 고소인이 이를 뒷받침할 증거로 대화 기록 등을 제출한 사실이 알려졌다. 서울시가 공개한 유서에는 성추행 사실이나 피해자에 대한 내용이 단 한글자도 나오지 않았으나 여론은 박 시장의 극단적인 선택에 성추행 피소 사실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이 탓에 10일 딴지일보 등 일부 여권 극렬지지자들 사이에서 성추행으로 박 시장을 고소한 A씨를 찾아내겠다며 2차 가해를 시도하는 정황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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