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선수 ‘이중고통’ 겪는다… 성적 압박에 성폭력 피해까지
여성선수 ‘이중고통’ 겪는다… 성적 압박에 성폭력 피해까지
  • 진혜민 기자
  • 승인 2020.07.09 16:48
  • 수정 2020-07-09 1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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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실업팀 직장운동선수 인권실태
직장운동부 내 여성 선수 71.2%
"성폭력 피해 있었다" 답변
22.7% 헤어·메이크업 제한 당해
가해자는 남자감독, 남자코치, 여자선배
문경란 스포츠인권연구소 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故최숙현 선수 사망사건 진상규명 및 스포츠 폭력 근절, 스포츠 구조개혁을 위한 국회 긴급토론회에 참석해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여성신문·뉴시스
문경란 스포츠인권연구소 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故최숙현 선수 사망사건 진상규명 및 스포츠 폭력 근절, 스포츠 구조개혁을 위한 국회 긴급토론회에 참석해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여성신문·뉴시스

고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에 대해 긴급토론회가 열린 가운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전문가들은 “철저한 진상규명과 함께 견고한 체육계 카르텔을 없앨 제도적, 법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9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는 고 최숙현 선수 사망사건 진상규명 및 스포츠 폭력 근절, 스포츠 구조개혁을 위한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도종환·박정·이상헌·김승원·유정주·이병훈·이상직·임오경·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공동주최로 개최됐다.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절박한 마음으로 체육계의 구조와 패러다임을 과감히 변화시켜가야 한다”며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를 비롯한 관계기관들의 역할과 책임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성적지상주의에 가려진 스포츠계의 오래된 악습을 끊어내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판사 출신인 나도 가급적이면 공정을 유지하고 싶었으나 가해자들의 거짓 진술이 하나씩 밝혀지면서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며 “피해자에게 피해 증거를 가져오게 하면 조사관이라는 자리는 왜 있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선수들이 마음 편하게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훈련을 핑계로 선수들을 폭행하고, 각종 명목으로 금품을 갈취하고, 선수들에게 성폭력 범죄를 자행하는 사람들은 체육계에서 완전히 퇴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체육인의 한 사람으로서, 또한 오랫동안 현장의 지도자로서 일했던 저로써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고 최숙현 선수 사건을 포함해 그간 우리 체육계에서 만연해온 많은 피해사례들이 가이드라인, 매뉴얼 등의 부재로 인해 발생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뉴얼이 아무리 잘 만들어져 있더라도 이러한 것들이 현장에서 잘 작동, 실행되지 못해온 것이 사실이고, 이제는 다양한 해결방안들의 현장 실행관리에 보다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도종환 국회 문체위원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故최숙현 선수 사망사건 진상규명 및 스포츠 폭력 근절, 스포츠 구조개혁을 위한 국회 긴급토론회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토론회를 지켜보고 있다.
도종환 국회 문체위원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故최숙현 선수 사망사건 진상규명 및 스포츠 폭력 근절, 스포츠 구조개혁을 위한 국회 긴급토론회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토론회를 지켜보고 있다. ⓒ여성신문·뉴시스

이날 토론회 사회를 맡은 문경란 스포츠인권연구소 대표는 고 최 선수 사건에 대해 “이렇게 미개하고 낙후되고 야만적인 일에 가슴을 치지 않을 수 없다”며 “이 소식을 접하고 한동안 나는 망연자실해 있었다”고 심경을 밝혔다. 문 대표는 토론 도중을 눈물을 훔치며 “고 최 선수가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고 했는데 그 사람들이 정말 가해자들뿐일까”라며 체육계 시스템에 대한 지적했다.

발제에서 정용철 문화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철인3종. 알다시피 극한의 인내를 필요로 하는 종목”이라며 “참고 견디는 데에는 이골이 난 이들이다. 견디는데 이골이 난 한 선수가 꽃다운 생을 툭 놓았다”고 말했다. 이어 “장례식장에서 ‘숙현이가 더 견뎠어야지’라고 말했다는 연맹직원에게 묵직한 살의를 느꼈다”고 덧붙였다.

정 공동집행위원장은 “최숙현 선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설명은 사건을 왜곡한다. 최 선수는 그들에 의해 떠밀려 죽었다”며 “그가 남긴 마지막을 며칠 째 중얼거렸다. 가해자뿐만 아니라 엘리트스포츠를 둘러싼 공고한 침묵의 카르텔이 포함되지 않을까”라고 주장했다.

허정훈 체육시민연대 공동대표는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 2019 실업팀 직장운동선수 인권실태 결과보고서’를 통해 “과거에도 범정부적 실태조사와 대책이 마련됐음에도 불구하고 학생선수, 국가대표, 실업 및 프로선수 등 대상을 가리지 않고 스포츠계의 심각한 인권침해는 지속적으로 반복됐다”며 “선수들은 폭력·성폭력·불평등한 근로계약과 노동인권문제·위계에 따른 갑질 등 반인권적 상황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여성선수의 경우 헤어스타일·메이크업·악세사리 착용 등에 대한 제한을 받은 경험이 22.7%였다”며 “주요 가해자로는 대체적으로 남자감독, 남자코치, 여자선배 순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직장운동부 내 여성 선수 71.2%가 성폭력 피해를 겪었다”며 “가해장소로는 신체접촉에 관한 성폭력은 ‘경기장 또는 훈련장’이었으며 신체부위 촬영, 성폭행은 ‘숙소 또는 락커룸(샤워장)’이었다”고 덧붙였다.

여성선수로서의 경험에 대해서는 “남자지도자와 소통의 어려움과 남자선수보다 더 심한 여성선수에 대한 성과 압박이 있었다”며 “감독의 성차별 발언과 지도자 및 남자선배의 성희롱, 유니폼 입은 모습을 성적으로 표현하는 것 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허 공동대표는 “실업팀 직장운동부의 인권침해를 예방하고 보호하기 위해 인권침해를 조장, 묵인하는 관행을 개선하고 근본적이고 현실적인 정책과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정확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고 최숙현 선수 사건 이후 우리가 달라져야 하는 것들에 △가해자징계정보시스템 법 제도화, 운영 현실화 △실업팀 직장운동부 인권 가이드라인 제정 △실업팀 운동부 훈련장, 합숙소 환경개선과 운영규정 마련 △실업팀 운동부 여성 지도자 고용촉진제 도입 등을 주장했다.

함은주 스포츠인권연구소 연구원은 스포츠혁신위원회 권고를 통해 “6차와 7차에서는 엘리트 스포츠 시스템 개선 및 선수육성체계 선진화와 체육단체 구조 개편을 권고했다”며 “대한체육회와 KOC가 각각 본연의 기능을 충실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대한체육회와 대한올림픽위원회(KOC)의 분리가 바람직하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 최숙현 선수의 발인 다음날, 행사에 참석하여 골프를 친 대한체육회장을 보면

선수들의 인권침해 사안에 대하여 준엄하게 다루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문화체육관광부는 대한체육회의 관리감독을 엄격히 해야 할 것이며, 대한체육회장은 책임 있는, 책임을 지는 행동을 할 것을 요구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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