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딸맘의 느낌표를 찾아서] ⑨ 아이들이 코로나 시대를 살아간다는 것
[세딸맘의 느낌표를 찾아서] ⑨ 아이들이 코로나 시대를 살아간다는 것
  • 송은아 혜윰뜰 작은 도서관 관장·프리랜서 브랜드컨설턴트
  • 승인 2020.07.09 07:34
  • 수정 2020-07-09 0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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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는 코로나19로 졸업을 하지 못한 채 어린이집과 마지막 인사를 했다. ©송은아
막내는 코로나19로 졸업을 하지 못한 채 어린이집과 마지막 인사를 했다. ©송은아

 

아무튼 달라진 세상이다. 일주일 중에 7일을 아이들과 함께 있다니. 어린이집을 다니던 막내는 최근 어린이집을 그만두었다. 올해 들어 5개월 간 등록만 하다가 결국은 퇴소했다. 언젠가는 어린이집에 등원해 친구들을 만날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던 7살 꼬마는 어느 날 뉴스를 보다가 어린이집에 남겨진 짐을 가지러가자고 말했다. 매번 등록만 하고 어린이집에 못가다가 확진자 추세가 꺾였다가 다시 늘어나는 것을 보고 그 희망을 접었나 보다. 신문을 보던 언니들이 막내는 어린이집에 보내지 말아야겠다고 거들던 것도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또 초등학생 두 아이는 학교 방침에 따라 일주일에 한 번 등교를 하고는 그 외에는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한다.

그간 아이들은 집에서 컴퓨터를 비롯한 전자기기를 혼자 만지지 못하도록 하였다. 그나마 TV도 어른들이 정해주는 프로그램만 볼 수 있었다. 창의성 퇴보와 시력저하 등을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 때문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디지털 세상과의 만남이 앞당겨졌다. 아이들은 거의 매일 온라인 학교로 등교한다. 그 곳은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세상이다. 아이들은 온라인 독립을 위해 자신의 이메일의 사용법, 간단한 문서작업 방법, 업로드방법 등을 익혔다. 이제는 친한 친구들, 멀리 있는 가족들과 능숙하게 이메일,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통해 연락하고 있다.

아이들이 만든 텃밭 케익은 맛있고 재미있었다. ©송은아
아이들이 만든 텃밭 케익은 맛있고 재미 있었다. ©송은아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집안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북유럽 국가가 날씨 탓에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인테리어 디자인이 발전했다고 들었는데, 때 아닌 바이러스로 인해 그 의미를 실감하고 있는 요즘이다. 재택근무와 온라인 등교가 본격화되자 집의 가구들을 재배치해서 함께 일과 학습을 하는 공간과 휴식을 취하는 공간을 분리했다. 집에서 가장 큰 방은 가족 모두의 서재가 되었다.

아이들과 함께 가구를 옮기고, 짐을 정리하면서 필요 없다고 느껴지는 것들을 버릴 수 있었다. 옷과 신발들도 많이 정리했다. ‘현재’를 잘 살아 내기 위해 ‘만약’를 위해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것들을 버렸다. 추억과 미련이 남아 당장 버리지 못하는 아이들의 물건들에게 유예기간을 주었다. 커다란 상자에 당장 버리기 싫은 물건을 넣고 한 달 정도 두었다가 한 번도 사용하지 않거나 필요성을 못 느낄 때 버리고 있다.

아이들은 간식을 스스로 만드는 시간을 갖게 되면서 베이킹에 재미를 붙였다. 새로운 요리법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저녁식사를 한 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집안 실내의 조도를 낮춰서 아늑한 분위기를 만든다. 아이들이 직접 만든 원목차탁 위에 직접 만든 간식과 셋의 나이를 합친 것보다 오래된 할머니가 주신 찻잔으로 분위기를 잡아 본다. 경건한 의식의 시작으로 차를 따르고 이야기가 시작된다. 오늘 만든 간식의 맛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자신의 하루일과 이야기부터 마음속 이야기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더 많아지니 서로에 대해 조금씩 더 알아가게 되었다. 

기쁜 일, 슬픈 일, 화났던 일을 이야기하며 코로나 블루를 이겨내고 있다. ©송은아
기쁜 일, 슬픈 일, 화났던 일을 이야기하며 코로나 블루를 이겨내고 있다. ©송은아

 

우리는 가끔씩 코로나가 끝난다면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마치 지금은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신나게 얘기하는 아이들을 보노라면 아이들과의 하루 일과가 그렇게 고단하다고만 느낄 수 없는 원동력이 된다.

삶은 살아내는 것이라고 했는가? 미쳐 불평할 틈도 젖어든 코로나 일상은 나의 삶을 송두리째 휘저었다. 내가 하려했던 것들을 잃어버린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 느낌에 대해 불평할 새도 없이 나의 딸들은 내게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해주었다. 일상생활 주변을 정리하는 방법을 생각해보게 해주었고, 또 같이 이야기하다 보면 아이들의 시선이 어른들의 시선과 그렇게 다르지도 않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무엇보다 물리적으로는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한 공간에 머물러야 하지만 그래도 친구와 사회와 떨어지지 않는 방법을 온라인으로 찾는 것은 어른보다 나았으면 나았지 결코 뒤지지 않았다. 멀지 않아 새로운 인류가 나타날 것이라고 짐작하는 이유이다. 

송은아 혜윰뜰 작은 도서관 관장·프리랜서 브랜드컨설턴트
송은아 혜윰뜰 작은 도서관 관장·프리랜서 브랜드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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