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상희 “자기실현 원하는 여성 목소리 듣는 것이 여성정치의 현안”
[인터뷰] 김상희 “자기실현 원하는 여성 목소리 듣는 것이 여성정치의 현안”
  • 박선이·진혜민 기자
  • 승인 2020.07.10 06:40
  • 수정 2020-07-09 1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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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숫자가 문제…
여성 지역구 공천 의무화 해야
정파 초월해 여성의제
연대·소통·협력 할 것
김상희 국회부의장 ⓒ홍수형 기자
헌정 사상 첫 여성 국회부의장인 김상희 부의장이 국회 로텐더홀 앞에 섰다. 김 부의장은 “아이 낳고 일하고 자기 실현하고 싶어 하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들어 세상을 바꾸는 것이 여성 정치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홍수형 기자

 

제21대 국회가 지난 6월 5일 개원했다. 87년 민주화 체제 이후 처음 여당이 18개 상임위원장을 도맡았고, 1야당인 미래통합당의 반발로 야당 몫 국회부의장이 공석인 채로 파행 운영되고 있지만 젠더 정치의 관점에서는 역사적으로 기록할 만한 출발이다. 제헌국회 이후 처음으로 국회의장단에 여성 의원이 등장했다. 4선의 김상희 의원이 첫 여성 국회부의장으로 선출되었다. 상임위원장 가운데도 5명이 여성. 27.8%다. 국회 의석 수 대비 여성 의원 비율은 19%로 아직 조직 전체를 변화시킬 수 있는 임계점에 못 미치는 현실임을 감안하면, 김상희 부의장 등 국회 여성 리더십의 확대가 기대를 모으는 상황이다.

김상희 부의장은 18대에 비례대표로 국회에 들어온 뒤 19, 20, 21대에 잇달아 경기도 부천(*)에서 지역구에 당선됐다. 여성운동과 환경운동을 거치며 시민운동으로 뼈가 굵었다. 정치가로서는 여성 인권과 사회적 약자들의 권익 확대에 주목했다. 여의도 국회본관 307호, 국회부의장실에서 김상희 부의장을 만났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첫 여성 부의장은 ‘여성의 정치 주류화’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21대 국회 여성의원 비율은 19%로, OECD 국가 평균 28.8%에 미치지 못합니다. 한국 여성 정치의 현재를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여성 의원 수가 중요합니다. 양적 변화가 질적 변화를 만들어 냅니다. 17대 선거법 개정 이후에 제도개선 없어서 여성 의원의 볼륨이 커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법안을 냈는데, 국회 의석을 늘리지 못하면서 뭐 이렇게 되었습니다. 선거법 개정 안 되면 여성의원 수가 늘지 않습니다. 그럼 질적 변화도 어렵지요. 

이번에 여성의원이 57명까지 되는 데 여성들의 힘이 컸습니다. 16대 국회에서는 5.9%였는데, 17대 총선 때 비례대표 홀수 번호에 여성을 배치하도록 법제화 했습니다. 그때 여성운동가들이 정치개혁연대를 만들고 정치권과 함께 정치협의회도 만들어서 6개월 넘게 농성하고 투쟁하고 끝까지 싸웠습니다. 비례 대표 수를 늘리고 여성을 50% 할당하는 것, 이 두 가지를 달성한 선거법 개정이 그때 이뤄졌습니다. 시민사회나 정치권에서는 손을 놨지만 끝까지 물고 늘어진 것이 여성들이예요. 이번에 19%까지 왔는데, 여성의원 수가 더 늘어나야 합니다.“

여성 정치란 무엇일까요? 아니면, 무엇을 해야하는 것일까요? 많은 여성들이 지금 우리의 삶과 정치가 무슨 상관인가? 저출생, 비혼, 비출생 상황에서 정치가 우리 여자들에게 해주는 것 뭐가 있나 묻습니다.

“지난 30년 간 여성 지위와 인권 측면에서 어마어마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달라진 눈높이에 맞는 과제가 지금 쌓여있지요. 예전에는 가정폭력을 밖에서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범죄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지요. 그동안 여성운동과 여성 정치가 성폭력, 가정폭력, 가족법, 호주제, 성매매, 남녀고용평등, 육아휴직 등 이런 것들을 바꿔왔습니다. 모성보호와 정치참여 등 수도 없이 많은 법적 제도화가 이뤄졌지요. 2005년 호주제 폐지에 이르기까지 전근대적 여성의제들은 해결이 되었어요, 하지만, 그 후에 새로운 의제들이 나타났습니다. <82년생 김지영>이 베스트셀러가 된 것을 보세요. 여성들은 아이 낳고 일하고 자기 실현하기가 굉장히 힘듭니다. 이러한 목소리를 들어 세상을 바꾸는 것이 여성 정치의 과제입니다.”

지금 여성들이 겪는 불평등 문제는 재생산의 문제와 바로 연결됩니다. 얼마 전 이낙연 의원이 결국 사과를 했지만, “인생에서 가장 크고 감동적인 변화는 소녀가 엄마로 변하는 그 순간이다. 남자들은 그런 걸 경험 못하기 때문에 나이를 먹어도 철이 안 든다”고 해서 사회적 반발이 컸습니다.

