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생각한다] 대한민국에서 디지털 성범죄자로 살아남는 법
[이렇게 생각한다] 대한민국에서 디지털 성범죄자로 살아남는 법
  • 서영민(한남대학교 미디어영상 전공)
  • 승인 2020.07.07 16:10
  • 수정 2020-07-07 16: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손정우 미국 송환 불허한 재판부와
처벌 바라는 국민의 엇갈린 ‘희망’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W2V)’의 운영자 손정우(24)가 결국 자유의 몸이 됐다. 법원이 6일 검찰이 신청한 범죄인 인도 청구를 불허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논란이 커지면서 해당 재판을 맡은 강영수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를 향한 비난 여론도 커지고 있다.

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강영수 판사의 대법관 후보 자격을 박탈하라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그가 국민 여론에 반하는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7일 오후 1시 기준 33만명 이상이 청원에 동의했다. 청원인은 “계란 한 판을 훔친 생계형 범죄자가 받은 형이 1년 8개월”임을 빗대어 손정우에 대한 판결이 부당함을 알리고 있다.

이렇게까지 국민들이 분노하는 이유를 재판부는 알고 있는 것일까. 재판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민 법의식에 부합하는 새로운 형사사법 패러다임이 정립되기를 희망한다”라고 밝혔다.

지금껏 재판부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범죄자에 대해 국민의 법 감정에 부합할 정도로 적정한 형사처벌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 국민들은 그간의 판결 사례로 보아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못할 것임을 예상했기 때문에 손정우의 미국 송환을 요구해왔다. 미국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W2V ‘이용자’들은 대부분 징역 5~20년 정도를 받았다. 그러나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운영자’ 손정우는 고작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인 손정우가 6일 오후 미국 송환 불허 결정으로 석방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인 손정우가 6일 오후 미국 송환 불허 결정으로 석방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손정우에 대한 판결을 토대로 W2V 관련자를 수사하는 발판으로 삼겠다는 재판부는 ‘희망한다’는 단어를 사용했다. ‘희망’이란 단어가 이렇게 절망적으로 느껴질 수가 없다. 재판부의 희망이란 새로운 패러다임을 논하는 그들의 ‘바람’일 뿐이고 확신할 수 없는 ‘가능성’일 뿐이다. 지금까지 재판부는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제대로 처벌할 수 있는 양형 기준을 재조정하지 않은 것일까. 동상이몽. 재판부가 희망하는 새로운 형사사법 패러다임의 등장이 국민의 정서와는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처벌은 범죄를 예방하고 방지하는 1차적인 방법이자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처벌을 방패 삼는 악질 범죄자들이 판을 치고 있다. 피해자들은 그런 범죄자들의 얼굴조차 모르는 상태로 법의 보호도 받지 못한 채 떨고 있다. 처벌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그저 ‘성범죄 예방 교육’을 운운하며 이런 사태가 발생한 이유를 분석하고 있을 뿐이다. 심지어는 가해자를 비정상적인 존재로 타자화하여 예외적 사건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재판부가 새로운 형사사법 패러다임이 정립되기를 희망하는 동안, 손정우의 사례는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들의 ‘희망’이 될 것이다.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를 운영하고도 1년6개월형을 선고받은 ‘월드 클래스’라는 수식어와 함께. 이번 판결은 명백히 국민의 법 정서와 윤리 규범을 무너뜨린 치욕적인 사례로 남을 것이다. ‘손정우 사건’과 판결을 계기로 아직 해결되지 않은 ‘n번방’ 관련 재판에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다. 재판부의 말대로 손정우를 인도하지 않은 것이 대한민국 아동·청소년 음란물 제작을 ‘예방’하고 ‘억제’하는 데 상당한 이익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다만 확실한 것은 이번 판결을 통해 재판부가 범죄자의 ‘호위무사’ 노릇을 한 것에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영민(한남대학교 미디어영상 전공)
서영민(한남대학교 미디어영상 전공)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여성신문은 1988년 창간 이후 여성 인권 신장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해 온 국내 최초, 세계 유일의 여성 이슈 주간 정론지 입니다.
여성신문은 여성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여성인 '안전, 사회적 지위, 현명한 소비, 건강한 가족'의 영역에서 희망 콘텐츠를 발굴, 전파하고 있습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를 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은 여성신문이 앞으로도 이 땅의 여성을 위해 활동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여성신문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50 (3가 222번지) 골든브릿지빌딩 1층, 9층
  • 대표전화 : 02-318-9300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신준철
  • 제호 : (주)여성신문사
  • 사업자등록번호 : 214-81-03304
  • 대표이사 : 김효선
  • 발행·편집인 : 김효선
  • 여성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0 여성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womennews.co.kr
ND소프트