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디지털 성범죄자 죄의식 없는 게 문제”
[인터뷰]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디지털 성범죄자 죄의식 없는 게 문제”
  • 이하나 기자
  • 승인 2020.07.10 06:50
  • 수정 2020-07-10 12: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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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성범죄 양형 강화 촉구
3차 추경 11억 피해자 지원
불법 유포 영상 삭제도
올해 9월 ‘양성평등주간’에
‘대한민국 성평등 포럼’ 열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여성가족부에서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은 "여가부가 가치 지향적인 일상에서 해외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지금처럼 청명 감을 가지고 해나가겠다"며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홍수형 기자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은 “처벌은 그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금을 그어주는 역할’을 한다”며 “국민의 법 감정과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상향 노력이 합쳐져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조금 더 정당한 처벌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를 위해 이 장관과 정부서청사 집무실에서 마주 앉은 날은 7월 6일이었다. 이날 서울고법 형사20부(부장판사 강영수)는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운영자 손정우에 대한 미국 송환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 장관은 조심스럽게 말을 고르면서도 “(손정우에 대한)1년6개월이라는 형량이 약하다는 여론이 많았고 오죽하면 미국이 송환해서 조사해야 한다고 요청했겠느냐”면서 재판부 판단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 장관은 과거·현재·미래 요소가 공존하는 ‘비동시성의 동시성’이라는 표현으로 디지털 성범죄 문제를 분석했다.

“기술의 진보로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성범죄를 법이 따라가지 못합니다. 피해자가 받는 상처는 깊지만 가해자는 죄 의식조차 없어요. 사회적 책무나 도덕성도 다른 범죄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데 이 모든 것이 공존하는 것이 가장 큰 비극입니다. 한국 특유의 상황인 것 같아요.”

이 장관은 김영란 양형위원장을 만나 “디지털 성범죄 피해 특수성이 반영된 양형기준이 시급히 설정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양형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의 전문가와 활동가 의견도 전달했다. 지난 4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디지털 성범죄 근절대책’도 내놨다. 피해자 보호에 방점을 두고 불법영상물 사전 모니터링과 24시간 상담‧삭제지원 체계를 강화하고, 아동청소년성보호법 개정으로 ‘성착취물’과 ‘피해아동청소년’ 개념을 도입했다. 그러나 이번 3차 추경에서 여가부가 확보한 예산은 10억9300만원에 그쳤다. 이 장관은 예산을 더 늘리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이 예산은 모두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등에 쓰인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이 장관은 사회학을 연구한 학자 출신이다. 이 장관이 여가부를 이끈 지난 10개월 동안 ‘N번방 사건’ 등 디지털 성범죄, 정의기억연대 부실 회계 의혹, 아동학대 문제 등 관련 현안이 쏟아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서 돌봄·고용·여성폭력 등으로 취약한 위치에 놓인 여성을 지원하는 일도 여가부 몫이다. 여가부의 다른 이름은 ‘미니 부처’다. 성평등 정책을 총괄하고 정책 대상이 여성과 청소년, 가족인 만큼 업무 영역이 넓다. 그러나 예산은 1조1264억원으로 정부 전체 예산의 0.21%에 그친다. 정책에 대한 ‘백래시’(Backlash·반발 심리)도 크다.

이 장관은 정책 추진의 어려움에 대해 직접 답하는 대신 “여가부는 다른 부처와 달리 유일한 가치지향적 부처라는 점에서 소명감을 갖는다”고 말했다.

“여가부는 도덕의 내면화, 의식의 선진화, 기본 인권의식의 향상, 피해자의 존엄 등 가치를 지향하는 유일한 부처지요. 우리 사회는 눈에 보이는 물적 지표에 의해 경도되고 정책도 그러한 지향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어요. 여가부가 있기 때문에 사회발전이 가치지향적으로 갈 수 있다는 소명감을 갖고 있습니다. 여가부가 조금 더 열심히 해야 정책 사각지대에 놓인 분들에게 ‘정책 사다리’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임하고 있습니다. 사건·사고가 일어날 때 저희에게 많은 의견을 주시는 것도 고무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만큼 기대가 크고 부여하는 역할이 많은 것일 테니까요.” 

이 장관의 말대로 여가부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그만큼 아쉬움도 많다. “여성에게 국가는 없다”고 외치며 직접 행동에 나선 여성들을 비롯해 코로나19 여파로 일자리를 잃은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 성폭력 피해를 입고도 역고소 당한 여성들까지 여가부가 소극적이라고 비판한다. 여성을 대표해 다른 부처와 사회를 향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달라는 요구다. 이 장관은 “간담회와 토론회 등을 통해 현장 의견을 수렴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등에서 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회계 부실 의혹 등 정의연 이슈에 대해서는 “보조금 집행, 선정사업위원회, 공모 당선, 사업 집행 등은 투명한 관리체계로 집행되고 있다”면서 “정부의 관리시스템 자체는 절차상 있어서 문제가 없다”고 단언했다. 앞으로는 ‘위안부’ 기초 연구에 좀 더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장관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전체 규모가 8만~20만명으로 천차만별”이라며 “연구팀이 미국 아카이브를 뒤지며 관련 자료를 찾는 등 피해자 규모나 피해 상황을 정확하게 규명해나가는 일을 대학과 손 잡고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매년 7월 첫째 주는 ‘양성평등주간’이다. 여가부와 여성단체가 함께 성평등 관련한 다양한 행사를 열었다. 올해부터는 ‘여권통문의 날’(9월1일)이 있는 9월 첫째 주로 옮겨 기념할 예정이다. 시행령 개정도 추진 중이다. 세계 각국이 함께 성평등 의제에 대해 논의하고 액션플랜을 제시하는 ‘대한민국 성평등 포럼’(Korea Gender Equality Forum·KGEF)도 계획 중이다. ‘성평등 대사’로 임명된 조영숙 한국여성단체연합 국제연대센터장이 포럼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는 북경행동강령 채택 25주년이자, 안보리결의안 20주년이며 유엔이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제시한지 5주년이 되는 해다. 이 장관은 “북경 세계여성대회 이후 25년간 한국이 겪은 변화를 되돌아보고, 국제사회에서 우리가 전할 것과 배울 것을 찾으며 글로벌, 내셔널, 로컬 차원에서 살펴보기 위해 ‘대한민국 성평등 포럼’을 기획했다”며 “스톡홀름이나 파리가 아닌 한국에서 지구적 성평등 의제를 논의하는 뜻 깊은 행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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