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성 헌법재판관 전효숙 부장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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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여성계, 호주제 위헌 결정 밑거름 될 것

사상 첫 여성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탄생했다. 전효숙(52)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그 주인공. 여성단체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은 ‘여성 헌법재판관 지명을 환영한다’는 성명서를 잇달아 발표, 전 부장판사가 소수자와 약자를 위해 일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그는 원칙과 소신을 바탕으로 실력을 쌓아 차근차근 승진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어 여성법조인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변함 없는 모습 최선 다할 터

지난 19일 최종영 대법원장은 헌법재판관 지명과 관련 “헌법재판소의 기능과 역할에 맞게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등 다양한 이해관계를 적절히 대변하고 조화시킬 수 있는 인물인지를 살폈다”며 “전효숙 부장판사는 해박한 법률지식에 섬세함까지 갖추고 있어 법원안팎으로 여성보호, 소수자 보호라는 시대적인 요청에 가장 부합한 후보자로 지목됐다”고 설명했다.

전 부장판사는 지난 2월 고등법원 첫 여성 형사부장으로 발령이 나 주목을 끌었으며 이영애(사시 13회) 전수안(사시 18회) 부장판사와 함께 서울고법 ‘여성부장 3인방’으로 통한다. 전남 승주 출신으로 순천여고와 이화여대를 졸업, 사법연수원 교수와 서울지법 부장판사를 거쳐 지난 99년 여성으로는 두 번째로 고법 부장판사가 됐다. 현 서울고법 이태운(55) 부장판사와 사상 첫 부부 고법 부장판사이기도 하며 1남 1녀를 두고 있다.

이처럼 여성의 성역이었던 법조계에서 항상 ‘첫 번째’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 전 부장판사는 ‘한눈팔지 않고 묵묵히 원칙을 지키는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20일 전효숙 부장판사는 전화 인터뷰를 통해 “헌법재판관이라는 중책을 맡아 어깨가 무겁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호주제 폐지에 대해 “현재 계류된 사항에 대해 개인적인 견해를 밝히긴 어렵지만 호주제가 문제가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일”이라며 “앞으로 맡게 될 사안에 대해서는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원칙을 지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전 부장판사는 후배들에게 ‘강하고 부드러운 선배’로 통한다는 기자의 말에 웃음을 터뜨리면서 “여성법조인들이 가정과 직장을 병행하면서 포기하지 않고 일을 추진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자랑스럽다”며 “유능한 후배들이 많은 만큼 서로 배우고 돕는 관계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 부장판사는 지난 98년 서울지법에서 여성관계법 연구회를 발족, 당시 서울지법 여성법관으로 최고 선배였던 그는 “여성의 법적 지위 향상을 위해서는 여성법관들이 앞장서야 한다”며 후배 법조인들의 참여를 이끌어 냈었다.

전 부장판사는 “여성법조인이면 누구나 여성문제에 관심을 갖기 마련”이라며 “이를 연구하면서 성과를 내오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당시 여성관계법 연구회를 만들었다”고 취지를 밝혔다.

그는 “여성관계법 연구회는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앞으로 여성법조인들의 활동은 더욱 활발해 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법조인 모델로 존경받아

최근 시민단체들이 대법관으로 추천한 사실에 대해서는 “대법원은 집단소송이 아니면 개인간의 분쟁을 해결하는 경우가 많지만 헌법재판소는 위헌여부를 판단하는 사법부의 최고기관으로 그 파장력이 크다”며 “후보는 누구든지 거론될 수 있는 문제로 대법관이든, 헌법재판관이든 자리에 상관하지 않는다”고 소신을 전했다.

전 부장판사는 법원 안팎으로 평소 여성, 사회적 약자의 입장에서 소신껏 판결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수사기관의 강제수사 관행에 못을 박아 주목을 끌었고 기업을 상대로 한 소액주주들의 권익을 보호해 준 첫 승소사례를 남긴 ‘약자보호’판례로 유명하다.

전 부장판사의 학교후배인 이명숙 변호사는 “전 판사는 사사로운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원칙을 지키는 전형적인 판사로 정평이 나있다”며“사회흐름에 맞게 법을 적용하는 헌법재판관으로서의 역할을 훌륭히 해낼 법조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번 만나도 ‘전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일에는 철저한 분”이라며 “후배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자상한 성격의 소유자로 전 판사를 모델로 삼고 있는 후배들이 많다”고 전했다.

한나라당 운영위원인 나경원 변호사는 “겉으로는 절도 있는 모습이지만 후배들에게는 아낌없는 애정을 보이는 사람”이라며 “법원 내부에서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실력으로 인정받는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조용한 성품으로 꼼꼼한 일 처리는 혀를 내두를 정도”라며 “평소 여성관련 현안에 관심이 많아 앞으로 활동이 기대된다”고 전했다.

여성계, 민변 “환영합니다”

이런 소신과 원칙적인 판례가 여성, 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법조인으로 인정받아 지난 7월 사회단체들이 전 부장판사를 대법관 추천후보로 지목되기도 했다.

전 부장판사의 헌법재판관 지명이 알려진 지난 19일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성명서를 통해 “현재 ‘호주제 위헌 여부’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여성이 헌법재판관으로 지명돼 기대가 된다”며 “전 부장판사가 앞으로 헌법재판소가 소수자의 권리와 양성평등의 관점에서 판단을 내리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환영의 말을 전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논평을 통해 “첫 여성 헌법재판관이 탄생한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며 “특히 전효숙 판사가 여성계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로부터 ‘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반영할 적절한 인물’로서 추천된 것이 반영됐다고 볼 때 더욱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여성 판사라고 해서 특별히 맡지 못할 분야는 없다고 생각한다”는 말로 남녀차별을 논하는 사람들을 무색케 했다는 전 부장판사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전효숙 판사 약력

▲51년 생 ▲73 이화여대 법학과 졸업 ▲77 서울가정법원 판사 ▲80 서울형사지방법원 판사 ▲88 서울고등법원 판사 ▲90 대법원 재판연구관 94 사법연수원 교수 ▲97∼99 서울지방법원 부장판사 ▲99 특허법원 부장판사 ▲2001 서울고등법원 민사1부 부장판사 ▲2003 서울고등법원 형사2부 부장판사

나신아령 기자arshin@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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