“현재 우리 현재 젊은 여성들의 고민이지요. 그 문제를 해결해야하는 시점입니다. 0.98명이라는 출산율 수치가 현재 여성들의 삶을 보여줍니다. 요즘 젊은 여성들은 다 한 자녀, 두 자녀 가정에서 태어나 차별없이 존중받고 컸어요. 여성들이 고등교육 받고 사회로 나오는 데 직장에서 차별 있고, 결혼해서 애 낳아 기르는데 여성 책임으로 몰아가요. 제 며느리도 아이 낳고 휴직 중인데, 복귀 일정이 참... 큰 문제예요. 내가 저출산위원장으로서 ‘산모가 출사 후 1년 아무 부담 없이 애한테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복귀했을 때 자기 일 할 수 있고 경력단절 안 되도록 기업과 정부가 해줘야 한다’ ‘기업에 인센티브 주고, 육아휴직으로 수입 주는 것 보조해야 한다’ 이런 주장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을 만큼 저출생인데, 이 책임을 개별가정에 돌리면 앞으로 인구문제에 대해 손 놓겠다는 얘기 밖에 안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김상희 국회부의장 ⓒ홍수형 기자
김상희 국회부의장 ⓒ홍수형 기자

 

이화여대 제약학과를 졸업했는데, 어떻게 운동가의 길을 택하셨는지요.

“1976년에 대학졸업을 했는데 그때는 박정희 정권의 탄압이 극악무도할 때라서 시민단체를 새로 만들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기존에 있던 단체에 들어가서 변화시키자고 작전을 짰습니다. YWCA나 여성유권자연맹에 청년부를 만들었고, 여성유권자연맹(BPW)에도 가입해 보수적인 여성단체를 변화시키고자 노력했습니다. 나는 흥사단아카데미에서 활동하며 그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저의 선배들인 1960년대 학생운동가들은 대개 정당에 들어가거나 정치단체를 만들었는데, 1970년대에는 그래도 사회가 다양화 되면서 정치, 노동, 농민, 여성운동으로 분화가 되었어요. 각 영역에서 영역별 운동했지만 궁극적으로 민주화운동이라는 한 흐름에서 같이 했지요.”

여성운동으로 간 이유는?

“나는 어렸을 때부터 페미니스트였어요.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분이 어머니세요. 우리를 키우면서 딸들에 대한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딸들이 세상에 나가면 고생할 텐데, 차별받을 텐데 늘 생각하셨고,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너희들은 직업 가져라’, ‘결혼하지 마라’, ‘결혼해서 수틀리면 이혼해서 혼자 살아라’ 말씀하셨어요. 어머니는 아버지와 같이 사업을 했는데, 아버지 돈 버는데 많은 기여를 했어요. 좋은 세상 태어났다면 정치하셨을 겁니다. 그런 어머니 영향을 많이 받아 약대 입학도 여성운동도 자연스럽게 했습니다.”

지역구 여성할당제는 실제로 잘되지 않는 것 아닌가요?

“민주당은 여성들이 자체적으로 투쟁해서 지역구 30% 할당하고 그것을 만들기 위해서 여성정치참여확대위원회를 상시적으로 두게 했습니다. 거기에서 여성인재를 키우고 정치자원 키우고. 지금은 내가 위원장인데, 당에서는 의지가 있어도 선거 시기로 가면 작동이 잘 안 됩니다. 이번에도 예전보다 거의 늘지 않았습니다. 공천은 결국 입법하지 않으면 당의 개혁의지, 당 지도부의 결단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죠. 선거법 통해 비례대표수가 늘어야 합니다. 지역구 공천 의무화 조항도 넣어야 하고요.”

지역구 3선을 포함해, 4선 의원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정치활동을 하는 동안 롤모델은 어떤 분인지요.

“국내에서는 박영숙 전 평화민주당 총재대행이 운동가로서, 정치인으로서 존경하는 분입니다. 우리 여성들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 자신의 삶으로 보여주셨어요. 생전에 제게 브로치 하나를 물려주셨습니다. 당신이 처음 국회의원 됐을 때 친구들이 만들어준 금 브로치인데, 제가 국회의원 됐을 때 물려주시며 기대와 지지를 보내주셨어요. 나도 누군가에게 물려주려고 잘 갖고 있습니다. 외국 분들 가운데는 핀란드 대통령 타르야 할로넨, 칠레 대통령 미첼 바첼레트, 독일의 메르켈 총리를 생각합니다. 특히 메르켈 총리는 대단한 분입니다. 중심이 분명한 심지 깊은 엄마 같은 리더십이며, 인권 문제에 있어 앞서가는 모습에서 진화된 사회를 느낍니다.”

국회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보죠. 야당 몫 국회부의장으로 내정됐던 정진석 미래통합당 의원이 원 구성 협상 결렬을 이유로 부의장을 맡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일하는 국회’를 강조하셨는데 실현방안이 있습니까?

“내가 여성의원 중에서 연장자예요. 야당의원님들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하려 합니다. 여성의원들하고 모임도 기획하고 있는데, 현재 분위기에서 조금 조심스럽습니다. 정파를 초월해서 여성의원들이 특히 여성 의제 관련해서는 연대, 소통, 협력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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